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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97) 요가와 글쓰기의 닮은 점
[자청비](97) 요가와 글쓰기의 닮은 점
  • 박미윤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4.2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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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윤 소설가
박미윤 소설가
▲ 박미윤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우리 동네에 요가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씩 와서 요가 수업을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보내온 공문에 교육프로그램이 있다고 마을사무장이 알려주었고 부녀회 임원회의 결과 우리 동네는 요가 수업을 받기로 했다.

재작년에도 같은 요가 선생님이 수업을 해주셨는데 그때는 내 일을 다 봐가면서 슬렁슬렁 수업에 참여했더랬다. 그러나 올해는 내가 부녀회장을 맡고 있어서 책임감에도 수업에 빠질 수 없는 형편이 되었는데 첫날 수업에서 요가가 너무 힘들다고 느낀 몇몇 회원이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가 수업은 인원을 채우는 게 일이라 회장인 나는 더욱 요가 수업에 빠질 수 없다는 의무감이 요가 수업받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요가 수업을 하면서 요가와 글쓰기에 닮은 점이 있음을 느꼈다. 먼저, 시작하기 전까지가 힘들다. 요가를 받으러 가기 전에는 마지못해 농사일에 끌려가는 소처럼 발걸음이 무겁다. 그런데 일단 수업을 마치고 나면 뭉쳐있던 근육들이 풀려서 몸이 개운하다.

글쓰기 할 때도 일단 의자에 앉기가 가장 어렵다. 나 같은 경우는 꼭 써야 하는 글이 있을 때도 최대한 의자에 앉는 걸 미루는 편이다. 신경 쓰지 않았던 책상 정리도 하고 장롱 속 계절 옷들도 정리하는 등 급하지도 않은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의자에 앉는 시간을 늦춘다. 그러다가 자리에 앉아 집중해서 글을 쓰고 나면 글이 좋든 좋지 않든 눈에 보이는 글 작업량이 있으니 마음이 개운해진다.

둘째, 할수록 나아진다. 요가를 하면 평소에 쓰지 않는 몸의 부위들을 활짝 펴고 근육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내 몸 어디가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 나는 평소에도 어깨와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처음 요가를 할 때는 이 부분이 시멘트로 발라놓은 것처럼 뻣뻣해서 요가 동작을 할 때마다 통증이 심했다. 그러나 근 한 달이 지나가자 이 부분의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고 어깨 쓰는 것이 편해졌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글쓰기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나아진다.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 수업을 해주는데 열심히 따라오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훨씬 글쓰기 실력이 좋아진 걸 알 수 있다. 작가들도 이렇게 저렇게 글쓰기를 꾸준히 함으로써 자기 고유의 문장력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자신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요가를 하면 온몸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내 몸에 이런 근육들이 있었나 싶은 부위들이 아우성칠 때가 있다. 또한 실생활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쓰는 비율이 달라서 그런지 왼팔과 오른팔이 올라가는 정도가 다르고 왼쪽으로 몸동작을 할 때와 오른쪽으로 할 때 다르다.

글을 쓸 때도 그렇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무의식 속에 잠겨있었던 기억들이나 생각지 않았던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내 안에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요가의 이런 속성들이 글쓰기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많은 것이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이든 시작하고 꾸준히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삶에 긴장을 주고 그 긴장이 삶의 활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내 몸은 아직 많이 굳어있다. 다른 회원들이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쭉 펴 올려 손으로 발목을 잡을 때 몸치에 가까운 나는 장딴지를 잡고 버둥거리는 형편이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내 손은 점점 발목으로 하루에 몇 밀리미터씩 접근하고 있다. 요가 선생님이 말했다. ‘힘들지만 우리 몸은 공들인 만큼 보답을 한다’고. 몸이 조금씩 유연해지면서 어깨와 허리의 통증이 사라진 건 이번 요가를 하면서 얻게 된 최고의 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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