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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60)싼 물건 싸게 팔고, 비싼 물건 비싸게
[현태식 칼럼](60)싼 물건 싸게 팔고, 비싼 물건 비싸게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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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자전거 부품을 공장과 직거래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고 도매상 거래로는 확실히 타업자를 제압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동업자인 H형에게 육지 나가서 물건 구입방법을 다르게 모색하여야 하겠다고 말했더니 H형이 “단가가 싸게 온 것은 싸게 팔고 단가가 비싸게 온 것은 비싸게 팔면 되지 육지에 확실한 거래처도 정해진 것도 아닌데 갈 필요 있느냐” 하며 못마땅해 했다.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이제 물러서면 남과 똑 같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물건을 구입할 때 물건에 붙은 상표에 공장소재지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기록하여 두었다. 그 중 우리 점포에서 잘 팔리는 물건 몇 가지를 제시하면서 이것들을 공장에서 직접 구입하겠고 성공하지 못하면 여비는 내 개인 부담으로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항상 남보다 앞서러면 구매가 남달라야 한다. 우리와 거래하는 사람들을 보아도, 내 얼굴 보고 얼굴 곱다고 물건 사주겠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같은 질의 물품은 반드시 우리가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야하고, 값이 같으나 물건의 질은 우리 것이 좋다는 평이 있어야 우리와 거래가 지속된다.

장사는 이익을 어떻게 하여 많이 낼까 하는 치열한 경쟁인데 싸게 구입하면 싸게, 비싸게 구입하면 비싸게 파는 것은 성장과 발전을 포기한 방법이다. 나는 이 제주도 시장을 많이 장악하기 위하여 꼭 공장구입방식을 성사시켜야 하겠다고 우기고 부산으로 나갔다. 즉 중간유통 과정의 축소가 가격 인하의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장사길로 나간 것은 초행이었다. 점포에서 여비를 가져가지 않고 개인 부담으로 나갔다. 부산에 나가고서야 덜컥 걱정이 앞섰다. 공장에서 거래가 안트이면 어쩌나, 길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그렇지만 실패하고 H형께 핀잔 듣고 내 개인 부담으로 여비 쓰고 이것은 안되겠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 생각하고 공장마다 전화하고 찾아나섰다.

제주도에서 생산공장을 찾았으니 자전거 역사가 우리나라에 시작한 후 제주사람이 생산공장 직거래를 하고자 찾은 사람은 바로 현태식 내가 처음인 것이다.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지만 시장이 좁으니 소량구입 밖에 할 수 없고, 그래서 거래를 꺼리는 공장사장을 설득하고 사정하여 몇 곳에서는 성공하였다. 부산 서면에서 자전거 호크재생공장을 찾아갔다. 서너평은 됨직한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잠도 그 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물건을 고르고 값을 치로고는 날이 어두워 여관으로 가야 하는데 돈을 아껴야 하겠다는 생각에 주인과 같이 잠을 잤다. 이불이 새까맣다 못해 반질반질 빛이 나고 있었다. 같은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얼굴이 숯처럼 까맣게 되었고, 코 속에 끄름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 주인이 대장간 같은 작은 공장 구석에 침상을 놓고 같이 잤기 때문이다. 세수를 하니 세숫물이 먹물이었다. 두세 번 씻고는 산 물건을 메고 죄천동까지 왔다. 좌천동 리어커 공장에 여기저기에서 산 여러가지 물건을 모아놓고, 다시 포장해서 부두로 가져갔다. 이래서 점포에 이익이 될만큰 물건을 사고 삼등선을 타고 배멀미를 하며 왔다. 그랬더니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H형과 그 동생이 같이 근무했었는데 당구장에 가고 없었다. 종업원의 말인즉 태식이는 여비들이며 놀러갔는데 당구장에나 가자 하며 가더라는 것이 아닌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 않았다. 동업을 하려면 사소한 것에 티를 잡으면 깨진다. 나는 아직 약자다. 내가 손해나야지 약자니 참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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