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이를 입양한 지도 다섯 해가 지났다. 다름이 아닌 파랑 퀘이커 앵무새다. 어느덧 아이들도 모두 성장해서 직장을 찾아 독립하고 집에는 우리 부부 둘만 남아서 어딘지 모르게 집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 무렵, 우연히 집 근처 앵무새 카페에 들렀는데 여러 종류의 앵무새들이 제각각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말도 곧잘 따라 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터라 이유식부터 먹여야 했다. 가르쳐 주는 대로 주사기에 담아서 조금씩 입에 넣어주면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사람을 어미로 인식하고 이유식을 달라고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어 대기도 하고 마치 어린아이를 키우듯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했다. 두어 달 정도 지나니까 정상적으로 먹이를 먹기 시작했고 열심히 말도 가리켰는데 어느 순간 “안녕” 하고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해서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앵무새를 키우려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한데, 사전 지식이 없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키우는 법에 관한 책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해서 별 탈 없이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다. 문제 해결이나 언어 학습 등에서 3~6세 어린이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서 반복적으로 말을 가르쳐 주면 잘 따라 하기도 하고 고개를 까딱까딱하면서 춤도 곧잘 춘다.
기분이 나쁘면 입질을 하는가 하면 예쁘다고 다정다감하게 해 주면 좋아서 뺨에다 뽀뽀도 하고 애교도 부린다. 또한 사람이 내는 소리나 동물 소리 등을 흉내 내는 것을 좋아하고 웃음소리, 기침 소리도 내고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즐겨서 자주 교류함으로써 친밀감을 주기도 한다. 눈치가 빨라서 비언어적 요소도 쉽게 알아차려서 사람의 표정이나 목소리의 강도 등을 알아차리고는 적절하게 대응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앵무새는 지속적인 교감이 필요하기도 하고 환경에 매우 예민하다. 20~25년 긴 수명을 자랑하는 만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앵무새는 먹이를 주는 주인을 알며 교감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라 관심과 애정을 주어야 한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반려동물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행동을 해 주기를 바라기 쉬운데 그게 쉽지 않다.
대상의 습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를 잘 따를 수 있도록 교육하고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스스로 느끼게 한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환경,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온도와 습도 등 그야말로 박사가 될 정도로 공부하고 노력해야만 탈 없이 키울 수가 있다.
내 생각대로 말을 잘 들어주고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지나친 욕심이다.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원활한 소통 방식이듯 반려동물을 대하는 방법도 별반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동물은 사람의 감정을 잘 모를뿐더러 자기들의 습성대로 움직이고 행동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 나이에 걸맞은 행동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른같이 행동하기를 바라다보면 과도하게 질책하고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듯 반려동물에게도 거룩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적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 철학자 플라톤은 아가페 자체를 이데아에 대한 동경, 이상으로서 사랑으로 언급한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던 단어라는 걸 알 수 있고 성경에서도 절대적인 사랑을 아가페라고 하며, 하나님의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을 일컬어지고 있듯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도 나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사연 하나 쯤 얘기해 주셨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길동이가 몇 마디의 말을 할 수 있고 또 계속 새로운 말을 배워가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