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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17)생각을 바꿔야 노후가 편하다
[자청비](117)생각을 바꿔야 노후가 편하다
  • 이을순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10.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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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순 소설가
이을순 소설가
▲ 이을순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컴퓨터에서 어떤 정보가 있는지 이것저것 뒤져보고 있을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딸이 아파트 평수를 넓혀 갈아탈 계획인데 금전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했단다.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그러니까 조카는 언니가 사망하면 집을 상속받기로 했다. 한데 갑자기 그걸 포기할 테니 대신 그 절반 수준의 현금을 달라고 한 것이다. 엄마의 노후 자금 중 일억을 먼저 받고 나머지 금액은 부동산에 내놓은 땅이 팔리면 받겠다는 말에 언니는 얼결에 승낙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후 자금을 딸이 이용하는 게 재테크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기는 먹고사는 문제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주기로 한 딸과의 약속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왠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나이 들수록 돈이 더 중요하다는 친구들의 말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딸에게 전화 걸어 사실 노후 자금이 일억 밖에 없으니 줄 수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원래대로 약속한 자기 집을 상속받으라고 딸을 타일렀다. 그런 문제로 요즘 딸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고 언니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내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요즘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 노인에게는 돈이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진정한 효자는 자식이 아니라 돈인지도 모른다. 결국 육신이 병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자식의 손이 아닌 간병인 손에 몸을 의지하다가 죽을 테니까. 그러니 죽기 전에 똥, 오줌 가리고 죽는 것도 노년에 가장 큰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정말이지 돈이 없는 노년의 삶은 그야말로 끔찍하리만치 비참하리라.

어느 신부님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노후 자금만큼은 절대 자식들에게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식들이 사업 자금을 달라고 해도, 아파트 평수를 늘려 부모님을 모시며 효도하겠다고 해도, 절대 자식들 말 믿지 말고 노후의 돈은 오직 자신만을 써야 한다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먹고, 좋은 친구 만나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꽃 구경도 가고, 세상 구경도 실컷 다니며 남은 생을 즐겁게 살다가 죽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또 자식에게 재산을 주면 세 가지를 잃어버린다고 말씀하셨다. 첫째, 자식을 잃어버리고 둘째, 본인의 인생을 잃어버리고 셋째, 재산을 잃어버린다고. 나는 언젠가 유튜브에서 들었던 그분의 말씀을 언니에게 들려주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딸에게 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잔소리처럼 말했다. 언니는 딸이 크게 실망했을 것을 생각하면 무척 속상하다는 말을 남기곤 전화를 끊는다.

잠시 정신이 멍해진다. 그렇다면 나의 노년은 어떤가? 내 노년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은 고령화 사회이고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노인들은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없기에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로 인해 지금 세계 경제는 혼란스럽고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1위라고 한다. 어느 경제학자는 내년에 경기침체가 와야만 세계적인 고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한다. 만약 그렇게 되다면 자금난으로 동맥경화에 걸린 많은 기업은 위기를 맞을 것이고, 그 여파로 직장에서 해고된 실업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이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이해하여 노후 자산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부유층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살림살이가 더욱더 어려워지면 고금리에 금융 노예가 된 자식들은 부모의 노후 자금을 노릴 수도 있다. 또 온갖 사기꾼들은 친절하게 접근해서 돈을 뺏어갈 기회를 엿볼 것이리라. 한순간에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어 노후 자금을 몽땅 날려버린 노인네들, 다단계 사기 코인에 빠져 그동안 모아놓은 자금을 모두 날려버린 노인네들도 참 많다. 부모가 가진 돈이 없으면 능력 없는 그 자식은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버리는 살벌하고도 매정한 사회이기도 하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형편이다 보니 때로는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그러니 자식들에게 줄 목돈도 없다. 아니 설령 있다고 해도 부모와 자식 간에 돈 문제만큼은 분명히 선을 긋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늙고 병들면 자식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바로 부모인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에게는 부동산보다는 현금이 더 안전한 자산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다.

오늘 언니와의 통화에서 나 또한 노후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은 빨리 흘러가고 있고, 시대는 급변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돈의 흐름을 공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에 노인이라고 손 놓고 가만히 있다간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를 터. 그때 인터넷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이해’라는 강연이 제주문학관에서 있다는 프로그램이 뜬다. 강사는 금융계에서 아주 유명한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팀장)이다.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서 나는 얼른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강 신청을 했다. 생각을 바꿔야 노후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애써 용기를 내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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