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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13) 프로는 아름답다
[자청비](113) 프로는 아름답다
  • 이을순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9.2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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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순 소설가
이을순 소설가
▲ 이을순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프로는 그 전문 분야 하나밖에 모른다고. 그건 그 실체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프로야말로 다양한 분야까지도 두루 섭렵한 분들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프로들은 그랬으니까. 긴 세월 동안 자신한테 놓인 숱한 장벽을 뚫고 한 계단 한 계단씩 노력과 인내로 밟아 올라갔기에 오늘날 그들에겐 아름답고도 멋진 ‘프로’라는 타이틀이 주어진 것이다.

나 또한 한때 내 분야에서 프로를 갈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배우고 익히면 익힐수록 점점 희망은 멀어졌고 알면 알수록 내 능력의 한계도 깨달았다. 참으로 슬펐지만 그렇다고 애써 잡은 걸 놓아버릴 수도 없었다. 만약 놓아버린다면 다신 영영 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소설이었다. 형체도 없는 것을 늘 가슴으로 부둥켜안고 백지 위에 그려내야 하는 창작의 세계가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를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뭔가 배울 때는 누구나 어려운 시련과 좌절과 목마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때 포기를 하지 않고 주위를 잘 살펴보면 사막의 오아시스는 달콤한 지혜의 샘물이 되어 목마름을 촉촉하게 적혀준다. 그걸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도 따른다. 나는 비록 내 분야에서 프로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껏 묵묵히 내 길을 걸어왔기에 정녕 후회 같은 건 없다. 아니 오히려 가늘고 길게 무명 작가의 생명을 이어오고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어느덧 문인이 된 지도 내년이면 어언 20년의 세월로 접어든다. 이런 내게 하루는 뜻밖의 메일이 도착했다. 인터넷 오디오 영상 유튜버들로부터 낭독을 허락해달라는 메일이었다. 그러니까 지난여름 한국소설에 ‘섬이 된 여인’ 단편소설을 발표하자 유튜버들이 서로 낭독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걸 계기로 유튜버인(하소담-하루하루소리를 담다) 그녀가 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을 하나씩 세상 밖으로 내보내 밝은 햇살을 보게 해주었다. 낭독 목소리가 너무나 감미롭게 착착 감겨 들여서인지 느낌이 책으로 읽을 때와는 사뭇 달라서 듣기가 좋았다. 그렇게 나의 단편소설 다섯 편이 오디오 영상으로 제작되어 독자들과 만났다. 조회수 때문에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조회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유튜버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생면부지인 그녀로부터 인생의 소중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살다가 보니 내게도 이런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문득 고인이 되신 최윤희 ‘행복동화’ 작가의 강연이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 경기도 의정부 어느 행사장에서 나는 그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웃음과 함께 다섯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첫째, ‘셔터 문을 회전문으로 바꿔라’-마음을 열고 상대를 보면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웃음이 상대의 가슴을 여는 데는 최고의 열쇠가 된다.

둘째, ‘나는 오늘 어느 대학생으로 살 것인가’-그날 하루의 시작으로 마음에 따라 행복대학생이 될 수도 있고, 불만 대학생이 될 수도 있으며 감사대학생, 웃음대학생 등 수많은 의미 부여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다.

셋째, ‘진짜 나이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이 스스로 나이를 만들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 1초만 생각하라. 그 안에 해답이 나온다.

넷째, ‘나는 오늘 몇 개의 통장을 만들 것인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에 따라 그 결실 또한 얻을 수 있다. 도움 통장, 칭찬 통장, 감사통장, 인내 통장 등 많은 통장 중에 나는 과연 몇 개를 가지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 다섯째,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바꿔라’- 마음을 바꾸면 인생의 비타민이 될 수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그 당시 나는 문학의 프로를 꿈꾸고 있을 때였다. 뭐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끈기 있게 노력만 하면 프로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열정과 도전으로 똘똘 뭉친 지난 시절이었다.

오늘 故 최윤희 작가의 강연이 생각난 것은 어쩌면 내게도 새로운 마음의 변화가 필요해서인지도 모른다. 평소 자신에게 질책과 자책만 할 게 아니라 칭찬과 박수도 좀 보내주라고 내면의 소리는 내게 속살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글을 써왔으니 그 시린 마음을 이제는 따뜻하게 감싸줄 때가 되었다고. 앞으로는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가꿀 줄 아는 진정한 인생 프로가 되어 노년을 잘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고. 그게 아름다운 인생 프로가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아, 벌써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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