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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1)자서전을 쓰면서
[현태식 칼럼](1)자서전을 쓰면서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3.30 17: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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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무각(無覺) 현태식의 살아온 이야기-『눈 비 바람에도 안 꺼진 촛불』을 연재하며

먼 길을 가려면 길 안내자가 필요하다. 허튼 길로 들었다가 헤매다 보면 갈 길도 못가고 해는 지고 만다. 그것도 가보지 않은 길일수록 길의 선택과 갖추어야 할 장비 등 준비물을 철저히 갖춰야 두려움 없이 안전한 길을 갈수 있다.
선현의 말씀이나 위인, 자그마한 일이나마 성취한 자들의 일대기를 접하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경험담을 실감있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여기 무각(無覺) 현태식(玄泰植)의 살아온 이야기 『눈 비 바람에도 안 꺼진 촛불』은 이런 의미에서 전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무각을 단지 제주시의회 의원, 의회의장, 사업적으로도 꽤나 성공한 평탄한 인물로만 알아왔지, 그가 왜 사업에 성공했고, 의원이 되고, 의장이 되었을까 하는 가려졌던 그의 진면목을 비로소 이책을 대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도내 최고의 번화가인 신제주이지만, 과거 연동 알 동네 베두리란 벽촌에서 태어나고 10남매 형제들 틈에서 힘겨운 농사일을 도우면서도 학업을 병행하며 성장했다고 한다. 고교시설 ‘신명을 지켜준 호주머니 칼’에서와 같은 바르고 굳센 의지가 오늘의 무각을 만들어낸 것 같다. 그의 외면에 비치는 유연함에도 강한 내면의 세계가 이미 청소년 시기부터 있었구나 하는 대목이다. 힘들고 고난한 가운데도 마음 떠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눈비 바람에도 안 꺼진 촛불’에 모아놓았다.
몸과 마음이 괴로운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로 꿰어져 있다.<편집자주>

나는 실낱같은 생명을 육신에 얽어매고 수십년간 파란만장의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 그만 살고 싶어 생명의 끈을 잘라 버리려고 마음먹은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영혼과 육체를 갈라 놓는 결단을 실행하지 못했으니 용기 부족이었는지 생에 대한 애착이었는지......

왜 그리 구차하게 되었는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몇 년 사이에 온갖 병이 모여들어 내 몸은 병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병원에서 ‘'가망 없으니 가라.’는 말을 세 번씩이나 들었다. 그 때마다 아기 업은 마누라 어깨에 기대거나, 달구지에 실려 돌아왔다. ‘이젠 끝이다’ 하고 마음에 저승갈 준비를 하였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저승사자는 찾아오지 않았다.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이쯤 되니 천지간에 혼자다. 가진 것이라고는 병든 몸뚱이와 내 곁을 떠나지 않은 아내 뿐이다.

사고무친 혈혈단신의 신세다. 한 마디로 사면초가였다. 이 상황에서도 숨을 거두는 날까지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하여 발버둥쳐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돈도 얼마간 벌고 나중에는 사회봉사도 하고 제주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제주시의회 의원이 되었고 의장직도 4년 3개월간 재임했다.

그 형극의 길을 걸어온 것은 결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도록 하라는 신의 배려가 있었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지나온 과정을 대충이지만 적어 보려고 한다. 인생행로는 험난하였다. 암흑의 터널과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오면서 겪은 인생역정을 기록해 둠으로써 세상과 인간을 원망하며 자포자기하는 마음의 상처가 큰 이웃들에게 좌절과 나락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아 나서도록 용기를 북돋우고자 하는 작은 뜻도 있다.

한 인간이 깊은 수렁을 탈출하는 파노라마처럼 지나온 인생역정을 음미하고 반추하는 계기를 갖게 하여 “나만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운도 지지리 없다.”며 자학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분이라 하더라도 결코 낙망하지 말고 인생역전의 의지와 욕망을 불태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병든 자, 재생 불가능한 것 같은 인간도 살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라고 못살 리가 있겠는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용기를 발휘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데 일마리나마 보탬이 되는 글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결국, 깨달은 것은 나를 인간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하여 조물주는 나를 시험에 들게 하신 것이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쇠붙이가 좋은 연장이 도려면 잘 달군 후 식기 전에 무수히 두들긴 후 담금질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사람도 역경을 헤매고 가시밭길을 헤쳐나오는 과정을 통해 혹독히 단련하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시험에 들도록 선택된 것 자체가 행운이라 생각하면 ‘불행하다’는 생각을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

역경에서 탈출하는 시험에 합격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길흉화복은 운명이다. 그러나 흉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길복을 만들기 위하여 치열한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 그러면 마침내 운명을 바꾼 사람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혹독한 시련의 맛을 모르면서 행복의 참맛을 어찌 안다 하겠는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은 거저 한 말이 아니다. 명언이요, 교훈이다. 이제 한 마디 덧붙이면 ‘저승문 지방 앞에 서 보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행복은 마음 속에 있는 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아닌가.’

이제 고희를 넘겨 되돌아본 내 생애는 과장없이 쓰고자 하였다. 그러나 필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이 글을 읽어주시는 제현의 따뜻한 이해와 성원있기를 바라며 필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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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회장 현창환 2015-03-31 18:29:29
병들의 집합소... 너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해보자, 너도 나 죽으면 끝이다. 삼무공원에서 중얼 거린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일체유심조!! 감명 받았습니다. 가끔 놀러 오겠습니다.

외돌개 2015-03-31 09:31:07
오랜만에 의장님 얼굴 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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