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2 09:56 (목)
[오롬이야기](18)몽골 총관부 말목장 중심지인 왕메와 족은 왕메
[오롬이야기](18)몽골 총관부 말목장 중심지인 왕메와 족은 왕메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6.12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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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동북쪽에서 본 왕메
▲ 동북쪽에서 본 왕메 @뉴스라인제주

인터넷에서 대왕산을 찾으면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전남 순천시 승주읍 구강리, 전남 영광군 묘량면 월암리, 경북 청도군 금천면 김전리 등 6곳이 나온다. 이 말인 즉 흔한 산 이름이라는 말이다. 성산읍 수산리의 왕메는 이제껏 대왕산大王山이라 불려왔는데 제주에서는 왕미, 외양뫼 등으로 불려졌다.

조선후기 헌종 7년인 1841~1843년까지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이원조李源祚가 쓴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 ‘산천山川’ 조에 표기된 77개 오롬이 나열되었는데 왕메는 나타나지 않는다. 왕메는 수산리 1431번지 일대이며 이웃한 족은왕메는 수산리 2160번지에 있다. 족은왕메는 한자표기로 소왕산小王山이라 표기하는데 족은 왕미라고도 한다. 왕메는 북서쪽으로 열린 말굽형이며, 족은왕메는 서쪽으로 열린 말굽형오롬이다.

왕메와 소왕메 두 오롬은 성산읍 수산평 벌판에 다소곳이 솟아 있다. 성산읍 동쪽 첫 번째 마을인 시흥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며 수산~송당 간 중산간 도로상에 있다. 왕메는 해발 157,6m 이나 표고는 83m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족은왕메는 표고 28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언덕 같다.

왕메는 송당에서 수산으로 가는 노상에 있다. 오른쪽 길가에 일출농장 돌비가 있고 그 옆에 ‘대왕산 가는 길’이라는 작은 나무 표지판이 있다. 그런데 차를 타고 휘익 지나가버리면 내비게이션은 다시 수산리 로타리를 돌고 다시 일영농장 돌비 앞에 이르는데도 지나치기 일쑤다.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오롬을 보고 찾기는 좀처럼 어렵다.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 보니 누가 심었을까 비자나무도 보이고 동백나무도 보인다. 길이 좁으니 천천히 차를 몰고 간다. 붉은 잎을 피우는 아웨나무, 예덕나무, 황금빛 피우는 참식나무, 푸른 열매를 맺히는 천선과, 등의 제주산 나무들이 좌우에 가득하다. 오롬 맞은편 들판에는 송씨, 신천강씨, 군위오씨, 평택림씨 등의 가족 묘지들이 보인다. 이중 강, 오, 송씨 등은 700년 전에 몽골에서 제주로 이민 온 15개 성씨 들 중의 하나이다.

왕메로 가는 길
▲ 왕메로 가는 길 @뉴스라인제주

움돋는 나무와 가족묘 등을 보며 가다보니 왕메를 찾았는데도 입구를 지나쳐 버렸다. 수차례를 보았어도 왕메를 찾는 이 없으니 입구를 지나쳐 버렸다. 계속 시멘트 농로를 따라 가다보니 포장은 끝나고 두자 가까이 자란 풀을 헤치며 따라가니 허물어진 잣성 사이로 희미한 샛길이 보여서 차를 멈추고 풀숲을 헤치고 오르니 누군가 메어놓은 밧줄이 보여 따라간다.

오롬 아래쪽에는 식재된 소나무들이 자라는데 오롬 정상부근에는 제주산 나무들이 가득하다. 산불초소가 보이는데 어느 날은 입구 아래편에 두 대의 트럭들이 세워져 있더니 오토바이 굉음이 들려 올라가 보니 네 사람이 기계톱으로 산불감시 초소 아래편 잡목들을 자르고 있었다. 박수를 쳤다. “삼촌! 수고 햄수다! 기왕에 이발 하는데 좀 더 산뜻하게 쳐줍서 예!”

그러고 보니 기분이 상한다. 제주산 나무들은 잘리고 심어놓은 소나무들은 멀쩡하다니 . . .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더니 본 지방 나무들은 잘리고 심겨진 외지산 나무들은 대접 받다니 제주인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정상 둘레 길을 돌며 보니 후박나무, 머귀나무, 사스레피, 구럼비, 보리수나무들이 자란다. 쟈스민 향기인 듯 은은한 향기를 뿜는 것은 쥐똥나무 꽃이다.

기분 상한다. “쥐똥나무라니, 꽤꽝낭이야! 꽝꽝나무는 반도에 없으니 ‘꽝꽝나무’인데 꽤꽝나무는 반도에도 있다고 쥐똥인가?” 아마도 까만 열매, 먹을 수 없는 열매를 보고 그렇게 부르겠지만 봄이 익는 제주오롬의 이 아름다운 향기를 쥐똥이라고 하다니. . . 안 돼! 꽤꽝낭이어야 해! 정상을 벗어나 오롬 둘레 길을 도는데 숲이 우거져 보이지 않는다. 언 듯 보이는 굼부리도, 주위의 전망도 그렇다.

오롬 왼쪽으로는 오롬 아래 둘레길이 있고 농지들은 늦은씨를 뿌리려고 밭 갈아 놓았는데 다른 곳과 달리 붉은 모래참흙이 참 좋다. 그러나 넓은 땅에 농사지을 사람은 적으니 아직도 황무지와 잡풀이 우거진 곳들이 많다. 곳자왈도 아닌데. 오른 쪽으로 오롬을 내려와 보니 온통 묘지들로 꽉 차있고 둘레길은 없다. 올레길도 없이 막힌 묘지를 차를 타고는 다닐 수도 없는데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이 오롬 아래로 몰려든 것일까?

서남쪽에서 본 왕메
▲ 서남쪽에서 본 왕메 @뉴스라인제주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옛날 지관이 이 산줄기에 임금王字가 있어서 ‘대왕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왕의 다리 아래라도 조상을 묻어 자손의 번영을 바라는 자손들의 바람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관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왕자王字’는 보이지 않는다.

700년 전 김방경장군이 이끄는 여몽연합군이 김통정 장군이 이끄는 삼별초군대를 무찌르고 난 후 제주는 100여 년간 몽골치리 아래 놓이게 된다. 이때 몽골의 ‘다루가치’의 탐라총관부는 말을 키우는 마장을 운영하게 된다. 몽골은 10개의 마장과 우도, 정의군 녹산장, 상장, 침장과 대정현 지역의 모동장을 합쳐서 15개 지역으로 나누어 관리하였다. 수산진(현재 성산읍)지경은 10번째 마장에 속하여 있었다.

다루치가 대왕산이라 하고 탐라총관부 중심을 삼은 것인지? 수산진에 속한 제10마장의 중심을 삼은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수산진 중심은 되리라 본다. 그런데 왜 조선조 때 영주목사 이원조는 탐라지초본에 77개 오롬을 등재하면서도 정의군 왕메는 등재하지 않았을까? 조선조는 명나라와 화친을 유지하며 원나라(몽골)에 관한 것은 한국이 일제시대에 잔재를 없애려 하듯이 총관부가 있던 왕메를 의도적으로 누락 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롬 북동쪽에는 소왕산이 있고, 남쪽에는 ‘왕자동’이라고 한다는데 동네를 다니며 “이 근처 어디에 왕자동이 있느냐?”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 동네에서 낳고 자랐다는 70중반의 노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한다. 이 역시 몽골시대에 생긴 말인지 알 길이 없다.

오롬 앞에 메밀꽃이 온 들을 향기로 뒤덮었다, 몽골이 “제주사람들이 먹고 죽으라”고 메밀씨를 주었다는데 제주사람들이 어찌 알았을까? ‘메밀의 독성을 무로 잡는다는 걸...’ 어머님 생전에 메밀가루로 국수를 끊이며 무를 썰어 놓거나 무를 채 썰어 메밀빙을 부쳐주던 게 생각나 가슴이 울컥한다. 보릿고개를 지나는 화사한 봄, 메밀밭 한 켠에 작은 보랏빛 꿀풀처럼 찾는 이 없는 왕메처럼 나는 외롭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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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06-12 14:22:10
계속되는 제주 오름 이야기 잼나게 보고 있습니다
제주가 몽골에 백년간 지배당한 이야기며 그들이 제주인들을 죽이려고 독성이 있는 메밀을 주었고 제주 사람들은 무우로 독성을 제했다는 이야기들은 제주 오름 이야기의 맛까나는 양념 이야기네요 다음 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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