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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66)대등한 동업자로
[현태식 칼럼](66)대등한 동업자로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0.17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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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연말이 되어 결산해 보니 이익분배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다. 나는 분명히 사업에 공헌도나 노동력 제공이 H형보다 더 했는데 투자한 자본이 작은 관계로 연말 이익이 200만원이 되면 나는 80만원, H형은 120만원이 된다. 안되겠다 싶어 하루는 H형에게 “처음 시작할 때 약속대로 50:50으로 자본조정을 해야 하겠습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나는 “이익배당을 받아서 재출자하고 H형은 이익배당을 가지고 가세요, 그리고 물건 액수를 총체적으로 계산해서 나의 출자총액의 100만이면, H형 출자액 100만원으로 계산해두고,  물건총액이 200만원보다 많다면 H형은 남는 액수는 현금으로 가져가면 됩니다. 그러면 지금 결산 중에는 외상값도 포함되어 있고 물건의 재고도 다 계상된 것인데 그 중에는 결손처분할 것, 재고품이 제 값 못받을 것을 감안하면 나는 손해가 있지만 재력이 약하니 감수하겠습니다”했다. 나의 말대로 나의 출자 액수보다 초과분을 H형은 현찰로 빼어갔다. 이후부터는 이익분배가 같아지게 되었다.

나는 이후로 물건 구매차 나들이를 자주 했다.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에서도 물건 송장에 내가 대표자로 되어있고 부산, 마산, 광주, 대구, 서울에 있는 공장에 찾아가 공장거래 때마다 내 이름으로 계약을 해놓았다. 나와 대면을 하고 대화를 한 사장님들은 모두 호감을 갖고 대해 주었다. 제주에서 자기 공장을 찾은 예는 내가 처음이고, 제주도와 직거래한다는 것은 자기 회사로서는 자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량이지만 기꺼이 거래를 텄다. 나는 확실히 다른 업자와는 달랐다. 사장님을 만날 때 예의를 갖추고, 대화할 때 저속한 표현을 삼가고, 술대접을 사양하니 생활이 깨끗하고 교양이 있어 신뢰가 쌓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전국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업경영에 대하여 그때 그때 섭섭한 마음을 터뜨리지 않고 참으니 이것이 시간이 갈수록 섭섭함이 확대 재생산 되어 가슴에 남아있고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또 섭섭한 일이 발생했다. 점포에 도둑이 자주 들었다. 밤에 숙직을 하지 않으니 종업원이 주로 물건의 소재와 처분방법을 알고 남몰래 드나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두는 모양이었다. 언젠가는 택시를 대어놓고 값나가는 것들을 가져가버렸다. 여러번 그러니 동료직원이 알려주어서 도둑을 잡을 수 있었다. 숙직을 해서 도둑질하고자 하는 유혹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야 종업원에 대한 의심도 없어지고 일시키기도 좋으니 H형과 하루씩 교대로 숙직을 하기로 하였다.

나는 아픈 몸이지만 하루도 어기지 않고 그 무더운 여름에도 먼지속인 점포에서 숙직하였다. 숙직을 한다는 소문이 나서 도둑맞는 일은 없었다. 점포가 스레트 지붕이고 나지막한데 문을 닫으니 여름에는 더위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화기를 조심해야 하고, 난로를 땔 수 없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도둑을 지키는 일이고 이래야 돈을 지키고 버는 일이니 마다 않고 숙직을 했다.

H형은 요령을 피웠다. 태식이가 숙직을 충실히 하니 도둑 들 염려는 없으니 자기가 숙직할 날에는 집에 가서 편안히 자다가 아침에 다른 사람보다 좀 일찍 출근 한 것이었다. 아침 일찍 내 아내가 볼 일이 있어 시내로 가다보니 앞에서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이 H형이었는데 그는 한번 힐긋 쳐다보고는 못본 척하고 급히 달려가더라는 것이다. 아내는 나만 요령이 없고 눈치도 없이 꼬박꼬박 숙직하며, 동업자는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것을 눈치도 채지 못했다고 타박하였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숙직을 하지 않은 정황이 여러 번 있었으나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H형은 부모님이 늘 돌봐주는 처지여서 나같이 절박한 인생을 살지 않아 사업의 성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가끔은 화투로 날새기도 하였다. 나는 사이가 벌어져 남의 입초시에 오르기 전에 멋지게 타임을 잡고 헤어져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동업 4년만에 결산을 해보니 돈도 꽤 벌었다. 매달 생활비 떼고도 총투자가 2백만원인데 이익금도 200만원이 넘었다. 나도 그 사이 부채를 다 갚았으며 H형은 나와 자본금을 맞추면서 현금을 빼어간 것을 생각하면 사업이익이 적지 않은 셈이었다.

나는 H형에게 부모도 죽으면 헤어지고, 부부도 언젠가는 이별하는데, 우리도 가장 남들이 좋다고 평할 때 헤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번은 갈라서야 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말하였다. 전국의 공장과 거래계약은 내 명의로 되어 있었으므로 나는 자전거판매업을 계속하고 H형은 현찰을 빼어갔다. 나는 영업을 하는 조건으로 전도에 외상주고 못받는 것도 모두 내가 맡았으므로 이익배분에서는 손해가 많은 셈이었다. 나는 점포와 물건 그리고 외상을 내가 맡고 현금결재를 하려니 250만원의 부채가 생겼다.

H형과 현태식이는 동업을 하면서 의가 상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말다툼 한번 안했고 사업에 성공하고 헤어질 때도 원만히 헤어졌다고 평판이 자자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동업을 하면 망하기 때문에 도둑질도 혼자 해야 한다는 속담도 빛바래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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