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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23) 글을 쓴다는 것은
[자청비](123) 글을 쓴다는 것은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11.30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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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완연한 가을이다. 거리의 단풍은 또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남자가 더 실감하는 계절일까, 봄기운은 언 땅이 녹아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지만 가을 서리는 하늘에서 내려오기에 남자의 등을 적신다.

여름에 소낙비로, 장마로, 태풍으로 씻어 내려서인지 하늘은 맑고 짙푸르다. 창공 너머로 청둥오리가 무리지어 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감성에 젖게 된다.

길가에 뒹구는 낙엽만 보아도 마음이 쓸쓸해온다. 낙엽을 봄 씨앗의 이불이라고 설파한 시인도 있으니 마냥 서러워할 일은 아니다. 친구를 불러내어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차를 마실까 생각하다, 근처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늘 책을 접하면서도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구입하거나 가까운 도서관을 찾는다.

전반적으로 시장경제가 침체하다 보니 자기 개발서 또는 마케팅에 관련된 책들이 맨 앞줄에 선보인다. 이것저것 펼쳐보다 파스텔톤 표지에 심플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집어 든 책인데 득템 한 기분이다.

작가의 프롤로그가 책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표지의 제목만 보아도 대충 이해가 될 듯하다. 서점에 앉아 몇 페이지를 넘겼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종류인데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책이지만 감성적인 표현이 눈길을 붙잡는다. 화두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내면에 감추어진 가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감각들을 활용하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깊이있게 느끼는 삶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책이 호감은 독자마다 호불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며 내면을 구축하는 삶, 서로를 존중하며 감성 근육을 키우는 그런 삶을 저자는 통찰이라는 관념을 통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엊그제 코로나19로 미루었던 소규모 행사가 있었다. 같은 소속단체의 문학인이 회원들에게 습작에 대하여 충고 한마디 하겠다며 나섰다.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글이란 일기쓰듯 그냥 생각대로 쓰는것이 아니라 사색에서 얻은 상념의 가치를 수십 번 탈고 끝에 완성되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자신은 한편의 글을 완성시키려면 몸안에 있는 모든 기(氣)가 소진되어 탈진 될 정도라는 것이다. 당연한 말씀이긴 하지만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같은 문학인으로서 잘난 체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의 글쓰기는 원고 마감일이 돼서야 서둘러 밀린 숙제하듯 시간에 쫓기며 써 내지 않았던가,

고통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사색의 깊은 샘에서 길어낸 글이야말로 독자의 감성에 다가갈 것이다. 단 한편의 글을 써도 나의 글로서 존재 가치가 빛나는 공명을 구하고 싶다.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려고 하면 그만큼 각고의 내공이 절실하리라.

책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정보의 숲이다. 책이 주는 힘은 놀랍도록 강하다. 문학의 바다에 빠져보지 않고서는 상상력의 힘을 작동시킬 수 없다. 올가을 독서로 감성 근육을 다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마음은 벌써 부자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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