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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36)재일교포 김치부 사장께 큰절 올리고
[현태식칼럼](136)재일교포 김치부 사장께 큰절 올리고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10.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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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연동 출신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은 일본 오사카시에 사는 김치부 사장님이다. 그분은 연동 베두리(현 삼무공원 지역) 출생이다. 집안이 가난해서 살기가 어려우니 동리사람이 열 살도 안된 소년을 일본을 왕래하는 연락선에 태웠는데, 큰 배에 타는 것을 무서워해서 새끼줄로 묶어서 태워보냈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워낙 가난해서 고생을 많이 했던 분이지만 일본에 가서 정직과 성실로 크게 사업에 성공하여 입지전적 인물이 된 분이다.

김치부씨는 고향을 사랑하여 제주대학에 많은 지원을 하였고, 제주도종합경기장에 그의 호 ‘연정’을 따서 건설한 테니스운동장을 자비로 만들어놓기도 하였다.

연동이 개발되기 전 자연부락으로 있을 때 전기 가설비를 부담하여 제주시 변두리 농촌마을에서는 가장 먼저 전깃불이 집집마다 켜졌다. 초등학교 부지도 기증하였다. 그런데 그 분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소홀하여 이 분에게 이 경로당 건설비 찬조를 부탁하러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나에게 갔다오라는 것이 아닌가. 같은 일행으로는 그 분과 갑장인 서상흠 명지건설 회장님이 결정되었다.

나는 그 김치부 사장님을 전에 대면하여 본 적이 없다. 다만 출생지가 같은 베두리 출신이며, 서로 부담을 주고 받은 일이 없으니 찾아가도 하등 불편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나를 권유하는 이유였다.

나는 처음 만나 희사를 부탁해야 할 위치이므로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니어서 서예가로 알려진 나의 큰형님 민식(玟植)씨에게 부탁해서 대형 팔폭병풍을 제작하여 가지고 갔다. 다른 선물은 큰 부자어른의 성에 찰 것 같지가 않아서 고심 끝에 그렇게 한 것이다.

비행기 화물로는 거추장스러워 받아주지 않는 것을 사정을 말하고 싣고 갔다. 그분을 만나 마루에 넓적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나를 소개하였더니 알아보지 못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함자를 말해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해방이 되고 4·3사건이 발발하자 해변마을 용담동으로 내려와 살았기 때문에 김사장이 귀향해도 만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서상흠 회장님이 친구이므로 서회장이 말씀을 잘 전달해주시고, 또 뜻밖의 대형 병풍을 선물받고 흐뭇해 하시었다. 연동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다가 다음날 일본돈 300만엔(우리 돈으로 1천300만원)을 쾌척해 주셔서 연동 경로당 건립에 큰 힘이 되었다.

경로당 건립기금 모금에 나는 어떤 일도 마다않고, 궂은 일도 거절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번갈아 동무가 되어서 모금차 돌아다녔지만 양두훈 이사는 빠지는 일이 없었다. “이 일이 성사되지 못하면 나와 자네는 욕을 피할 수 없네”하는 양두훈 이사의 말이 늘 가슴을 울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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