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은 8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송해성 감독과 나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이 작품이 들어왔을 때 거절하기도 했다. 찍으면서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과의 오해를 풀었다. 진심으로 앙금이 풀린 것은 영화가 끝날 때였다. 오히려 감독에게 고마움마저 느껴졌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윤여정 선생님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이 수녀로 등장했는데 편집하지 말라는 장면을 영화에서 들어냈다. 그때 이후 나와 작업을 못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작품을 주면서는 자를 게 없다고 설득을 했다. 삼고초려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무엇 하나 멀쩡한 구석이 없는 3남매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엄마'로 출연한다. 가슴 속에 자식들에게 밝히지 못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윤여정은 "이 역할은 내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할 때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마음이다. "또 이 여자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송 감독이 시키는대로 연기했더니 '엄마'가 돼버렸다. 나도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촬영이 끝날 때 쯤 되니까 정말 다 내 새끼들 같고 정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고령화가족'은 작가 천명관(49)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건달 생활을 접고 엄마 집에 눌러앉은 집안의 골칫덩이 첫째 '한모' 윤제문(43), 데뷔작부터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인 둘째 '인모' 박해일(36), 남들은 한 번도 힘든 결혼을 세 번째 앞두고 있는 기센 셋째 '미연' 공효진(33), 엄마 '미연'을 꼭 닮은 되바라진 사춘기 중학생 '민경' 진지희(14)의 동거생활기다.
윤여정은 "박해일은 워낙 내가 좋아했던 배우이고 팬이었다. 효진이는 어렸을 때 함께 했는데 이 영화에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윤제문은 뜨는 배우라고 해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손녀딸까지 연기가 훌륭했다. 단체 신이 많았던 만큼 헤어질 때는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송 감독은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가 쉽지는 않지만 엄마와 가족이라는 존재로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고령화 가족'은 5월 개봉 예정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