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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75)신용이 돈 벌어준 이야기
[현태식 칼럼](75)신용이 돈 벌어준 이야기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1.1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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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1970년대는 국민소득이 얼마 안되었다. 모두가 가난했다. 이 대물림하는 가난을 벗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마을운동이 맹렬히 일어났다. 국민소득을 높이고 생활환경도 개선하려고 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 새마을운동에 앞장섰고 식량을 자급하려고 농민을 독려하였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인력으로 불가능한 고착화된 보릿고개를 반드시 넘으려 하였다. 새마을 노래가 아침마다 골목골목 울려 퍼졌다. ‘새벽종이 울렸네....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를 벗고 그렇게 넘기 힘들고 해마다 연례행사로 치러야 하는 보릿고개를 넘기려는 운동이었다. 도시나 농촌이나 남녀노소 다같이 일터로 나갔다. 골목길도 넓히고 초가지붕도 스레트로 개량하였다. 공장에서도 생산성을 올려 내수를 충족시키고 수출에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농촌에서는 농사법을 개발하고 볍씨 품종을 개량하여 수확량을 올리고 있었다. 국민생활은 몰라보게 나아져가고 있었다.

나도 그 당시에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해서 신용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때는 운반수단도 발달하지 못했다. 삼륜차도 제주도에는 몇 대 없고 그나마 그런 차가 있는 곳은 연탄공장이었다. 십구공탄이 주연료로 쓰던 장작과 대체되었으므로 그 연탄배달용이었다. 연탄공장은 대 자본가가 할 수 있는 사업이었기에 삼륜차 구입 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주 운반수단은 소나 말이 끄는 달구지였고 다음이 리어커였다. 리어커도 보급이 일반화되지 않았다. 달구지는 거추장스럽고 소나 말은 먹이를 주어야 하고 마굿간이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는 우마차를 갖지 못한 사람은 불편하여 차츰 퇴조의 기미가 보였다. 감귤이나 특용작물, 야채 생산업도 발달하면서 쉽게 그리고 노약자라도 사용할 수 있는 운반수단이 리어커여서 수요도 늘고 인기도 올라갔다. 그래서 행정기관에서 리어커 보급에 시선을 돌린 것이다.

제주시청에서 농촌 부흥과 새마을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으로 리어커를 지원하려 하였다. 리어커 400대 입찰 공고가 났다. 리어커 400대를 일시에 납품을 할 수 있는 능력자는 제주시에 없었다. 리어커 판매는 자전거 업자가 주로 취급하고 있었으며 리어커를 조립할 수 있는 기술자는 자전거업자 말고는 제주도에는 없었다.

오랫동안 자전거업에 종사한 사람들이 리어커를 납품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그 많은 분량을 구입해서 납품할 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이 없어 모두 포기하였다. 그 당시 리어커는 한 대당 8천원 정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적어도 3백여만원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다. 내가 금융회사를 나올 때 월급이 1만원이었으니 나같은 사람이 회사에 300달, 햇수로 25년치를 고스란히 모아야 가능한 돈이므로 영세한 자전거 업자는 감히 도전할 수 없었다.

결국 이 400대 리어커 납품건은 자연히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시청에 납품서류를 접수시키고 육지로 나갔다. 흥아타이어 공장에 가서 납품건을 설명하고 ‘타이어를 외상주면 납품하고 수금하는 날 송금해드리겠습니다’ 하였더니 쾌히 외상을 주어서 외상구입하고 리므와 스포크 허브도 모두 신용을 자산으로 하여 외상으로 구입했으며 리어커 몸체는 제주도에서 생산하여 차질없이 납품하였다. 그리고 납품대금을 받는 날 외상거래처에 물품대를 송금하였다.

320여 만원 매상고를 올리고 여기서 10%만 이익을 보아도 32만원이 된다. 32만원! 나의 월급을 32개월 즉 2년 8개월 받아야 되는 돈을 신용을 밑천으로 하여 두어달 사이에 벌었다. 나는 신용이 그렇게 값나가는 줄을 그때 더욱 실감했다. 신용을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얻기만 하면 큰 힘을 발휘한다. 신용은 얻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노력 여하에 의하여 얻기도 하고 못얻기도 한다.

이 납품건 이후로는 큰 입찰건이 없어 사업을 그만둘 때까지 나의 신용을 활용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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