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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71)큰나무 아래서 시달리는 나무
[현태식 칼럼](71)큰나무 아래서 시달리는 나무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1.04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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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도지사 관사 바로 옆에서 자전거 상사를 했으니 많이 시달리기도 했다. 자전거 수리업까지 겸했으므로 고물상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때의 관료 특히 경찰, 검찰, 중앙정보부는 시민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기관이다. 거기에 근무하는 자는 눈알만 굴려도 평민은 간이 섬뜩하였다. 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죄가 있으면 오금이 저린다. 제주도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기거하는 관사 앞에 먼지 날리고 소음 발생하며, 낡은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땀에 절은 노동복에 때묻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모이니 미관상 아름다울리 있겠는가?

고물상 허가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육지부에서 좀 행세 깨나 하는 사람이 오면 경찰관이 길거리를 단속하는데, 자전거가 문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야단 법석을 떨었다. 자전거가 원래 길에서 굴러다니게 된 것이고 고장나면 수리하러 들락날락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건만 자전거집 주인을 쥐잡듯 했다.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이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타이어에 공기를 넣는 것을 왜 당사자는 가만히 놔두고 자전거집 주인을 줄불나게 경찰서에 호출하는지. 그렇게 자전거가 보기 싫으면 아예 자전거 생산공장을 폐쇄해야 옳지 않은가.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을 때는 자전거가 훌륭한 교통수단이요, 경제 발전에도 기여도가 높은 것이다. 말이야 바른대로지 자전거가 무슨 오염원도 아니고 냄새가 고약한 것도 아니다. 기생집 색시마냥 곱게 단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혐오시설도 아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가 다 선량한 소시민이다. 이 소시민들은 부지런히 노력하여 거대건축물의 기초가 시멘트자갈로 되듯이 국가의 저변을 다지고 착실히 세금 내고 불평없이 살아가는 나라의 기초이다. 소시민이 알고보면 국가를 지탱하는 초석이다. 독재자들이 다 그렇듯 충견을 길러 과잉충성을 시켜서 선량한 민중을 괴롭히고 있으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한번은 대통령선거때 무궁화 몇 개 붙인 과장 앞에 불려 갔다. 고물상 허가증을 내주면서 “이번에 무슨 뜻인지 알지?” “예” “협력을 잘 해! 알았어?” “예” 허가증을 받았다.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꺾어지지만 않을 정도로 절을 하고 나왔다.

선거날짜는 금방 지나갔다. 나는 쿠데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권자가 아닌가.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세금내는 국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 그들의 본분이요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국민의 가슴에 총부리 겨누고 강제로 정권을 탈취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날 업수이 여기면 가만 안놔두겠다. 국법을 유린하고 법 위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자기가 양떼 몰듯 몰기만 하면 국민은 불구덩이 속으로라도 뛰어들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독재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임을 몰랐다가는 코라는 코는 다 깨준다는 생각을 가진 자들. 나는 그 일당에 대하여 존경도 신뢰도 보내지 않는다. 따라서 경찰에서 내가 한 말은 그 높은 분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하여 대답한 것이었다.

이참에 말을 좀더 해보자. 국민도 정신차려야 한다. 의식도 바뀌고 사고도 바뀌고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나에게 이익되면 무슨 일이라도 정당하다고 하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억지쓰는게 우리가 아닌가. 사리에 맞고 경우에 맞고 법에 합당하고 더 나아가서 윤리와 도덕에 합당하게 사유하고 행동하자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법을 퇴치하고 사회가 안정되고  그 바탕 위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 어느 단체, 어느 개인을 보아도, 나라 어느 구석을 보아도, 바르고 온전한 곳이 별로 없으니 이 나라는 항상 비리 부정속에 파묻혀 진흙탕 싸움을 하는 꼴이다.

세계 무대에 나가면 무식하고, 국제적 관행에 어둡고, 매너가 엉터리여서 일을 제대로 못한다. 외교 문제만 발생하면 굴욕외교로 손해만 보고 온다. 얼마 전에도 우리 어장을 다 내어주고, 우리 어선을 폐기 처분해버리고, 어민과 어선보상을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주고 서로 협정을 잘한 것으로 선전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 고물상 허가증을 준 높은 분 앞에 다시 불려갔다. 차렷하라고 해서 차렷했다. “야, 이 XX 너 왜 하필 도지사 관사 옆에서 장사를 해서 나를 괴롭히냐. 당장 떠나지 못해!” “예, 될 수 있는 한 빨리 장소를 옮기겠습니다. 잘못 했으니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그러고 나왔다. 경찰서 정문에 ‘국민의 지팡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쓴 간판이 선명하다. 지팡이인지 몽둥이인지 나같은 서민은 알 수 없다. 점포를 옮기지 않으면 무한히 시달리게 된다. 중앙로로 가기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중앙로로 진출하려는 나의 몸부림은 더욱 처절해진다. 큰 나무 아래서 시달리는 나무의 목마름을 누가 알기나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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