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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57)망하려면 조용히 망하지
[현태식 칼럼](57)망하려면 조용히 망하지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9.16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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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기술자를 데리고 상점을 경영하는 나는 기술이 있어 자기대로 처리하는 타업자 보다 불리하다. 자전거도 숙련된 기술자가 조립하고 고장을 수리해야 소비자가 인정해주고 고객이 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시에 제일 가는 최씨라는 기술자를 봉급을 많이 주고 데려다 놓았는데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종업원을 일 시키려면 일감이 들어와야 한다. 종업원은 별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고, 나도 가만히 앉아있다. 정말 얼굴을 들고 종업원을 볼 수가 없다. 종업원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였다.

‘망할려면 조용히 망하지 기술자인 나를 비싼 봉급주고 데려다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있으니 나도 미안해서 주인 얼굴 보기 민망하다. 월말에 봉급받기도 뭐 수입이 있고 일거리도 있어야 미안하지 않을 것 아닌가. 당신 이런 상태로 얼마나 버틸거요? 이 상점도 빚내서 한다는데?’ 종업원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하니 점포에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서 관덕정으로 원정로 동문시장 로터리를 돌아 북신작로로 가면서, 자전거 세워있는 상점에는 무조건 들어가서 90도로 절을 하고 삼천리자전거에 대한 설명과 수리하러 오시면 무슨 부속은 얼마 얼마에 해드리겠으니 꼭 한번 와 주십시오 하고 인사다녔다. 점포에 와보면 한 사람 아니면 두 사람은 반드시 와 있었다. 온 손님에게는 친절과 정성을 다하여 수리해 올리고 부품값은 다른 점포보다 월등하리만큼 염가로 해 올렸다.

부품도 좋은 것만 사용하지 불량품은 쓰지 않았다. 소비자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적당한 값에 소비할 권리가 있고 공급자도 적정한 이윤을 볼 권리가 있다는 상도의를 장사철학으로 정립하였다. 어떤 경우도 같은 품질의 물건이면 다른 점포보다 좀 싸고 값이 같으면 물건의 질이 우수하여야 우리 점포를 손님이 찾아줄 것이다. 그리고 이 원칙을 장사하는 동안 지켰다. 이것이 과거 그 오랜 장사의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쳐 시장정화의 불씨가 되었다. 내가 삼천리자전거상사를 경영하기 전에는 소비자는 턱없이 비싼 물건을 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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