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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31)먹이사슬
[양대영 칼럼](31)먹이사슬
  • 양대영 기자
  • ydy0889@naver.com
  • 승인 2014.01.0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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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최종천-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적지만
나는 그를 백 형이라 불렀다. 솔직하고 담박한 성미에
장난을 치기 좋아했다. 나는 돈보다 신간 편한게 제일이라
그의 밑에서 2년여, 일을 했다. 그런데 그는
도형의 원리를 쥐어 주어도 금방 놓아버렸다.
자동차 면허시험도 연거푸, 푸, 포기를 해버렸다.
그는 우직하게 정직했다. 소처럼 일했다.
그와 내가 갈라진 동기는 그의 말 한마디,
어느 날 회식을 하면서 우리는 노동자의 신세들을 얘기했다.
놀랍게도 그가 말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먹이사슬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맙소사, 철공쟁이 이십여 년에 아직도 도형을 이해 못하는 그가
어떻게 먹이사슬을 알고 있단 말인가, 자신이
그래도 사장이라는 걸 의식하고 있단 말인가

두어 달 전 수첩을 정리하다가 그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날 오후에 당장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아니 그때 왜, 최형 나하고 갈라졌지?”
“갈라지다니?” “그나 저나 면허증을 딴 거야?”
아니, 아직이란다.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로 바꾸어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아들놈이 전문대 특수소재과에 간다며
특수소재가 뭐냐고 물었다.
“그 뭐야 토란잎에 물 부어도 안 묻고 물방울이 굴러다니지?
그러니까 그런 옷감 같은 소재를 개발하는 학과일걸“하고 대답하니
대뜸 그게 돈 많이 버나?하고 묻는다. 그래서 인간의 미래가
특수소재에 달려 있다고 했더니 웃는다.
그는 여전히 소였던 것이다. 먹이사슬을 말로만 알뿐,
그도 나처럼 노동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노동은 자본주의 면허증이 아니다
나는 그를 내 차에 태워다 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토록 정직한 노동으로 아들을 자신보다 좀 더 고급한
자본주의 먹잇감으로 만들었을뿐이라 생각하니 하늘만 바라보아진다.

 
노동자들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화자는 신간(마음) 편하게 살고자 한다고 한다. 대화의 상대자인 백형은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먹이사슬에 따라 살아야한다”고 한다. 이 시는 결국 자본주의 세상에서 횡행하는 먹이사슬이 주요 얘기 거리다. 먹이사슬은 생태학자들에 의해 도입된 개념이다. 자연계에서 보는 먹이사슬은 그야말로 살벌하다. 약한 놈은 강한 놈의 먹잇감에 불과하다. 동물의 왕국과 같은 현상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이같은 동물의 왕국과 같은 현상이 실제 비일비재다. 노동현장의 운영 원리가 먹이사슬이라 한다. 이렇게 말한 백형이란 자는 철공소 사장쯤 되어 보인다. 이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가. 신분상 윗사람의 말과 뜻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원칙도 법도, 인간미도 없다. 노동의 대가도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왜 제때 월급주지 않느냐 대꾸라도 하면 그날로 ‘아웃’이다. 이게 백형이란 사장이 애기하는 ‘먹이사슬’,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원리다.
요즘 노동계의 분쟁이 심심치 않다. 임금체불이나 연봉 2천만원도 안 되는 소기업의 생계형 쟁의가 있는가 하면, 연봉 7~8,000만원에 돈 더 달란 말은 못하고 명분도 없는 이유를 내세워 밥그릇을 챙기려는 분수에 넘치는 쟁의도 많다. 국민은 완강한 원칙론을 내세우는 당국에 무언의 지지를 보냈고, 결국은 노조 지도자들이 무릎을 꿇었다.
노동계의 현실에 대해 국민들은 전혀 모를 것처럼 생각하고 있겠지만, 착오다. 대한민국 국민 수준이 어느 정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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