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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36) 장부처럼 우뚝한 동부제일 고악高岳인 높은오롬
[오롬이야기](36) 장부처럼 우뚝한 동부제일 고악高岳인 높은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9.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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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북동편에서 본 높은오롬의 가을
▲ 북동편에서 본 높은오롬의 가을 @뉴스라인제주

제주 번영로 동쪽(표선방향)>, 대천동 4거리에서> 좌회전, 비자림로를 따라> 직진, 웃송당 삼남매 사거리에서> 우회전, 송당으로 들어선다(사거리서 직진하면 비자림으로 가버려 한참 돌아간다). 웃송당 삼남매 4거리에서> 우회전, 성산 수산방향 큰 길을 따라> 직진, 식당들이 있는(아부오롬 입구) 동네 끝 지점이다. 여기서 5백 미터쯤 직진하면 우측에> 높은오롬, 구좌공설묘지 입구 푯말이 보일 때> 우회전한다.

높은오롬을 따라 가면 예덕나무 같은 낙엽수도 있지만 상록수인 후박나무, 참식나무, 삼나무,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시멘트포장 길을 따라가다 삼거리> 직진하면 된다(제주시로 돌아갈 때는 오던 길로 말고 이 길로 가다 우회전하여 바라보면 앞서 식당들이 나온다).

오롬 입구에서 직진하여 만나는 삼거리에는 높은오롬 돌비가 있다. 여기에서 직진방향으로 쭉 나가면 우측에 구좌읍 공설묘지가 보인다. 조금 더 직진하면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묘지에서 식당으로 쓰는 건물)이 보인다. 거기서 묘지 사이로 쭉 올라가면 목재계단을 만나게 된다. 높은 오롬은 동네사람들도 헤매는 곳이기에 이렇게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목재계단을 따라 오르노라면 편백나무 우거진 터널을 지나는 듯하다. 간간이 사스레피나무들이 보이고 숨차다할 쯤, 넓지 않은 중턱에 들판이 보인다. 지난겨울 제주산 수선화들이 하얀 꽃을 피우던 자리에 봄에는 찔레꽃이 지천이다. 추분을 지나자 검붉은 고사리벌판에 더 붉은 꽃무릇이 스페인 처녀 정열처럼 눈썹을 치켜들고 그 너머 피라미드 송림은 푸르게 빛난다.

세송로 더덕밭에서 본 높은오롬
▲ 세송로 더덕밭에서 본 높은오롬 @뉴스라인제주

1981년도부터 1984년도까지 청도군 운문면에서 4년을 살았다. 운문사에서 꽃무릇을 보며 ‘참 예쁘네, 근데 제주도 이별초(상사화)는 분홍색인데 빨간색도 있었나?’ 생각했을 뿐이다. 영광 불갑사에서 꽃무릇 붉은 물결을 보고는 놀랐다. ‘아가씨 눈썹처럼 올라갔네!’ 1988년 추석, 하동 쌍계사에서 세 번째로 꽃무릇을 보았다. “속세가 아닌 절에서만 이렇게 많이 보이네!”

오랜 후에 들은 이야기다. 꽃무릇은 ‘애절, 참사랑, 슬픈 추억,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이 있다. ‘속세의 여인을 사모한 스님은 다시 볼 수 없는 여인을 생각하며 사찰 뜰에 꽃무릇을 심었다는 전설이다.’ 또 다른 전설은 ‘스님을 사랑한 여인이 스님을 생각하며 꽃무릇을 심었다.’고 한다. 상사화는 한국, 꽃무릇은 일본이 원산지라는데 어린 시절 제주 산야에 널려 있던 ᄆᆞᆯ마농(말마늘)이라 부르던 상사화가 이제는 씨가 말라 잘 보이지 않으니 슬프다.

그런데 찾는 이도 많지 않은 높은오롬 비탈길에 “밟지 마세요. 꽃씨 포설 중”이란 푯말이 보인다. ‘누군가 깊은 이 오롬 속에 꽃을 심었을까 고맙다.’ 비탈길에 깔렸던 야자메트는 너무 낡아 너덜거리고 어떤 곳에는 매트가 사라져 고정핀만 박혔다. 그런 옥에 티를 감추는 게 꽃을 보는 마음일까? 송림 빽빽한 숲에는 청미래 넝쿨들이 엉켜 있는데 가까운 곳에는 찍꾸리 새소리, 멀리서는 노루울음 소리에 가파른 고갯길을 언제 올랐는지 모르게 오른다.

지난 봄 정상에 이를 쯤 어디서 풍기는 향기인가 했더니 쌀밥 같은 꽤꽝나무 하얀 꽃이었다. 국수나무는 겨울동안 국수를 빼 놓은 듯하더니 파 잎을 띄운 듯 파릇파릇하다. 탐방로 주위에는 구슬붕이가, 숲 속 나무 아래는 보랏빛 제비꽃이 지친 봄날에 총총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뻐꾸기가 운다. 가는 봄이 서러운 듯 사스레피 까만 눈물이 좁쌀처럼 조롱조롱 하다.

높은오롬 정상에서 본굼부리
▲ 높은오롬 정상에서 본굼부리 @뉴스라인제주

정상에 이를 쯤 중턱에 가막살나무가 붉은 열매를 익히는데 꽤 큰 떼죽나무 가지가 열매를 잔뜩 달고 부러져 있다. 지난여름 태풍에 부러진 듯하다. 행여 물매화가 피었을까 오롬 중턱부터 숲을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연분홍 이질풀꽃, 쑥부쟁이, 보랏빛 당잔대가 피는데 물매화인가 보았더니 하얀 참취 꽃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높은오롬 굼부리는 높이에 비해 깊지 않으나 꽤 넓어 보인다. 세 개의 봉우리 중 남쪽 봉우리가 조금 높아 산불감시초소가 있어 조금 높으나 오롬 정상을 한 바퀴를 도는 데는 불과 10분이면 충분하다. 굼부리 가운데는 몇 마리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저 말들이 이 오롬의 주인인데... 탐방로나 둘레 길에도 영역표시인양 말똥천지다.

중국에서 20년을 살며 자주 다니던 내몽골성은 정착생활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외몽골은 아직도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을 떠나면 들판에 게르(천막) 치고 유목생활을 한다. 게르 안에는 난로 겸 취사용으로 말똥Аргал(아르갈)을 사용한다. 제주마馬는 700년 전 몽고에서 들어와서 지금은 몽골말제주아종으로 분류되지만 말똥을 때는 것은 한국 어디에도 없는 몽골 풍속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른 말똥 한가마니를 주워 와야 밥을 먹고 군불을 지필 수 있었다. 집집에는 잿간이 있어 부엌과 군불 칸에 재를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였다. 말똥으로 군불을 때면 구수한 풀 연기가 고향집에 퍼져서 참 좋았다. 제주관광은 영주(제주)10경의 하나가 고수목마이듯 말똥 냄새가 거스르지 않을 때 비로소 제주가 다가 올 것이다.

오롬 중턱이 잘 보이는 동쪽편
▲ 오롬 중턱이 잘 보이는 동쪽편 @뉴스라인제주

높은오름은 해발 405.3m로 모든 오롬이 눈 아래로 보인다. 제주동부 4읍2면(조천, 구좌, 성산, 남원. 표선, 우도) 중, 비고로 보면 ①ᄃᆞ랑쉬 227m, ②영ᄆᆞ루(영주산) 176m, ③높은오롬 175m, ④청산오롬(일츨봉)이 174m로 2, 3, 4위인데 각각 1m 차이다. 그러나 높은오롬을 등반해보면 지미오롬이나 둔지오롬보다 어렵지 않다. 중턱에 들판을 지나기 때문이다.

높은오롬 정상에서면 보이지 않는 오롬이 없을 만큼 제주 동녘이 환하다. 동쪽으로는 청산오롬과 소섬, 바오롬, 큰물뫼, 왕메(대왕산), 남쪽으로는 영ᄆᆞ루(영주산), 개여기(백약이), 동거문이, 문세기가 보인다. 서쪽으로는 한라산, 알밤오롬, 부대오롬, 부소오롬, 거문오롬, 북쪽으로는 거슨새미, 안돌, 밧돌, ᄃᆞ랑쉬, 지미오롬, 용눈이, 손지오롬 등이 보이는 압권이다.

높은오름 동남쪽에는 양애못이 있는데 양애못 습지지경을 ‘양에굴앗’이라 한다. ‘양애(양하)’는 생강과로 아주 닮았다. 남해안 인근에도 있다고 하나 제주도 습지나 곳자왈 지경에는 어디나 널려 있다. 봄에는 죽순처럼 솟는 양애순(양애끈)을 먹고 여름에는 푸른 잎사귀를 쌈 싸먹거나 시루떡 바닥에 깔기도 하고, 가을에는 뿌리에서 솟는 진자주색 꽃(양애)을 먹는다.

높은오롬-동거문이-문세기오롬이 바로 한 길에 이웃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은 웬만하면 하루에 트레킹 할 수 있으니 함께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능하면 4계절이 모두 다른 모습이니 철 따라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높은오롬 탐방이야 말로 제주동부의 깊은 속살을 보듬어 보는 것이다.

높은오롬 중턱에 핀 꽃무릇
▲ 높은오롬 중턱에 핀 꽃무릇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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