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7 15:44 (화)
[오롬이야기](16) 대양을 꿈꾸는 성숙한 여인 바리메
[오롬이야기](16) 대양을 꿈꾸는 성숙한 여인 바리메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5.27 23: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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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주차장에서 본 큰바리메 모습
▲ 주차장에서 본 큰바리메 모습 @뉴스라인제주

‘바리메’를 바리메오롬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바리메의 ‘메’는 산山을 일컫는 ‘뫼’의 제주어이기 때문이다. 구태여 ‘바리메’에 오롬을 덧붙여 ‘바리메오롬’이라함은 잘못이다. 제주산림조합에서 펴낸 책 『제주의 오름 368 봉우리』에는 바로 표기 했으나 제주특별자치도가 펴낸 ‘오름지도’와 오름탐방 ‘제주오름’에도 ‘바리메오름’, ‘족은바리메오름’이라 잘못 표기되었다.

바리메는 한자로 발산鉢山이라 하듯이 그 모양이 마치 ‘바리때’ 같다고 하여 바리때 ‘발鉢’자를 써서 ‘발산鉢山’이라 표기했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발산역도 ‘발산鉢山’이라 쓰인다. 바리메의 ‘바리’는 스님이나 불자들이 음식 공양할 때 쓰는 ‘발우鉢盂’에서 왔는데 보편적으로 발우鉢盂라 쓰나 읽을 때는 ‘발’의 ‘ㄹ’ 탈락되어 ‘바루’라 읽는다.

제주어에서는 ‘바루’를 ‘바리’라 하는데 딸이 친정에서 이것저것 싸들고 시집으로 갈 때 “바리바리 싸들고 간다.”는 말도 같은 말이라 한다. 여기서 ‘바리’가 바로 ‘바리메’의 ‘바리’이고 산을 뜻하는 뫼가 붙어서 ‘발이뫼’가 ‘바리메’로 된 것이다. 한자로는 ‘발이악發伊岳’이라 쓰이나 ‘발이’는 음차 하여 쓰고 산을 악岳으로 표기했을 뿐인데 이를 지리원이나 관광지도 등에서 잘못 차용하고 있다. 필자의 집필의도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데 있다.

바리메는 원형분화구로 되어 있다. 바리메 굼부리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웃한 노꼬메에서이다. 노꼬메에서 바리메를 보면 동쪽 봉우리가 조금 더 낮고 서쪽 봉우리가 조금 더 높아서 동쪽으로 조금 기운 듯 곱게 파인 봉우리가 성숙한 여인처럼 참하다.

바리메는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는 한라산횡단도로를 타고 가다가 우회전하여 산록도로를 타고 가다가 좌회전 하던지, 중문으로 가는 4차선도로로 가다가 좌회전하여 산록도로로 가다가 우회전 하던지 좁은 시멘트 길로 나가면 된다. 주차장이 잘 되어 있고 화장실과 평상은 있으나 다른 시설은 없다.

바리메로 나가는 계단은 다소 가파르나 두려울 정도는 아니다. 산상으로 오르는 좌우에는 키 큰 낙엽교목들이 늘어서 있으며 북동부 오름에는 독초인 박새풀이 꽤 많이 보이고 조릿대들이 그 아래를 차지한다. 제주 북동부의 오름들 밑자리는 자금우, 천냥금(백냥금), 새우란들이 많은 편인데 바리메는 북동부과 달리 이런 꽃이나 관목들은 보이지 않는다.

족은바리메에 꽉 찬 굼부리 숲
▲ 족은바리메에 꽉 찬 굼부리 숲 @뉴스라인제주

바리메 정상 동남쪽 봉우리에는 기지국 안테나가 서 있고 서북쪽 봉우리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있다. 정상 동북쪽으로는 노꼬메와 족은노꼬메, 괫물오롬이 연이어 보이고 그 앞으로는 애월곳자왈, 그 너머 애월 앞바다가 보인다. 더 서쪽으로 보니 비양도가 훤히 보이고 서쪽 멀지않은 곳에 금오름과 그 너머 멀리 모슬봉과 산방산까지 또렷하다.

김종철은 바리메 굼부리에 방목된 소들을 보았다고 하나 지금은 마쇠馬牛가 보이지 않는다. 근처들에는 푸른 목초밭들이 보이는데 지난 가을에 벤 풀을 흰 비닐로 둥그렇게 감싼 소양식 엔시레지가 보인다. 불과 30년 세월에 산천이 바뀐 걸 보며 무상함을 느낀다.

정상에서 서쪽-북쪽-동쪽으로 나가는데 남동쪽에서는 계단을 타고 오르나 북쪽은 목초지로 연결된 완만한 벌판이다. 정상 굼부리를 돌아가노라면 철쭉이 가득하다. “철쭉꽃이 피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정상 길 동쪽으로는 산진달래, 졸참나무, 까마귀쥐똥나무, 늘 푸른 꽝꽝나무들도 보이는데 키가 꽤 큰 편이다.

족은 바리메는 상가리 산124번지로 바리메(애월읍 어음리)가 코앞인데 행정구역상 다른 마을이다. 바리메는 해발763m, 비고 213m이다. 족은바리메는 해발725m, 비고 126m이다. 족은바리메는 동쪽 길을 따라 오르면 완만하게 정상까지 이른다.

큰바리메와 다른 것은 키 큰 낙엽수들이 울창하다. 윤노리, 고로쇠, 비목, 도토리, 팽나무 들은 다소 흔한 편이나 팥배, 참빗살, 사람주, 까마귀베개, 까치박달 등은 흔치 않은 나무들인데 여기에선 흔하다. 또한 바리메에서 보이지 않던 복수초들이 노란꽃을 피우며 군락을 이룬다.

족은 바리메는 식물원처럼 이름표도 잘 붙어 있다. 바리메는 정상 둘레 길을 돌며 굼부리를 볼 수 있으나 족은바리메는 꽉 채운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굼부리를 볼 수 없다. 어느 날 바리메의 김메니저가 찍은 사진을 보았더니 마치 가마솥에서 김을 뿜어내는 것 같아 보였다.

노꼬메에서 본 큰바리메오롬
▲ 노꼬메에서 본 큰바리메오롬 @뉴스라인제주

금릉 바다 건너 북쪽을 바라보니/ 둥둥 떠어 가는 섬이 어디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연기/ 굼부리 아낙네가 동굴에서 밥 짓는가?
공양 받은 바루에 김이 오르는가?/ 조반 거른 촌부의 배꼽시계 울린다
서풍에 파인 자리 동으로 열려/ 하늬바람 불어도 따뜻한 겨울
뛰놀던 모시馬牛는 어디로 갔나/ 바리메야 보느냐?
정상을 오르니 비양도가 보인다/ 친구야/ 배 띄워 바다로 갈까?

문희주 의 시 「바리메야 보느냐?」에서

족은 바리메 곳곳에 땅굴이 보이는데 일본군들이 패전 후 보물을 숨겨두었다는 소문으로 그걸 찾느라 파헤쳤다는데 김경종 오롬메니저가 보내준 사진이 바로 이구덩이에서 피어오른 수증기로 보인다. 족은바리메 정상에서 보니 줄지은 오롬들이 눈 덮인 한라산을 향해 오르는 듯하다.

족은 바리메를 내려오는 길은 다소 급한데 여기서부터는 계단으로 내려가게 된다. 김종철은 불과 30년 전에 이 오름을 오르는데 가시덤불을 헤치고 올랐다고 하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했던가? 한 세대가 지나면 세상은 또 얼마나 변할까?

바리메 골짜기기를 따라가면 납읍마을 공동목장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 홍굴이라고 하는 옹달샘물이 흐른다. 옛날에는 납읍사람들이 식수로 쓰거나 ᄆᆞ시馬牛를 먹이는데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식수로 쓰이지는 않지만 ᄆᆞ시들에게 마시는 물로는 쓰이는 듯하다. 지역의 샤먼들은 이곳을 신성시 여겨서 정성을 드리거나 굿하는 곳으로 쓰인다고 한다

제주도는 자연보호와 관광개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다. 이 두 가지 숙제는 긴장관계가 상존한다. 그동안 제주도 관광은 해변중심의 관광지를 찍고 가는 여행이었다면 이제는 가족 중심의 소단위 맞춤관광으로 오롬탐방을 추천할 때이다. 그러려면 이제 최소한의 기반구축이 필요하다.

1)오롬탐방을 위해서 지방 정부는 오롬공유화 사업에 나서야 한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2)자연을 보호하려면 옳은 탐방로를 개설하고 3)표지판, 주차장, 화장실, 휴게소 등의 기본시설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제주오롬들이 세상으로 나서는 길이다. 대양을 꿈꾸는 성숙한 여인 바리메가 억새풀 낡은 옷을 벗고 푸른 새 풀 옷에 핑크 빛 철쭉꽃을 들고 세상으로 나선다. 익숙하지 않은 마실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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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2020-05-28 08:39:42
오롬이야기 쓰는 과정에 생사를 넘나드는 일이었습니다. 한달 전 바리메오롬을 올리기 전 마지막 확인을 위해 가던 중에 여자분이 모는지 천천히 가기에 속도를 줄이며 주위 깜빡이도 켜기전에 20대청년이 뒤에서 100% 드리 박아버려서 죽을 뻔했어요. 아직까지 한방병웜에 다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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