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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11) 장아찌로 나누는 행복
[자청비(111) 장아찌로 나누는 행복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9.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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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요리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타지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보내기로 하고 마트를 찾았다. 요리를 그리 잘하는 편이 못되서 부담은 되지만 요즘 인터넷만 검색하면 자세히 설명되 있어서 음식만들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마른반찬 몇 가지에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장아찌를 만들기로 하였다.

장아찌의 주재료는 마늘이다. 전통식품인 장아찌는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채소류를 가지고 담그는 것으로 마늘, 양파, 고추, 무, 오이 등을 장아찌의 재료로 쓰인다. 이들 중 가장 쓰임이 많은 것은 마늘이다.

마늘이 미국 타임지에서는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오늘날 웰빙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연안 지역이다. 백합과(白合科)중 가장 매운 식물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극동(極東)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품종 또한 다양하다.

요즘에는 장아찌도 갖가지 채소를 가지고 다양하게 응용된다. 마늘로 만든 마늘지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양파, 샐러리, 오이, 파프리카 등 그 종류도 다양해서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식탁에 올라온다.

입맛이 없을 때 마늘지에 밥 말아먹는 것도 별미다. 봄이 오면 어머니는 풋마늘로 마늘지를 한아름 담곤 하였다. 다른 찬은 없어도 일 년 내내 우리집 냉장고 구석을 차지하는 기본 밑반찬이었다. 소박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마늘지는 용도에 맞게 잘 익으면 고기와 함께 볶아낸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요리를 하다 보니 깊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내가 만든 음식을 주위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며칠 전 수확했다며 지인이 보내온 양파를 이용하여 넉넉하게 만들기로 하였다. 재료의 신선도와 색깔 간장의 비율을 고려하여 양파지를 만드는데 마치 요리 연구가가 된 기분이다. 양파에 오이, 파프리카, 싱싱한 생고추를 넣으니 색상과 모양만으로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만들어졌다. 일이 바쁘다 보니 음식 만드는 일은 관심 밖이었는데 요리에 관심을 가지니 다른 음식에도 도전하고픈 생각이 든다.

장아찌를 잘 숙성시키기 위해 신선한 곳에 차곡차곡 보관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아이들에게 보낼 장아찌도 구분해서 따로 두었다. 알이 작은 양파를 골라 4 등분하여 식탁에 올리니 작은 연꽃이 피어 오르는 듯 하다. 음식이란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담는 그릇과 모양도 중요한 것이다.

숙성된 마늘지와 양파지를 잘 아는 지인분께 보내 드렸다. 삼삼하니 입에 맞는다며 고맙다고 한다. 장아찌로 나누는 행복은 맛을 나누는 행복뿐만 아니라 정을 나누는 행복이기도 하다. 입맛 없는 여름날 장아찌가 밥도둑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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