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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대선 앞두고 다시 ‘정치드라마’ 꿈틀
[뭐야!]대선 앞두고 다시 ‘정치드라마’ 꿈틀
  • 나기자
  • news@nagiza.com
  • 승인 2011.10.1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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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보수 종편들, 대통령 만들기 나서나

1990년 KBS 2TV는 주말극 <야망의 세월>을 방영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월급쟁이로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12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이 주인공인 드라마였다. 알려져있다시피 이명박 역은 현 정권에서 최장수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탤런트 유인촌이었다. 방영 당시 KBS 행사에 참석했던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역할을 했던 중견탤런트(이영후 분)에게 “내가 중소기업 사장 같다”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속 정 회장은 불도저 같은 성격에 늘 씩씩거리면서 소리만 지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에 반해 이명박은 침착하고, 예리한 상황판단으로 위기 때마다 기업을 구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명박은 실패와 좌절을 모르는 기업인으로 각인되면서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까지 됐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이라면 이 나라 경제를 살릴 것’으로 생각하고 투표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드라마가 만든 ‘이미지’에 유권자들이 속아서 ‘분노의 세월’을 만든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이미지 정치’가 우려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채널설명회를 가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정치적 이슈가 될 만한 드라마들을 기획, 방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종편 채널A는 내년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인간 박정희>(가제·JS픽쳐스 제작)를 내년 3월쯤 방영키로 했다. 채널A 측은 배포한 책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굵직한 이슈들이 떠오를 때마다 우리는 정치의식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그를 불러낸다”고 썼다. 그런데 하필 그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해에 ‘박정희’를 불러내게 된 셈이다.

드라마는 다큐멘터리와는 달라서 사실들이 미화되거나 폄훼될 여지가 많다. 또 박정희를 다루다 보면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잃은 딸 박근혜의 가슴 아픈 비극이 빠질 수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손해볼 게 전혀 없는 드라마인 셈이다. 반면 누가 되든 그와 맞서는 상대편 후보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채널A가 정치적 논란을 예상하여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고 이 드라마를 기획했는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왜 하필 박정희 드라마인가’라는 의문은 생긴다.

조선일보의 종편 TV조선이 내년 1월 방영예정인 창사특집 드라마 <한반도> 역시 다른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을 주인공으로한 <한반도>는 남남북녀가 만나 대통령 부부가 돼서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이형민 감독은 이념이나 정치적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주인공들의 사랑을 그릴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극중에서 북한 내부에서 군사 정변이 일어나는 상황이 묘사되는 등 남북관계에 민감한 대목도 등장한다. 이 드라마 역시 전개에 따라 선거국면에 ‘일정 작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여하튼 출범을 앞둔 종편들에 대한 시각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다. 벌써부터 미디어 광고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스카우트 전쟁으로 PD와 스타들의 몸값에 웃돈이 오간다. 여기에 ‘정치적 불편함’까지 더해진다면 ‘다채널 시대’에 국민들은 더 혼란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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