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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 슬로건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 슬로건
  • 양대영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4.0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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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서 미신고 희생자 추모·명예회복 등 의미 담아 봉행
인공지능 기술로 희생자 김옥자 어르신 아버지 복원해 딸과 재회 연출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뉴스라인제주

3일 오전 10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ㆍ추념광장에서 유족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거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제주4·3의 정신을 일깨우고, 평화의 씨가 날아 곳곳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해져 슬픈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4·3 생존희생자 및 유족, 제주도민, 정부 및 정당 관계자 등 1만 여명이 참석했으며,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고기동 행안부 차관, 이상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송두환 국가인원위원회 등이 자리해 추념식의 뜻을 더했다.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뉴스라인제주

또한 재외제주도민회 총연합회를 비롯한 서울·인천·부산·광주·경남 등 지역도민회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참석했으며, 전국 17개 시도지사협의회 교육감도 제주4·3의 기억과 정신을 함께 공유했다.

추념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로 진행됐으며, 오전 8시 40분 종교의례와 추념시 낭송, 제주도립 제주예술단과 시립합창단의 합동공연 등 식전행사가 진행됐다.

오전 10시 정각,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려 4·3영령을 함께 추념했으며, 이어 본행사로 이어졌다.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뉴스라인제주

본행사는 △묵념 △애국가 제창△인사말 △제주4·3 경과보고 △추념사 △유족사연 △추모공연 순으로 이뤄졌으며, 사회는 한승훈, 이각경 아나운서가 맡았다.

첫 인사말에 나선 김창범 회장은 "4·3의 실체적 진실을 향한 처절한 투쟁으로 4·3특별법이 개정돼 희생자에 대한 4·3보상금 지급, 직권재심 청구로 인한 명예회복, 뒤틀린 가족관계도 폭넓게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며 "4·3과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는 평화·인권공동체로 나아가는 따뜻한 국가를 간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오영훈 지사는 "이제 4·3은 낡은 이념의 시대의 종결을 알리고 사람 중심의 빛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며 "제주도정은 4·3의 세계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뉴스라인제주

이후 경과보고 영상을 통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성과를 공유하고, 특히 올해 3월 이름 없는 희생자들을 위한 위패봉안실 내 무명신위의 뜻을 기렸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여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 마무리,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운영,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뉴스라인제주

다섯 살에 부모를 모두 잃은 김옥자 어르신 사연을 배우 고두심 씨가 소개하고, 손녀 한은빈 학생의 편지 낭독에 이어 인공지능(AI) 기술로 김옥자 어르신의 아버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복원해 딸과 재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은빈 학생은 "홀로 남겨진 딸자식이 돼 어두운 그늘 속에서 제사를 지내야 하는 할머니가 세상 누구보다 애처로왔다"라며 "무엇보다 할머니의 가장 큰 슬픔은 이제는 아버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망각"이라고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이어 유족 증언을 바탕으로 수천장의 인물 사진을 참고해 인공지능(AI)기술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쳐 김옥자 어르신의 아버지 고(故) 김병주 씨의 생전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복원해 이날 딸과 다시 만났다.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 '궂은 날씨 가운데 진행된 4·3 추념식' ⓒ뉴스라인제주

김옥자 어르신은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다섯 살이라는 나이만 잊어버리지 않아요. 이 사진이 아버지 얼굴 닮았나요. 아버지 얼굴이면 닮았다고 말 좀 해주세요"라며 깊은 그리움을 표했다.

딥페이스 기술을 활용한 영상으로 재현한 고 김병주 씨는 "옥자야 오래 기다렸지. 이리 와. 우리 딸 얼마나 컸는지 아빠가 한번 안아보게"라며 다정하게 말했다.

가수 인순이 씨는 ‘아버지’를 열창하며 유족을 위로하는 무대를 선사했으며, 고두심 씨는 "시렸던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4·3의 봄바람이 우리 모두의 아픔을 보듬고, 희망의 씨앗이 널리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추모공연으로 성악가 김동규 씨와 한아름 씨, 도란도란 합창단의 ‘바람의 노래’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 속에 이날 추념식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제주도민은 한마음으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왔다.

현재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및 실질적 피해보상, 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가족관계 회복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이던 4·3특별법 일부개정에 따른 혼인신고·입양신고 특례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영가천도 추모법회’와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해 도민과 함께 이름을 알 수 없는 4·3사건 미신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4·3의 진상 규명 과정과 화해·상생의 노력을 담은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4·3기록물이 전 세계인의 기록으로 영구히 남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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