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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제주시조시인협회 강영임 첫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발간
[신간] 제주시조시인협회 강영임 첫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발간
  • 서보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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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0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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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잔상들, 혹은 상처로 피워낸 꽃
강영임 시인 첫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표지
▲ 강영임 시인 첫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표지 ⓒ뉴스라인제주

강영임 시인의 첫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를 펴냈다.

이 시집은 제1부 ‘눈물방울 쓸쓸히 피어나서’, 제2부 ‘아물어도 흔적이란 걸’, 제3부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제4부 ‘수만 갈래 길이었네’ 등 4부에 걸쳐 57편의 시를 담고 있다.

이 시집은 가족의 서사를 비롯한 시인만의 시적 지향이 담겨 있다.

시인은 4‧3을 비롯한 제주의 굴곡진 역사, 사회적 부조리, 제주의 고유한 정신과 문화를 시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산한 삶 속에서 무수한 상처와 아픔을 발견하고 이를 깊이 있는 서정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정갈한 시조의 형식 속에 담긴 깊은 서정이 울림을 더한다.

특히 시인이 주목하는 있는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라는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무정하게 흐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과 상실, 기억과 전승의 순환 속에서 의미부여를 통해 존재감을 얻는 것이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강영임 시인은 지금은 없는 것, 혹은 부재의 징표로서의 흔적과 상흔, 혹은 잊혀져 소외되어 있는 것 등의 잔상 등을 통해서 정서적 효과를 산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문득 지금은 없는 것들을 떠올리며 그것들이 가지고 있었던 풍요로움과 가치, 그리고 충만했던 의미를 반추하면서 그것의 소멸과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통해서 정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했다.

강영임 시인은 서귀포 강정 출생으로 제주시조시인협회 허ㅣ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한그루 刊 30*205 / 116쪽 / 값 10,000원
 

[작품감상]
 

그루잠
 

포클레인 삽날이 새벽을 걷어낸다
땅 열리는 소리가 멀고도 가까운 듯
귓가에
뿌리처럼 얽혀
꾸역꾸역 내뻗는다

마당에 자목련이 복어배처럼 부푼 날
이승을 돌아들어 봄 흔든 사흘 밤낮
나는 또
삼십 년 만에
당신을 마주한다

명치끝이 꽉 메여 닿을 수 없던 길이
머리카락 한 뭉텅이 서너 줌의 유골로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멈춘 심장 에크모로 두어 시간 깨워도
어린 것들 놔두고 먼 길 간 어미 마음
마흔넷
말끔히 지우고
또다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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