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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문학회,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문화기행 실시
동백문학회,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문화기행 실시
  • 양대영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4.24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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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명도암에서
동백문학
▲ 동백문학 ⓒ뉴스라인제주

제주여자중·고등학교 출신의 문인들로 구성된 동백문학회(회장 김순신. 수필가)는 지난 22일 명도암에서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이라는 주제로 문화기행을 실시했다.

이날 행사는 ▲몸과 마음을 살리는. 봄의 텃밭 ▲몸과 마음을 살리는 음식 ▲몸과 마음을 살리는. 시 낭송을 개최했다.

동백문학회는 “우리 문화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오래 전해져온 생각이 있다.”며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로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그렇게 치유해 온 지혜를 이어, 「동백문학」 3호의 주제는 ‘제주의 맛’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동백문학회,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문화기행
▲ 동백문학회,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문화기행 ⓒ뉴스라인제주

이어 “그래서 올해 첫 번째 행사는 맛있는 봄소풍이다.”라며 “몸과 마음을 살리는 봄 들판에서 바람도 쐬고, 텃밭에서 키운 나물로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삶을 치유하고 더 나아가게 하는 힘, 문학 또한 약과 음식에 견줄 만하다”며 “시낭송으로 통해 더 충만한 시간과 회원들의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동백문학회는 “무정하게 가는 시간에 ‘무정한 시대를 살아나갈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이 어딘가에’ 있다면, 문학을 통한 만남도 그 한 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동백문학회,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문화기행
▲ 동백문학회, “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문화기행 ⓒ뉴스라인제주

[시]

 

12월은 또다시 지나가고
 

서근숙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뭇 시간들

그 위에 야무지게 그려 넣고 싶었던
그 많은 그림들을

뒤돌아보니
모두가 허황된 꿈이었네

돌고 돌아온 흔적의 발걸음보다
재빠른 걸음으로 맞아야 할 때

알 수 없는
그때가 더없이 아름답기를
그 찰나가 더없이 행복하기를
 

차 한 잔의 삽화
 

김정자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마시는
따끈한 찻잔에서
이 세상 어디쯤에 묻어둔
진한 사랑빛 抒情이
아직은 식지 않아
외로움으로, 또 그리움으로
되살아 피어 오른다

하늘이 구름을 이고
땅이 풀꽃을 피워도
始作은 늘 먼 데에 있고
어스름 녘 還生의 목탁소리에
내 인생의 長短이 절로 실려
오만도 비겁도 낭만도 순수도
위선처럼이나 너무도 조용하게
고여 있음이여
 

어떤 개인 날
 

김순이
 

雨期가 지날 무렵이면
마분지 빛깔 같은 하루의 일과에서도
제법 기분 좋은
나무 냄새가 피어난다

번민으로 그늘진 내 이마의
무거운 침묵을 깨치며
질서없이 휘몰아치는 개인 날의
햇살은
무지개 빛깔로 飛散하며
후미진 비탈의 습지로 나를 떠민다

개인 날의 나무 냄새는
밤사이 육신으로 스며들어
나를 소생케 하는
물결치는 바다의 넋이나 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외곬으로 밀리는 사랑이라도 되는가

기울어가는 일몰 때
햇덩이의 격정을 인내하는
뜨거운 미래의 음악은 없는가
참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만 들려와
어질고 미쁜 기도를 펴줄

아직은 살갗을
헐뜯는 꽃샘 바람에 불려든
쌀쌀한 가슴을 안고 착하게 나의
오직 하나뿐인 아침을 기다릴 때

---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시계처럼 무정한 시대를 살아 나갈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이
 

[수필]
 

새벽 앞에 서다
 

오인순
 

새벽 4시. 거실 커튼 사이로 희부연 빛이 밀려오고 있다. (중략)
마당에 서서 마주한 새벽하늘은 조각달과 별들로 반짝이다. 자연의 축복이다.

(중략)

김장 재료를 사기 위해 새벽시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 손님들의 흥정하는 소리가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새벽 공기는 그들이 뿜어낸 삶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발걸음에 땀이 났다. 누구에게나 24시간 주어진 하루.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면 새벽은 영영 나를 찾지 않을 지도 모른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오감도 퇴색하고 감성도 녹슬어가고 있다.

이제는 내 인생의 길에서 멀리 와 있지만 소나무처럼 푸르게 서 보고 싶다. 내면의 나에게 귀를 기울이며 살아온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겠다. 백석 시인이 읊었던 「흰 바람벽이 있어」처럼 넘치도록 나를 사랑해보고자 한다. 심신이 지치면 쉬엄쉬엄 걷고, 마당의 꽃과 식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겠다.

이 새벽에 나의 글방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고전을 배우고 시와 고흐의 편지를 읽으며 ’나답게 사랑했는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누군가 “글을 쓰는 사람은 작가의 길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가보지 못한 고난의 길일지라도 남이 대신 할 수 없기에 피하며 가고 싶지는 않다. 오롯이 남은 인생의 선물로 받아들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사랑하고자 한다.

어둠의 벽을 허물고 동녘이 밝아온다. 마당에 나무의 윤곽도 또렷해진다. 새벽 4시, 내가 가야 할 길이 움을 트며 잠들었던 내 영혼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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