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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31) 미스오롬 서북진, 한라를 바라는 녹색물속 노꼬메
[오롬이야기](31) 미스오롬 서북진, 한라를 바라는 녹색물속 노꼬메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9.04 21: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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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이야기□
금불초 핀 노꼬메의 초가을
▲ 금불초 핀 노꼬메의 초가을 @뉴스라인제주

제주의 동북, 서북, 동남, 서남 4개 지구 중 대표 미인Miss은 동북의 도랑쉬(227m), 서북의 노꼬메(234m), 동남의 영ᄆᆞ루(영주산176m), 서남의 굴뫼(군산280m)와 동서해 미남Mister으로는 동녘해의 청산오롬(일출봉174m)과 서녘해의 굴오롬(산방산345m)이라 하겠다. 이 6개 오롬은 높이나 경관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오롬들이다.

큰노꼬메는 비고234m, 둘레4,390m, 면적923,692㎡, 족은노꼬메는 비고124m, 둘레 3,112m, 면적 601,440㎡로 모두 북서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다. 26,000년 전, 제주화산이 활동할 시 생긴 오름으로 ‘아아 용암aa lava’이 분출로 만들어졌다. 아아 용암은 현무용암의 한 종류로 점성이 높고 유동성이 낮은 용암이라 한다. 용암 중심부는 치밀한 용암류로 표면이 거친 클링커층이 나타난다고 한다. 아아용암 분출의 근본은 애월곶자왈지대를 이루는 조면현무암으로 제주 숲지대는 이런 곳자왈 지대로 이뤄진 게 특징이다.

오롬의 기본상식이 없는 이 들은 순수 제주어인 ‘오롬’을 한국어 ‘오르다’ 라는 동사에 ‘ㅁ’을 덧붙여 명사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주오롬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제주사람들은 오롬이란 말을 오래 전부터 써 왔다. 그러나 사실은 만주(북방계)에서 처음 이주한 고량부高粱夫 삼성이 가지고 온 말들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따로 기술할 것이다.

만주어인 ‘ᄋᆞᆯ→ᄋᆞ리’는 영아리(안덕), 물영아리(남원), 여문영아리(표선), 물장오리, 쌀손장오리. 테역장오리, 개오리, 샛개오리, 족은개오리(제주시)등에 쓰였다. 이 오롬들의 공통점은 한라산 깊은 곳에 있다. 처음에는 ᄋᆞᆯ→ᄋᆞ리로 쓰이다가 몽골의 영향이 미치면서 비슷한 북방계 몽골어인 ‘ᄋᆞᆯ→ᄋᆞ르’ 가 ‘오롬’으로 진화, 명사화 된 것으로 이해된다.

족은노꼬메에서 큰노꼬메 가는 길
▲ 족은노꼬메에서 큰노꼬메 가는 길 @뉴스라인제주

‘노꼬메’의 ‘메’는 ‘오롬’이란 말인데 ‘노꼬메오롬’이란 말은 ‘역전앞, 계란지단, 빵떡, 모찌떡, 라인선’이라 말하는 것 같다. ‘메’가 오롬인데 ‘오롬’이라 덧붙이는 건 잘못이다. ‘메, 미, 비, ᄋᆞ리=아리, ᄋᆞᆯ=오르>오롬’ 등은 한국어 ‘뫼’ 또는 만주어 몽골어에서 온 ‘오롬’이라는 말들이다. 필자는 만주와 몽골에서 20년을 살며 이미 익혀 온 바이다.

‘노꼬메’는 아직껏 그 뜻을 밝히지 못했다. 한자로어는 제주어(만주어-몽골어)를 음차한 것이다. 노리손이(노로오롬, 노루생이/연동), 큰노리손이-족은노리손이(봉개동), 족은노로오롬(애월고성), 노로오롬-큰노꼬메-족은노꼬메(유수암-소길리), 대록산-소록산(가시리) 등의 공통점은 한라산에 연달아 있다.

네이버사전(백과)에서 ‘산맥’이란 ‘산봉우리가 선상線狀, 대상帶狀으로 길게 연속된 지형, 산지들이 연이어 있는 지형(산맥)이다.’ 몽골에서 ‘①어워~Овоо, ②오~르Уул ③노로~нуруу’가 있다. ①어워~Овоо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서낭당에 돌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 제주에서는 “우리 말馬 우리 소牛가 어디쯤 있나?” 보려는 도독한 망동산 같은 것이다. ②오~르Уул는 독립된 오롬이고 ③노로~нуруу는 산맥의 뜻이다.

제주오롬에서 ‘노루, 노리, 녹鹿lù루(2성으로 짧고 강하게 내려 읽음)’는 산맥을 일컫는다. 실제로 노꼬메의 특징은 ‘한라산 가까이 연달아 있다.’ 노꼬메 아래는 거문덕이오롬(북)-알오롬(동)-애월곳자왈-궷물오롬-족은노꼬메-큰노꼬메(남동)들이 맥을 같이하고 위로는 노로오롬-족은노로오롬-삼형제오롬-이스렁-어스렁오롬-한라산으로 이어진다.

노꼬메서 바라본 어승생
▲ 노꼬메서 바라본 어승생 @뉴스라인제주

또 노꼬메의 ‘꼬’는 몽골어 ‘고이гоё’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고이гоё’는 ①‘좋다, 멋있다, 아름답다’ ②‘풍성하다, 많다’는 뜻의 동성모음이다. 예로서 모고이(뱀), 톨고이(고개, 머리) 등이다. 이를 몽골어로 표기해 보면 ‘노로~고нуруугоё’인데 중국어로 음차 해 보면 루꼬lùgāo鹿高, 루꾸lùgǔ鹿古, 루꺼우lùgǒu鹿狗,로 발음되는데 몽골어와 유사하다. 즉 노꼬메는 몽골어로 ‘아름다운 오롬(한라산맥 중에 속한)’이란 뜻이다.

노꼬메 가는 길은 제주~서귀포 간 한라산횡단도로>우회전>산록도로>좌회전 하던지, 제주~중문간 4차선(평화로)>우회전>산록도로>우회전>소길리 마을공동목장 입구>500m 쯤 더 가면 노꼬메 주차장이다. 큰노꼬메, 족은노꼬메. 궷물오롬은 이어져 있어 한 날에 탐방할 만하다.

노꼬메 탐방은 4 코스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길은 목장을 지나는 들판길이다. 백로白露를 여드레 앞둔 들판에 고사리는 이미 누렇게 물들었다. 조금 더 지나면 가을볕에 검붉게 될 것이다. 가끔은 찔레나무 등을 타고 으아리꽃이 하얗게 뒤집어 씌었다. 보랏빛 엉컹퀴, 누린내풀, 무릇, 이질풀꽃, 며느리밑씻게와 노란 물양지꽃, 짚신나물꽃, 금불초가 화사하게 황금빛을 발한다.

두 번째 길은 숲길이다. 경주김씨 가족묘지를 끼고 들어서면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에는 식재된 곰솔, 삼나무가 아름 넘길만하다. 그 아래는 화살나무, 꽤꽝나무 등의 작은 나무들, 그 아래는 키 작은 산죽이 빽빽하다. 탐방로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궷물오롬서 본큰노꼬메족은노꼬메
▲ 궷물오롬서 본큰노꼬메족은노꼬메 @뉴스라인제주

세 번째 길은 가파른 비탈길 층계이다. 숨 가쁘게 오르는 층계는 한라산을 오르는 것 만하다. 좌우편 비탈 숲에는 제주산 나무들이 가득하다. 고로쇠, 때죽나무, 서어나무와 쉼터에는 제주산 산벗나무도 있다. 태풍이 지난 후 고로쇠, 산딸나무 푸른 가지들이 태질당해 나뒹군다. 언덕 아래서부터 따라온 산죽나무가 푸른 카펫을 깔아놓은 듯 시원하다.

네 번째 길은 오롬능선길이다. 노꼬메는 원형 굼부리 한쪽이 침식하며 말굽형이 됐다는데 굼부리가 깊고 길다. 정상에 이르면 헉헉거리며 올라온 만큼 환상적이다. 층계가 끝날 쯤에는 철쭉이 자리 잡았고 능선을 오를 때까지 곰솔은 호위병처럼 따라 온다. 산딸나무는 북쪽으로 벽을 치고 황새풀은 남쪽으로 자리 잡았다. 날개를 펴면 한라산까지 녹음 위를 날고 싶다.

애월곳자왈은 녹색물이 넘실거린다. 북쪽은 바리메, 족은바리메, 북도라진오롬, 괴오롬과 바다 건너 비양도까지 훤하다. 남쪽으로는 곳자왈 푸른 숲 멀리 한라산이 보이나 힘들게 몇 차례 올랐지만 구름이 가려 뵈지 않는다. 다만 파란 옷자락 끝에 어승생만 삐죽이 얼굴 내민다.

빼어난 미스 오롬 서북진. 녹색 물에 잠겨서 한라를 바라는 노꼬메는 신이 준 축복이다. 지난 봄, 궷물오롬~족은노꼬메~큰노꼬메까지 탐방하였다. 푸른돌담 잣성 길, 쌓인 낙엽아래 솟아오르는 노루귀, 바람꽃, 복수초들, 겨울 속에 피어난 꽃을 보니 가슴 설레었다. 낙엽이 지면 눈이 쌓이고 다시 오는 봄은 전설처럼 봄꽃을 피워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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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2020-09-04 23:02:02
이번에 힘들게 노꼬메의 뜻을 찾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한날에 오롬 세개를 오르느라 고생했지만 몽골어에서 뜻을 찾는데는 더 고생스러웠다. 그러나 이 모든 고생이 고향 제주를 찾고 세우는 일이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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