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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28) 진격하는 장군의 모습 같은 명당터 오롬
[오롬이야기](28) 진격하는 장군의 모습 같은 명당터 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8.22 2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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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선흘2리 입구에서 본 우진제비오롬
▲ 선흘2리 입구에서 본 우진제비오롬 @뉴스라인제주

제주~표선 간 대로인 번영로 상에서 제주시 동북 중산간 마지막 동네인 회천동을 지나서 좌측 첫 번째 오름은 조천읍 대흘리 소재의 사미악思美岳(ᄉᆞ미오롬, 세미오롬)이다. 거기서 더 동쪽으로 나가면 번영로 도로를 꽉 차게 떠오르는 당당한 오름이 우진제비다. 그리고 우진제비오롬에서 2킬로 못가서 대천동 4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좌회전하면 거슨세미가 나오고 직진하여 1킬로 쯤 지나서 좌측에 성불오롬, 우측에 비치미(오롬)을 만나게 된다.

우진제비오롬은 해발410.6m 비고126m, 둘레2,353m로 굼부리(분화구)는 긴 말굽형인 U자형이고 북동쪽으로 열려 있다. 근방의 오롬 중에는 서쪽으로 세미오롬-우진제비-거슨세미-성불오롬이 있는데 앞의 두 오롬과 뒤에 구좌읍 두 오롬의 공통점은 모두 샘이 있다. 샘의 수량으로 보건데 거슨세미-성불세미 수량이 조금 더 많고 우진제비는 성불세미보다 약한 편이고 세미오롬은 샘이 없는 참흙바닥에 고인물이다.

이 오롬들 중 성불오롬은 성불암자가 있던 곳이라 성불오롬이라 이름이 바뀐 것 같고 거슨세미나 세미오롬은 샘에 의미를 중히 여겨서 이름 지어진 것 같다. 이에 비하여 ‘우진제비오롬’은 그 이름이 특이하다. 김종철의 ‘오롬나그네’에서도 그 어원을 알 수 없다하고 오창명 교수의 ‘제주도 마을 이름의 종합적인 연구’에서도 ‘우진’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탐방 시적점인 우진제비 윗샘물의 모습
▲ 탐방 시적점인 우진제비 윗샘물의 모습 @뉴스라인제주

조선 현종(1659∼1674) 때 제주목사 이원조가 쓴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 ‘산천(山川)’ 조에 표기된 제주목 43개 오롬 중에도 우진제비는 찾을 수 없다. 한편 ‘뉴제주’의 조문욱 기자의 이야기는 “우진제비오름은 산세의 기운이 좋아 명당터로 천월장군이 태어날 곳으로, 또한 오름 품안에서 흐르는 우진샘은 장군이 칼을 차고 사병들을 사열하는 터로 알려지고 있다.” 는데 필자가 어른들에게 들은 말과도 유사하다.

‘우진제비오롬’은 누워 있는 소의 형상과 날아가는 제비의 형상이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누운 소 같기도 하고 날아오르는 제비를 닮았다 하겠으나 이는 우진+제비라는 음차 된 한자어를 한글로 해석하는 잘못된 예이다. ‘우진제비’는 한자로 ‘牛進, 牛鎭, 牛鎭接, 牛眞貯岳, 于鎭’ 등으로 쓰였는데 본래는 이렇게 쓰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오롬의 본래 이름은 ‘우진체비WuJinqiēbǐ武進切比로 쓰였을 것이다. 우진WuJin의 우武는 굳세다, 용맹하다, 진進은 나아가다, 전진하다, 이기다, 체비切比qiēbǐ의 체切는 끊다, 접하다, 베다, 비比는 비교하다, 비유하다, 손짓해서 설명하다, 닮게 하다, 견주다’는 뜻이다. 즉, ‘우진제비’는 ‘적을 베기 위해 진격하는 장군의 모습과 비교되는 명당터’라는 뜻이다.

잘 다듬어진 우진제비 탐방로의 모습
▲ 잘 다듬어진 우진제비 탐방로의 모습 @뉴스라인제주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여명연합(고려+명나라)군 수장 최영장군은 명월포로 상육한 후 어림비(어음리), 도내미(봉성리-도내오름)에서 본진은 조비악鳥飛惡(새별오롬)을 새성新城삼아서 대치하는 몽골+제주목호군을 맡고 제2진은 몽골의 다루치 탐라총관부가 있는 본부인 정의군 수산진의 대왕산을 치려고 나갈 때 우진제비를 보고 몽골군의 잔재가 있는지 정탐하고 접수할 때 우진제비의 산세를 보고 우진체비WuJinqiēbǐ(武進切比)라 한 것을〉 한국어로 음차하여〉 우진제비라 전해진 것으로 추측한다.

필자는 군사작전에 문외한이지만 최영장군이 새별오롬의 몽골군만을 1:1로 대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진은 서쪽에서 2진은 후방인 동쪽에서 적을 몰고 제3진은 우진제비를 거쳐서 남쪽으로 나가서 서귀포 법환에서 본진과 만나도록 했을 것이다. 몽골군들이 서귀포로 도망하여 법환바다 쪽으로 몰고 가서 막을 쳐 숙영하였는데 이곳이 ‘막숙’이다. 원(몽골)은 여명연합군에 의해 범섬으로 들어가서 최후를 마친 것은 이미 역사로 전해지는 바이다.

번영로에서 우진제비로 갈 때 대부분은 ①대흘4거리-도깨비공원 입구교차로-좌회전-우진제비로 가나 그렇게 되면 좁은 길을 돌고 돌아가게 된다. ②선흘2리 4거리를 지나서 조금 더 가면 ③우진오롬 길에서 좌회전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길이 넓고, 가깝다. 이 길(우진오롬길) 앞에서 직진해 버리면 400m앞 4거리(표지판/ 우:산굼부리, 좌:거문오롬)이니 명심해야 한다.

해뜨는 아침에 서쪽에서 본 우진제비
▲ 해뜨는 아침에 서쪽에서 본 우진제비 @뉴스라인제주

탐방로는 우측계단으로 올라 우진샘으로 내려오던지, 그 반대든지 어느 편도 좋지만 맑은 날이면 우진샘으로 가는 게 덜 힘들어 보인다. 탐방로는 호젓하고 아담하여 운치가 있는데 어떤 계절에도 좋다. 대부분의 제주오롬들은 야자매트로 깔렸으나 우진제비는 야자매트-돌계단-야자매트-돌계단-야자매트로 이루어진다. 제주돌(현무암) 계단에는 푸른 이끼가 끼어서 더욱 제주스럽고 안전상에도 미끄럽지 않아서 눈비가 올 때도 사고예방에 좋다.

우진제비오롬은 제주의 어떤 오롬보다 식생이 다양하다. 봄에는 복수초, 바람꽃, 산자고, 제비꽃 등이 피고 늦은 봄에는 사스레피나무, 가막살나무, 윤놀이나무, 산딸나무, 꽤꽝나무(가마귀쥐똥)등의 하얀꽃이 핀다. 또한 연미색 속에 하얀꽃을 피우는 떼죽나무가 피더니 초 여름에는 연보라빛 작살나무꽃, 진보랏빛 산수국 등이 피어난다. 뙤약볕이 타는 듯한 처서 날에 우진제비를 올랐더니 한 여름의 오롬은 또 다른 모습이다. 말오줌때, 가막살, 아웨나무는 붉은 열매로 익어가고 산딸나무 때죽나무는 엄지손가락만한 푸른 열매가 달렸다.

우진제비는 샘이 있고 나무가 많아서 습도가 보존되어 여름한철에 더욱 진하게 출렁인다. 오름 입구부터 질푸른 편백나무 기둥 아래 양치식물인 고사리, 고비 종류가 많은데 소철 같이 곱게 자란 관중과 가는 연두색꽃-우슬초, 보랏빛 물봉선, 보랏빛 개맥문동, 하늘빛 닭의장풀, 노란색 달맞이꽃이 가득하다. 흰꽃을 피우는 넝쿨 3형제인 사위질빵, 박주가리, 하늘타리와 연보라빛-의아리, 붉은 속-계요등, 노란빛 단풍마 자매들도 이놈, 저놈 붙잡아 오르며 꽃을 피운다. 계단을 오르는 언덕에 제주단풍마는 나무에 올라서 꼬리를 내리고 출렁거린다.

그 옛날 윗샘은 식수로 사용하고 그 아래 동그란 서너 평의 연못에는 저절 자랐는지 심었는지 미나리도 보인다. 언제인가 오롬을 오르려는데 노루가 물을 마시고 있어서 한참동안 앉아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던 적도 있다. 물에는 1등급 물에 사는 도롱뇽 올챙이, 소금쟁이, 물방개도 보인다. 이제는 물 뜨러 오는 이가 없으니 우진샘도 동물들 차지다. 양하(양애끈)나물들이 푸른 잎을 피우는데 보랏빛 물봉선과 황금빛 이별초가 가을을 재촉한다.

30여 분이면 전망대가 있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전망대 바로 서쪽에는 국토의 평면위치를 측량하기 위한 삼각점이 박혀있다, 전망대에서는 도랑쉬, 북오롬, 알밤오롬, 부대오롬, 거문오롬, 세미오롬 등이 보인다. 지난겨울, 바람불고 눈 오던 날 우진제비는 흰 눈에 쌓였는데 멀지 않은 곳의 들판과 오롬들이 꿈처럼 펼치고 솟아오르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운무가 낀 이아침도 정겹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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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2020-08-23 07:31:44
제 개인 적의견으로는 동부 일대에서 제일 좋은 오롬이라고 봅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이니 언제든 가보기를 권합니다. 모두 정겨운 내고장 오롬들이 이렇게 우리를 부르는데 아깝지 않나요. 그리고 아직까지 우진제비를 이랗게 자세하게 설명한 한 곳은 어디도 없는 가장 새로운 이야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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