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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70)종 없는 양반 질로(스스로) 긴다
[현태식 칼럼](70)종 없는 양반 질로(스스로) 긴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1.0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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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양반은 종을 부리며 살아야 양반 행세를 하였던 시대가 조선 시대였다. 성리학과 주자학이 국가통치이념으로 되면서 불교가 쇠하여지고 생활상도 양반, 상민, 천민으로 구별되었다. 특권계급인 양반은 문반 무반으로 나뉘어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거나 무과 급제하여 무인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집안이 양반 취급을 받았다. 양반도 몰락하여 가난하여지면 종을 거느릴 수 없고 하인을 부릴 수 없다. 사회적 대접도 못받고 무슨 일이든 자기대로 자기 손수 해결하여야 함을 풍자하여 하는 말이 ‘종 없는 야반 질로(자기대로) 긴다’이다. 신분이 양반이고 똑똑하여도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면 양반 행세를 못한다. 학문이 있어야 하지만 경제적 자립이 더 우선이다.

우리 어머니는 나보고 어릴 때부터 “너는 세 살 아래 새각시와 결혼시키고 보리짚 하나 주지 말라”고 점쟁이가 말했다고 하셨는데 말이 씨가 되었는지 내 처가 나보다 세 살 아래고 지푸라기 하나도 받지 못한 꼴이 되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부모가 주신 것은 깨끗이 씻은 그릇이 아니라 못쓰게 된 깨진 그릇 격이 되었다. 부모님과 연결되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접어들었다. 나는 깨달았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받을 복을 타고 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점쟁이조차 지푸라기 하나도 주지 말라고 했을까. 말하자면 지푸라기 하나로 물려받은 복이 없다는 것 아닌가. 이걸 깨닫는데도 오랜 시간과 복잡하고 먼 길을 허위허위 숨차게 달려온 후에야 깨달았다. 받을 수 없는 것,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해 집착과 불만을 버리고, 있는대로 받아들임이 얼마나 평화와 행복을 맛보게 하는가. 종없는 야반 절로(스스로) 기라고 했듯이 복없는 자. 제 몸뚱이와 손발을 놀려야만 살기는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과 재주를 발휘하여 사는 것이야말로 자랑스럽고 어른스럽고 꿇리지 않는 법이다. 이제부터는 원망하는 마음보다 고운 마음, 기쁜 마음을 스스로 만들어내자고 마음다짐하였다. 무더운 여름 버스를 타고 도일주하면서 지방자를 찾아 물건을 주문받고 수금하면서 친분도 맺었다. 여름날 구좌읍 하도리 근방을 지날 때 탐스럽고 넉넉하며 우아하게 도로변에 핀 수국을 본다. 그럴 때 내가 저 수국을 몇 송이 뚝 꺾어 손에 쥐고 지나는 사람 만나는 사람에게 작은 꽃다발을 선사하며 아름답고 선한 마음을 이 꽃말처럼 활짝 피우면 행복도 평화도 저절로 일어난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그러면 그 사람의 얼굴에 화사한 함박웃음이 나타나고 따뜻한 인정도 샘 솟겠지 하는 상상을 하였다. 이런 생각하다 보면 내 마음의 번뇌도 사라지고 어느새 가슴이 탁 트인다. 세상은 그렇게 살 맛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값진 것이고 부푼 희망에 설레이게 됨을 느끼게 되었다. 집에 당도할 때쯤 벌써 내마음은 평온해져 있었다.

매사가 남 때문이 아니라 나에 의하여 결정된다. “복 없음도 내 문제고 복 있음도 내 문제다. 그리고 상대가 친절함도 내가 하는 것에 따라 비례한다” 이제는 나 이외에 대하여 크게 관심쓰지 말자. 좋은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도 가볍고 얼굴도 펴지고 어려움이 닥쳐도 겁나거나 불안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없고 병들고 고된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하여 동병상련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이 생각이 훗날 나를 시의원으로 만들고, 그 힘없는 자의 대변자를 자처하여 그들의 권익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신선계에 있도록 노력한다면 마음의 평화가 몸의 병도 호전시키고 고달픔도 달래준다. 결국 종없는 양반 질로 긴다는 뜻을 바르게 옳게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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