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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가 외면했던 자동차의 특권
[기고]우리가 외면했던 자동차의 특권
  • 양대영 기자
  • ydy0889@naver.com
  • 승인 2012.12.10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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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섭 이도2동주민센터

▲ 이상섭 이도2동주민센터
‘물건은 클수록 움직이기 어렵다’는 상식은 인공동력기관들이 운송수단과 결합하면서 비상식이 되었다. 차, 기차, 선박, 비행기 등 ‘이동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크면서 이동이 용이할 것. 이율배반적인 요구는 대량생산ㆍ소비 시대를 거치며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것들은 동산이지만 경제적 의의가 부동산과 비슷해 등기나 등록이 필요하고 질권이 아닌 저당권의 목적물이다.

이렇게 모순적 성질들을 갖춘 대형 교통수단 중에서도 자동차는 특별하다. 광고를 통해 자동차는 말한다. “나는 당신의 자동차입니다. 당신의 빛나는 인생입니다.” 감히 어떤 물건이 스스로를 소유자의 인생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차는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가격이 싸고 크기가 작고 육로에서 움직이고 다루기 쉽다. 그래서 훨씬 더 많이 필요하고 더 자주 함께하며 그 결과 특별해진다.

앞서 말한 크기-기동성의 역설과 자동차의 특별함이 합쳐지면 자동차만이 가지는 한 가지 특성이 생겨난다. ‘자동차는 길에 보관하는 것이 용인되는 유일무이한 사유재산이다.’ 안전하게 밀폐된 공간이면서 즉시 이동이 가능하고 의식주에 버금가는 필수품이지만 별도로 보관할 장소를 마련하기에 다소 부담이 될 만큼 크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동차를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걸 당연히 생각한다.

결과는? 이면도로 양측에 주차된 차량들을 피해 몸을 비틀고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늘어선 차들은 나란히 걷는 사람들에게서 대화를 빼앗았고 혼자 걷는 사람들로부터 산책을 앗아갔다. 아이들과 노인들의 보행안전을 위협하던 차량들이 대문 앞과 주차장 입구까지 막아섰다.

자동차에게 부여된 특권을 회수할 때이다. 제주도는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에 해당되면 차량을 보관할 차고지가 있다는 것을 소유자가 증명해야 한다. 민원인들로부터 ‘집 앞에 세우면 되는 데 왜 굳이 차고지를 확보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다른 재산은 집안 또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면서 왜 차는 집 앞에 두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주차문제는 자동차로 인해 생기는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크기, 이동가능성, 중요성과 같은 자동차의 기본적 특성에 기인하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차를 소유한다는 권리행사는 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무를 전제로 한다. 차는 길이 아닌 차고지에 보관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들어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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