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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53)삼양(三陽)분들은 몽니가 있습니다
[현태식칼럼](153)삼양(三陽)분들은 몽니가 있습니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12.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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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제주시는 식수문제가 늘 근심거리였다. 인구가 늘어나는데 따른 물공급량을 늘려야 했다. 수원이 충분치 못한 관계로 지하수나 용천수를 개발해서 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제주시는 동한드기 지하수를 개발하다 음용수로 부적합해서 포기하였고 삼양3수원지를 개발하려고 하였다.

제주시 삼양3수원 개발계획을 세운다는 기미를 안 삼양동민은 술렁거렸다. 제1, 제2수원 개발로 이미 삼양 검은 모래사장이 많은 피해를 입어 해수욕장으로서 또 모래뜸장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축소된 것은 사실이며, 이런 결과로 삼양동민은 불만이 고조되는 것이었다. 3수원까지 개발되면 삼양해수욕장은 해수욕장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할 수 없어 유명무실화되고, 모래뜸장으로도 기능손상이 너무 크게 되므로 수원개발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삼양도민의 일치된 주장이다.

수원개발을 하면 주위 많은 면적이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설정되어 제약받는 것이 많으므로 마음대로 토지이용을 할 수 없어 재산상 손해도 크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하는 말은 맞다.

수원 개발을 막기 위하여 시장실 점거나, 시청마당을 데모장으로 만들기 위하여 삼양동민이 단체행동을 할 것이고, 그러면 어떤 불상사가 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지만 시청에서는 구체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서로간에 불안만 키우고 있었다. 3수원 개발을 포기하면 일도지구 택지 개발로 인하여 인구가 늘어나게 되어 현재의 수원으로는 물공급을 해결할 수 없으니 포기할 형편은 더욱 아니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시청고위직은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삼양동민을 설득할 수 없어 그런지는 모르지만 동민과의 대화나 시의 방침을 전달하는 사람은 말단 직원이었다.

나는 제주시의회 의장으로서 나마저 복지부동하면 지방화시대의 소명을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더운 여름날 삼양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정보를 듣고 혼자 삼양동민과 수원 개발에 관한 토론을 하려고 현장에 나갔다.

해수욕장과 인접한 거리광장에 청년들이 특히 많이 와 있었다. 우선 인사를 하고 수원개발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모인 사람들의 비위를 건드리는 말부터 시작했다.

“나는 평소 삼양분들은 양반이라고 생각했는데 몽니가 있습니다”라고 하였더니 한 청년이 목소리를 높이고 노기를 띠고 나에게 “당신, 말을 그 따위로 합니까? 몽니가 뭡니까? 삼양 사람이 언제 몽니를 부렸습니까?”하고 바짝 대들었다.

나는 “여러분 제 말은 아직 몇 마디 꺼낸 것 뿐이고 물론 몽니라는 말이 마음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조금만 참고 제 말을 들어본 다음 여러분이 나에게 질문을 하고 질문에 엉터리 대답을 하면 나는 동행자가 운전기사 밖에 없으니 여기 모인 분들이 합동으로 나를 구타하든지 돌팔매를 하든지 해도 나는 저항도 할 수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제 말을 더 들어보세요”하였더니 조용해졌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의 평소 주장들은 모두 경우에 합당하지만 그렇다고 수원을 개발해서 목말라하는 제주시민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을 한사코 막겠다면 그것은 역지사지해서 선량한 시민의식의 발로라 말할 수 있습니까? 즉 바다로 흘러가는 물로 제주시민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못하겠다. 그 생명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은 시원하다 한다면 이것이 몽니라고 말한들 그렇게 틀리다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중앙에서 목사, 판관 등 높은 사람, 학력이 높고 고관대작이었던 분들이 임금의 미움을 사거나 정쟁에 밀려 귀양오는 사람들이 화북포나 삼양포구로 들어왔으니, 제주도에서는 제일 먼저 중앙의 문물을 접하고 최신 정보를 배웠고 또 제주를 떠나는 사람을 삼양 포구에서 전별하니 작별의 의식도 배우며 송덕할 줄 아는, 그래서 삼양사람은 모두 양반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한 몽니라는 말은 완전히 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양에 사시는 분은 울타리 쌓고 외부와 완전히 왕래를 끊으시겠다고 하면, 저는 여러분의 뜻을 전 시민에게 전하고 물을 못먹어도 삼양사람을 미워지 말자고 하겠습니다. 삼양 사시는 분은 삼양땅이 완전히 삼양분의 소유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삼양 사는 분이 삼양땅을 천부의 권리로 절대적 주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행정상 필요해서 인위적으로 구별했을 뿐 절대적 경계도 있을 수 없고 삼양이라는 명칭도 제주도가 생길 때부터 지명이 아니라 봅니다. 삼양에도 외부에서 들어와 주민등록을 옮기면 삼양사람 아닙니까? 여러분도 몇대 조상부터라도 외부에서 이주해온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울타리를 높이 쌓고 울타리 밖을 벗어나지 않겠다 선언하면 저는 제주시장과 제주시민에게 삼양에서 물가져다 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 죽는 경우가 있어도 삼양은 건드리면 안된다. 삼양사람들은 외부와는 접촉을 완전히 끊겠다 선언했다고 강력히 말해서 수원개발을 중단시키겠습니다. 정말 외부와 전연 접촉없이 삼양분들만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제가 왜 이런 말씀을 올리느냐 하면, 사람이 공기를 5분만 끊으면 죽고 물은 4·5일 못마시면 죽습니다. 음식은 일주일 이상 굶어야 죽는다고 합니다. 삼양 상수원 개발인 안된 때문에 제주시민이 물이 턱없이 모자라 생명의 위험이 닥치면 물 못먹은 사람이 가만히 앉아 죽으려 하겠습니까? 삼양동민은 5천명이 넘을까 말가하고 나머지 제주시민은 족히 23만은 될 것인데 이 사람들이 몰려올 때 삼양분들의 생명을 누가 보장한다 할 수 있습니까? 이치가 이러니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평화가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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