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오을탁
인생(人生)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가고 오는 세월을 어찌 막을 수 있으리오만
그 겨울의 중심에서 바람 소리마저 깊다
풍상설우(風霜雪雨)와 함께한 흔적들이
한 해가 오가는 길목 따라 우리에게 묻는다
“삶이여, 어디서 와 무엇과 동행하는가?”
꺾일지언정 휘지는 않겠다던 다짐에도
지난 삶의 모든 것들이 속절없는 것만 같아
한바탕 잘 놀다 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꽃 같은 청춘들아, 푸르름을 자랑 말라
늙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한탄할 겨를도 없이
인생은 여전히 동굴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시나브로 그 만남이 아쉽고 두려울지라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여정일지언정
시정(詩情) 한 줄만은 기꺼이 동행하리라.
□ 오을탁(吳乙鐸) 시인(작가), 프로필
1959년 제주 출생.
제주국보문인협회 사무국장,
월간 국보문학 등단(고도, 홀로서기, 숨은그림찾기 작품 신인상 수상)
한국국보문인협회 편집위원,
한국국보문인협회 시분과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신문 작품대상.
시집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말을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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