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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69)문외한
[현태식 칼럼](69)문외한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0.2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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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비좁은 방, 북적대는 점포, 모두가 먼지와 기름을 뒤범벅으로 하고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데 처 사촌언니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비좁은 방을 차지하고 호들갑스럽게 자기들 자랑을 늘어놓고 간다.

어디 땅은 잘 샀고 어디 땅은 팔아서 이익을 남기고 하는 이야기는 부동산 장사 이야기다. 자본은 자기 땅을 팔아서 만들고 부동산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좋은데 하필 우리 점포에 들러 자랑을 하는 소이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일이다.

우리가 먼지 속에 파묻혀 허덕이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 어리석어 보였는지 은근히 자기들을 자랑하고 싶은 듯하다. 깨끗한 옷 입고 고급음식점 드나들며 한 건 하면 돈을 버는 것을 들면서 부럽기는 하였다.

우리 부부도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돈이 좀 모였다. 백원권이 통화의 주종인 때이므로 돈을 백원권으로 몇십만원 쌓아놓으면 한 보따리가 된다. 하루는 한 보따리 싸들고 아내 보고 오토바이 뒤에 타라고 했다. 무엇하려느냐고 묻기에 부동산사러 가자고 했다. 내 아내도 사촌언니들이 부동산 사업에서 돈을 버는 자랑에 기가 죽어있는 참이었으니 얼씨구 좋다하고 기뻐하며 오토바이 뒤에 한아름 돈뭉치 들고 탔다. 처사촌이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그 쪽으로 오토바이를 달렸다. 지금의 법원 방향이다. 달려가면서 사방을 아무리 보아도 땅을 판다는 표지도 없고 사람도 안보인다. 왜 이런가. 땅을 팔려면 팻말을 박아놓거나, 팔 사람이 나와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재수가 없는 모양이다. 땅을 다 판 모양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허탕 치고 돌아왔다.

나는 무엇을 하면 그것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그런지 좀 모자라서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웠다. 부동산을 산 것이 아버지와의 초가집 흥정이 고작이고, 집터도 땅주인이 독촉해서 산 것이니 부동산 개념도 없고 사고팔고 장사하는 것으로 생각조차 못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땅을 사는 것을 못하겠구나 하고 점포 일에만 열중했다. 몇 달 후에 부동산에 눈 뜬 중학교 동창이 찾아왔다. 그 친구 내가 돈 좀 벌었다는 손문을 들었던 모양이다. 땅을 사보라는 것이었다. 당장 판다는 땅을 보기 위해 따라 가면서 그 친구 말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 땅을 어떻게 사고 파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복덕방이 부동산 소개를 하고 매매가 성사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복덕방이 부동산 소개를 하고 매매가 성사되면 수고료를 받거나 복덕방업자가 싼 땅을 사놨다가 비싸게 팔고 있었다. 부동산 정보에 밝은 전문가 복덕방을 통해야 부동산업을 할 수 있음을 그제서야 알고 부동산 매매에 대하여 너무 무지했던 행동을 부끄러워 말을 못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때마침 중학교 동창 친구 때문에 부동산을 사고파는 루트를 알게되고, 그 후 몇번 대지를 사고 팔았다. 우선 살 집을 지을 땅을 샀으나 집 지을 자금이 마련 안되어 기다리고 있노라면 중개업자가 팔라고 하여 이익을 얼마간 남기고 팔았다.

몇 번의 경험으로 부동산은 어떤 위치에 지세가 어떻게 생긴 것이 장래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땅에 눈을 떠가는 것이다. 용담동 집은 이미 공장이 되어있어 여섯식구 살 주택으로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사할 수 있는 자기 집이 더 절박하다. 셋집에서는 늘 불안했다. 때문에 좋은 주택마련 보다 마음놓고 영업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고 건축을 하여보려고 늘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지금도 돈보따리 들고 땅 사러 부부가 나섰던 에피소드는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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