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김광림-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리가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난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인간사회가 인간답지 않는 것은 사람이 쥐를 닮아가기 때문일 게다. 해악을 끼치는 쥐가 없어져야 하듯, 쥐를 닮아가는 사람이 없어야겠다.
김광림은 1929년 함경남도 원산생으로 원산중을 졸업하고, 1947년 월남했다. 그는 처음부터 전통적 서정주의를 거부하고 현대성을 지향했는데 전쟁을 체험한 저항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제2시집 《심상(心像)의 밝은 그림자》(62)에 이르러서는 언어의 의미성(意味性)을 배제하고 이미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서정의 주지적(主知的) 형상화를 시도함으로써 주지적 서정파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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