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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26) 거슬러 흐르는 샘이 있는 오롬, 둘레길이 일품인 거슨ᄉᆞ미오롬
[오롬이야기](26) 거슬러 흐르는 샘이 있는 오롬, 둘레길이 일품인 거슨ᄉᆞ미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8.0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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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북쪽 송당마을 더덕밭에서 본 거슨세미오롬
▲ 북쪽 송당마을 더덕밭에서 본 거슨세미오롬 @뉴스라인제주

번영로상 대천동 4거리에서 좌회전하여 2분 좌우면 도착하는 거슨ᄉᆞ미(거슨세미)오롬, 급하지 않다면 비자림로를 이용할 것을 강추한다. 제주시에서 서귀포 방면 5.16도로를 타고 가다가 비자림로(1112도로)를 타고 내려온다면 환상적인 제주의 진면목眞面目을 볼 수 있다. 5.16도로에서 평대(세화)까지 이르는 이 길이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1등’으로 뽑힌 비자림로이다.

비자림로 상에는 절물휴양림,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산굼부리 등이 인접해 있다. 이 길은 따라 대천동 4거리에서 직진하면 거슨ᄉᆞ미오롬이 있다. 그리고 더 나가면 비자곳 숲길까지 이르는 제주 동부 최고의 관광코스이다. 굳이 등반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만한 드라이브코스를 찾을 수 없다. 간단한 피크닉차림으로도 좋은 곳이 거슨ᄉᆞ미오롬이다.

버스를 이용할 때도 1112번길(비자림로)을 따라 번영로상 대천동 4거리에서 송당마을을 가는 이 길은 거슨ᄉᆞ미오롬에서 하차하게 된다. 건너편은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는 국립제1목장이 시작된 송당목장과 민오롬으로 가게 된다. 거슨ᄉᆞ미오롬 길을 돌아가는 길에는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안돌오롬으로 가는 곳도 바로 거슨ᄉᆞ미 4거리에서 시작된다.

.제주 368개 오롬 중에 샘오름은 37개가 있는데 그 중 제주시 24 곳, 서귀포시에 13 곳이 있다. 거슨ᄉᆞ미오롬도 그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앞에 ‘거슨’이란 말이 붙는데 이는 제주어로 ‘거스르다’라는 말의 명사형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산에서 바라로 흐르는데 거슨ᄉᆞ미(샘)는 바다를 거슬러 한라산 쪽으로 흐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쪽에서 본 거슨세미
▲ 남쪽에서 본 거슨세미 @뉴스라인제주

전문가의 의견은 거슨ᄉᆞ미오롬의 지하수체는 ‘스코리아층이 하부를 받치고 있는 용암에 의해 하방침투가 안되어 용암의 노두를 따라 용천하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스코리어는 제주의 제일 많은 돌 종류인 현무암이 높은 열에 의해 마그마의 얇은 껍질로 공기구멍이 형성된 거품 같은 것이다. 즉 용암이 거품 모양으로 분출된 경우이다. 제주는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지하수 개발이 되지 않아 송당 일대의 사람들은 이 물을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거슨ᄉᆞ미는 스코리어 층을 타고 솟아 나오기에 깨끗이 흘러내린 것이리라.

거슨ᄉᆞ미오롬 남쪽 주차장(북쪽은 시설이 없고 안돌-밧돌오롬 입구임)에서 남-서쪽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나가면 중간에 연못을 보게 된다. 양쪽에는 목재의자도 있으니 쉬었다 갈만하다. 보편적으로 거슨ᄉᆞ미(샘)를 여기로 오해하는데 실제로 거슨ᄉᆞ미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소로를 10여m 따라가면 나뭇가지 속에 싸인 샘을 보게 된다.

샘에는 바가지도 있어서 오롬꾼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해 준다. 이 아래 있는 못은 여기서 흘러내려 모인 물들이다. 겉으로 못을 보면 침전된 흙이 검은색이라 깨끗해 보이지 않으나 자세히 보면 1급수에만 사는 도롱뇽 알들을 볼 수 있다. 이 연못에서 숲길만 거르려 할 때는 (둘레 길 3,500m) 왕복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거슨ᄉᆞ미오롬으로 올라가는 길은 연못에서 조금도 나가서 오른 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숲 둘레 길을 돌려 할 때는 둘레 길을 따라서 직진하면 된다. 오롬 정상을 올라 한 바퀴 돌고 둘레길까지 돌아오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거슨ᄉᆞ미오롬의 높이는 해발 380m이나 산 높이를 말하는 비고는 125m에 지나지 않는다.

거슨세미 샘물
▲ 거슨세미 샘물 @뉴스라인제주

그러나 거슨ᄉᆞ미오롬은 굼부리가 비스듬히 길어서 높은 줄 모르고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거슨ᄉᆞ미오롬은 서쪽방향으로 길게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다. 제주도에서는 ‘말굽형’ 굼부리를 하나로 구분하나 필자는 3개로 세분한다. 첫째는 활弓자형으로 지미오롬, 둔지오롬처럼 굼부리가 유실되거나 극히 짧은 경우이다. 두 번째는 보통 말굽형으로 굼부리가 눈에 보이는 경우로 100m 이내이다. 셋째는 긴U자형으로 거슨ᄉᆞ미나, 거문오롬, 노꼬메 등으로 굼부리가 길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이고 100m이상으로 세분해 볼 수 있다..

거슨ᄉᆞ미오롬 탐방은 일반적으로 남쪽 주차장을 이용하게 된다. 주차장에서 서쪽 방향으로 나가면 비자나무 조림지로 나가게 되는데 거기서 계속 오른쪽으로 나가면 된다. 오른쪽으로는 안돌오름으로 나가는 길을 끼고 가나다 나무의자가 있는 삼거리를 만나가 된다.

오른쪽으로 나가면 남쪽 방향으로 나가는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나가게 된다. 계단이 없는 비스듬한 길을 따라가기에 힘들지 않다. 정상에서 동북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게 된다. 계단을 조금 타고 비탈도 다소 있으니 이런 점을 감안하여 북쪽 능선을 먼저 탈 것인지, 아니면 비스듬한 남쪽 능선을 먼저 탈 것인지 작정해야 한다.

거슨ᄉᆞ미오롬에서 북쪽은 안돌-밧돌오롬이 보이는 바다 쪽이고 남쪽은 그 반대편이다. 거슨ᄉᆞ미오롬 정상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는 ᄃᆞ랑쉬오롬, 높은오롬, 성불오롬 등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안돌오롬, 밧돌오롬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채오롬이 보인다. 그러나 남쪽은 숲에 가려서 오롬들을 볼 수 없다.

남쪽 능선에서 본 안돌오롬과 체오롬
▲ 남쪽 능선에서 본 안돌오롬과 체오롬 @뉴스라인제주

웬만하면(3~4시간을 투자한다면) 거슨ᄉᆞ미-안돌-밧돌, 세오롬을 하루에 탐방할 수 있다. 그 경우에는 주차를 북쪽 주차장에 해야 한다. 그러나 남쪽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하루에 거슨ᄉᆞ미만 탐방하려고 한다면 북쪽주차장-둘레길-남쪽 능선-정상-거ᄉᆞ미(샘)-서쪽둘레길-소나무숲-편백나무숲-비자나무숲-남쪽주차장으로 돌아오면 되는데 1시간 30내로 가능하다.

초봄, 2~3월, 정상 산불감시초소 앞에는 복수초가 노랗게 군락을 이룬다. 동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3~4월에는 산자고들이 하나둘 피어난다. 4~5월에는 꽤꽝나무(까마귀 쥐똥나무)가 향기를 날리고 둘레 길에는 어디서도 보기 드믄 찔레꽃이 만발하고 5~6월에는 가막살나무의 하얀 꽃다발, 부끄럽게 잎새 뒤에 숨어 피는 작살나무 보랏빛 꽃도 볼 수 있다. 6월부터는 오롬둘레 길에 산수국이 지천을 이룬다.

8월 1일 여름이 한창인 거슨ᄉᆞ미오롬은 봄에 핀 꽃들이 열매를 맺는데 여름 한철에도 오롬에는 꽃이 핀다. 분홍빛 자귀나무 꽃, 구리장나무의 분홍빛에 싸인 하얀꽃, 잡목줄기를 타고 하얗게 피어나는 사위질빵은 여름 한철의 귀한 꽃들이다. 그리고 풀섶에는 노란돌양지꽃과 보랏빛 맥문동, 무릇 등이 피어난다. 특히 거슨ᄉᆞ미 둘레길에는 관중이라는 소철같이 생긴 고사리들이 화분에 심고 싶은 탐나는 식물들이다.

그런가하면 아직까지 제주산야에서 본 다래나무 중에 이보다 큰 거목은 없었다. 또한 머루, 으름, 쌍동 등의 야생열매들도 아직은 산을 지키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여름 한철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걸을 수 있는 길 중에는 거슨ᄉᆞ미 둘레 길만한 곳이 없다. 그러나 너무나 한적하기에 혼자서 다니기에는 으슥할 만큼 자연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오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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