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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77)성실하면 도와주고
[현태식 칼럼](77)성실하면 도와주고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1.2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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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없는 설움과 아픔의 고통을 안다. 그리고 특대생으로 콧대 높았다가 서울법대 입시에 실패해서 막노동으로 전락한 처지로 인하여 청운의 뜻이 여지없이 꺾이고 찢긴 경험이 나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었다. 그전에 오만했던 생각을 부끄러워하고, 사람의 가치는 출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답게 사는데 있으며, 인간답다는 것은 사랑과 연민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거리에 초라한 군상이 모두 못나고 어리석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진 것 없고 몸에 병이 깊으며 의지할 곳, 도움을 청할 곳이 없으면 아무리 잘난척 해도 소용 없고 영락없이 사회 밑바닥을 기어야 한다. 이것이 진리요 현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병든 자가 아닌데도 사회의 밑바닥을 헤매는 사람을 만났다. H형과 헤어지기 전의 일이었다. 한경면 신창에서 왔다는 건장한 청년이 물건값을 물어보다 돈이 없어 물건을 살 수 없고, 자전거나 리어커 펑크를 때우려 하니 고무풀과 몇 가지 부속을 외상 주면 일주일 내로 갚겠다는 것이었다. H형은 초면에 외상 얘기부터 하니 믿을 수 없으니 외상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의 이름은 장유남이라는 총각이었다. 값이 백원도 안되는 물건을 외상달라고 할 때 얼마나 그가 자존심이 상했겠는가. 그리고 시골서 올 때 얼마나 망설이고 용기를 내어서 왔는가. 얼마나 궁하고 어려웠으면 그렇겠나 생각하니 안되어 보였다. 나도 어려운 삶을 사는데 조금만 누가 도와줬으면 정말 고마웠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되돌아가는 청년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달라는 물건을 외상으로 주고 물건 값을 못받으면 내가 변상하기로 H형에게 약속했다. 얼마 안 있어 그 청년은 외상값을 갚고 다시 외상을 해갔다. 거래가 계속되고 얼마 안있어 자전거포도 자리잡히고 장가도 갔다 부부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지 곧 부자가 되었다. 내가 사람을 잘본 셈이다. 오랫동안 거래가 이루어졌고 도일주 하다 상점에 들르면 어디서 구해오는지 달걀과 맥주를 사다 권하며 처음 외상준 것을 그렇게 고마워하였다. 나는 정말 어려운 사람을 도운 것이 나도 덕을 본 셈이고, 그 사람은 완전히 성공하여 나중에는 철공소를 운영하고 그 지역 유지가 되었다. 지금도 한 청년의 운명을 개척해 준 것에 대해 흐뭇하게 생각한다.

진봉조라는 사람은 애월 납읍 사람인데 애월에 와서 자전거포를 경영하였으나 그 동네에 적응하지 못해 점포가 번창하지 못했는데 나에게 와서 “몇 년을 버티었으나 애월에서는 희망이 없고 사장님네 물건도 많이 소모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향을 멀리 떠나서라도 장사만 잘 되면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는 대답이었다. 나는 생각을 즉석에서 행동으로 옮길 때가 있다. 마침 크리스마스 전전날인데 날씨도 춥고 진눈깨비가 날렸었다. 내 오토바이 뒤에 그를 태우고 구좌 세화리로 직행했다. 오토바이로 한 시간 가량 가서 세화리에 당도하였다. 거기 상권형성에 대한 조건을 설명하여 주었더니 그 장소로 옮기겠다고 한다. 나는 즉시 점포를 임차하고 점포 임차비만 내면 상품을 외상으로 가득히 채워주겠다고 약속했다. 물품대는 파는대로 갚고 부족한 것으 늘 외상으로 보내주기로 하여 개업하였다. 개업할 때 리장, 지서장, 유지들께 부탁하여 잘 돌봐주도록 부탁했다. 성실한 사람이라 부지런히 일하고 친절히 손님을 맞이하니 금세 부자가 되었다. 얼마간 지나자 높고 좋은 건물도 짓고 그 동네에서는 “그 집에 돈 떨어지면 돈 있는 집이 없다”는 소문이 났다. 크게 성공한 것이다. 나는 그가 성실하고 착하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주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가난해서 빈둥거리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나아가서 국가문제가 된다. 이들을 도와 성공시켜 사회안정도 기하고 개인행복 창출에도 일조할 수 있다면 그건 축복받을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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