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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55)외상은 안합니다
[현태식 칼럼](55)외상은 안합니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9.09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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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1969년 봄부터 본격적인 장사에 돌입했다. 부산 동광동에 위치한 부산삼천리상사라는 도매상을 찾아갔다. 그 집 문 안에 들어서자마자 김영호 사장의 말이 “외상은 안합니다”하는 말이 첫 인사였다. 오랫동안 제주도 업자와 거래해온 사장은 제주업자로부터 새로운 점포를 낸 우리의 사정을 나쁘게 부풀려 전달한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외상은 안합니다. 현찰거래만 하겠습니다. 어떤 경우든 저에게 외상주지 마십시오. 저는 매우 어렵고 결재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눈물로 호소한다고 혹시 외상을 주면 떼일 것은 불을 보듯 틀림없습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쪽도 더 할 말이 없었다. “현찰거래하는 조건으로 물건값을 싸게 하십시오. 외상주어 반년 넘게 있다 수금하는 것보다야 현찰로 싸게 파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광주 도매상이나 서면에 있는 도매상에서는 물건 값이 쌉니다. 그쪽으로 안가는 것은 부산부두와 가까워 우리가 물건받는 것이 수월해 그렇습니다”고 하였더니 물건 값을 싸게 하여 주었다.

H형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고마워하는데 재미 붙여 며칠씩 은행에 예금하려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오늘 매상한 돈은 다음날 송금과 동시에 주문해서 자전거포에 물건을 쌓아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떤때는 물건이 떨어지고 외상값을 못받으면 점포문을 닫고 외상값을 받으러 나갔다. 매일 만원이라도 매상되면 어김없이 만원을 송금하고 전화로 주문했다.

현찰거래를 반년 정도 하니 김영호 사장이 “매일 송금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우니 송금은 보름에 한 번 하고 주문은 마음놓고 얼마든지 하라”는 것이다. 신용이 자본이 된 것이다. 이제는 도매상에서 인정을 받아 자진 외상을 줌으로 장사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때부터 시골업자를 상대로 물건을 중간도매하기 시작했다. 제주시 업자들이 음해를 넘어 노골적으로 점포로 찾아와 악담을 하였다. 자전거포를 그만 치워라. 기술도 없는 주제에 망하려고 작정한 것 아니냐고 하였다.

‘망해도 내가 망하고 당신네에게 구원을 받거나 손해를 시키지 않을 것이니 염려말고 당신은 기술이 출중하니 그 기술로 성공하고 부자되라’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가 물건을 싸게 파는 것에 대해 의아심을 가지다가 부산도매상으로 항의하는 것이었다. “왜 제주삼천리에는 물건을 싸게 팔아주느냐? 우리가 오랫동안 거래했는데 우리에게 더 헐한 값으로 물건을 공급해야 원칙이 아니냐?”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니 부산도매상측 대답이 “제주삼천리는 현금거래고 당신네는 외상거래 아니냐? 현금거래하면 단가를 꼭같게 해주겠다”였다. 업자 중 재력이 있는 사람은 이때부터 현찰거래로 꼭같은 값에 물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신용을 얻은 나는 피나는 노력으로 한 발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하여 도매상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그런데 다른 업자들도 현금거래를 하며 나와 똑같은 조건으로 물건을 구입하였다. 시골업자를 상대로 도매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나의 영업은 또 한번 어려움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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