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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74)외상해도 좋다
[현태식 칼럼](74)외상해도 좋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1.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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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 부산지점 권지사장은 나와 세 시간 토론 끝에 물건을 팔아주고, 그 후 계속 거래를 해주신 분이다. 내무부에서 자전거를 구입해서 전국 경찰서로 배달하게 되니 권지사장님이 서귀포경찰서에 배당된 자전거 납품차 제주에 온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시간에 맞추어 마중나가고 모셔다 저녁식사 대접하고 호텔을 정하여 주무시게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찾아가 인사하고, 자전거를 서귀포경찰서에 납품한 후 제주도 일주관광을 시켜드리고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호텔로 모셨다.

호텔에 여장을 푼 지사장님이 나에게 무슨 요구가 없냐고 묻는다. 거래하는데 필요한 것이나 애로사항을 말하라는 것이다. “나는 지사장님께서 고마운 배려로 제가 장사를 하는데 불편이 없습니다. 또 제주도 소비자도 전국민과 같은 값으로 삼천리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고 하였더니 지사장님은 나에게 외상을 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현찰 거래한다는 약속을 어긴 적이 없으니 신용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덥석 응하지 않았다. “지사장님께서 외상주신다는 것은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도 제가 워낙 자본이 없는데 지사장님 배려를 ‘고맙습니다. 외상하겠습니다’하고 받으면 아무래도 걱정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현상태로 별 어려움이 없지만 갑자기 많은 수량의 납품건이 발생하면 어려움이 닥칠 염려도 있고 하니 제가 보잘 것 없는 초가집을 가지고 있는데 그거라도 담보설정을 하겠습니다” 했더니 지사장님의 말씀이 “그러면 더욱 좋지요”했다. ‘이젠 나도 살게되었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주거래처의 장이 제주를 돌아보고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고, 나에 대한 평판도 듣고 난 다음 조건없이 외상주겠다 하는 것은 나를 완전히 믿노라는 선언이 아닌가. 그래도 지사장님이 걱정되지 않게 그 초라한 초가집을 담보설정해드렸다. 그 후부터는 외상으로 필요한 물건을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으니 장사는 날로 번창하고 점포에는 물건으로 꽉차서 같은 업계에서는 타의 추종을 완벽하게 따돌렸다. 나는 ‘망치와 기술이 아닌 머리와 인간미와 지헤로’ 우뚝 올라섰고 기술도 없고 자본도 없고 건강도 나쁘니 망한다는 주위 사람의 우려가 한낱 기우에 불과함을 증명해준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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