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흰 눈이 꽃으로 내려앉는다, 톡 톡 톡, 그 곁에서 조용히 읽어보는 편지 한 구절’
흰 동백
문 상 금
내보일 수 없어
더 소중한
그대 편지
한 구절
읽다가
울다가
돌아눕는 바다
물새 떼
같은
흰 뼈가
사무쳐
쓸쓸히
다 저무는
내 젊음의 바다
-제5시집 「첫사랑」에 수록
서귀포에는
수평선만 있는 줄 알았더니,
겨울 길거리에 동백꽃송이
톡 톡
서귀포에는
겨울이 왜 이리 따스한지,
동백꽃송이 고운 불빛들이
밤낮 대답하고
아아,
서귀포에는
절벽마다 그리움 기둥들이 많아,
볼 붉힌 동백들이
이토록 피어난다고
톡 톡 톡
섭섭함이 다(多)하여 흰 눈으로 내리라 하면
제일 먼저 너의 방 창가를 흩날리다
마당으로 떨어져 소복하게 쌓이고 싶다.
흰 동백 사이로 파도가 몰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날이면
나는 깊게 파묻어둔 편지를 꺼내어 읽다가 울다가
석양의 바다처럼 스르르 돌아눕곤 하였다.
이 세상은 흰 뼈가 사무쳐
잠을 설치는 쓸쓸함의 바다이다.
[글 문상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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