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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12)신기료 장수처럼
[현태식 칼럼](12)신기료 장수처럼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4.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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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우리 형제들은 새 옷을 입고 새 신을 신는 것이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덟, 아홉 살 때부터 짚신을 삼고 신었지만 4·3사건이 터지고 용담동으로 내려온 후부터는 생활이 궁핍하니 학교갈 때도 그냥 무명바지 저고리만 입고 헐뜯어진 고무신을 신고 갈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용의검사를 한다고 아랫도리를 벗어보라고 하실 때가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은 바지를 내리면 팬티를 입고 있는데 나는 노팬티이므로 고추를 내어놓아야 했다. 선생님이 내 입장을 헤아려주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신발은 신창이 다 헤어져 엄지발가락이 신발 밖으로 삐져 나오고 발바닥이 보여도 그리 쉽게 새 것을 신기가 어려웠다. 그 때문에 우리는 신발을 깁고 땜질하는 선수가 되어 관덕정 앞에서 신 수선하는 신기료장수 못지 않게 신을 잘 기웠고 펑크난 곳 땜질을 하는 기술자가 되었다.

우산살을 잘라 한쪽을 송곳처럼 갈고 한쪽은 불에 달구어 손잡이용 나무에 깊이 박으면 훌륭한 신 깁는 송곳이 된다.

초등학교 때 이석종이라는 친구가 운동화를 신다가 바닥이 몇 군데로 금이 가고 천이 구멍나서 버리려는 것을 얻어다 밑바닥을 자동차 타이어 훈노시(내피)를 잘 오려다 바닥을 깁고, 천이 찢어진 부분도 천막 조각을 구해다 기워서 학교에 신고 갔는데 석종이가 자기 운동화니 내어 놓으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나에게 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제 어머니를 데리고 와서 왜 남의 신발을 안주느냐고 야단을 치니 할 수 없이 주고 말았다. 지금도 그 때 그 신발을 되돌려 준 것을 생각하면 아쉽고 가슴이 아려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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