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2 14:09 (목)
[오롬이야기](32) 남녘바다 향해 비상하는 박쥐오롬, 바굼지
[오롬이야기](32) 남녘바다 향해 비상하는 박쥐오롬, 바굼지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9.12 2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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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남쪽에서 본 바금쥐오롬
▲ 남쪽에서 본 바금쥐오롬 @뉴스라인제주

조선시대 제주행정은 1목(제주), 1군(정의), 1현(대정)이었는데 그중 대정현 대정골 향교 뒤를 받치고 있는 바굼지오롬이 있다. 대정읍 지경으로 들어서기 전에는 산방산만 보이는데 대정골에 이르면 산방산과 자락을 맞대고 있는 바굼지오롬이 보인다. 남쪽 기슭에서면 큰 날개를 모으고 형제바위, 가파도 마라도를 바라보는 바굼지 오롬이 보인다.

조선 헌종시대에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이원조는 탐라지초본에서 이 오롬을 단산簞山, 오대산五臺山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은 이 오롬을 ‘바굼지오롬’이라 한 것은 제주어로 박쥐를 ‘바굼지’라고 하는 데 이를 받아쓴 식자층識者層은 ‘바구니’로 듣고 바구니 ‘단簞’자를 써서 ‘단산簞山’이라 잘 못 표기하였다. 또 다른 식자층識者層은 북쪽에서 보니 봉우리가 다섯 개라서 ‘오대산五臺山’이라고 병용하여 쓰여졌다.

북쪽 인성리 쪽에서 보면 오대산이란 말이 맞구나 싶다. 다섯 개 봉우리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장부가 머리를 받치고 누워있다. 하나는 머리통, 둘과 셋은 머리를 받치고 있는 팔꿈치, 나머지 둘은 다리를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옛 사람은 다섯 개 봉우리를 세었지만 산 위에 누워 있는 장부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용눈이오롬에서 ‘용녀’를 보았듯이 바굼지오롬에서는 ‘오대산장부’를 찾은 것은 또 다른 발견인 것 같다.

바굼지의 서쪽편 날개
▲ 바굼지의 서쪽편 날개 @뉴스라인제주

바굼지오롬의 소재지는 동남쪽으로 안덕면 사계리, 서북쪽으로는 대정읍 인성리(대정골) 경계에 있다. 오롬의 높이는 해변에 가까워 해발 158m이나 비고는 113m로 해발 차는 45m밖에 되지 않는다. 알려진 바로 ‘바굼지오롬의 퇴적층은 서귀포 해안 단애가 노출된 것이라 한다. 조개화석은 암석 속에 남아 있는 해저화산이 지반상승운동을 일으켜 육상으로 나타났다(日本, 中村新太朗, 『濟州火山島雜記』)넌데 동의된다. 실제로 성산읍 멀미오롬, 한경면 수월봉과는 태생이나 형태, 위치 등에 있어서 흡사해 보인다.

지금까지 바굼지오롬의 탐방로는 북쪽 편에 있었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이 “그쪽은 패쇄 됐으니 서쪽 단산사 입구로 올라갑서”라는 말대로 단산사 입구에서 울타리를 따라 올라간다. 오롬 입구는 키 큰 참식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들이 늠늠하다. 위로는 동백나무, 예덕나무, 천선과 들이 보인다. 50m을 못가서 오롬은 박쥐날개 같은 빗살바위들이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려 빌레(한국어/너럭바위와 비슷함)를 이룬다. 바굼지오롬은 다른 오롬 탐방로처럼 야자매트, 나무계단, 돌계단이 없다. 단지, 돌빌레 위로 매듭지어진 로프만 있을 뿐이다.

빌레 좌우로는 그래도 쌍동나무, 보리똥나무, 보리수나무들이 보인다. 중턱부터는 남녘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송악산, 모슬봉, 대평리해안과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까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바굼지오롬 탐방로의 서쪽 봉우리는 삐딱한 좁은 샛길에 얕은 흙이 깔려서 ᄆᆞᆯ쿠실(고령근)나무, 산벗나무, 자귀나무가 심겨진 삼나무가 해송 사이에서 자라난다. 특이한 것은 모시풀이 많고 칡넝쿨도 보인다. 심은 것처럼 줄지어 선 동백나무에 동백열매가 주렁주렁하다.

바굼지오롬 서벽에서 본 동벽
▲ 바굼지오롬 서벽에서 본 동벽 @뉴스라인제주

바굼지오름 동쪽은 산방산 자락에 맞닿아 있다. 산방산 자락을 바라보니 열두 폭 푸른 자락이 빛을 받아 곱다. 서남쪽으로는 금산오름이 보이고 남녘으로는 푸른 바다에 떠오르는 섬들과 해안선이 정오 햇빛에 은빛 찬란하다. 바굼지오롬은 분화구가 없는 원추형 오롬이다. 수직으로 깎인 바굼지오롬 북벽의 위용은 놀랍다. 어쩌면 저 깎아지른 벼랑을 대정현에 유배 왔던 추사 김정희 선생도 보았으리라.

추사는 분명이 이 오롬에서 저기 산방선 자락과 남녘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을 것이다. 곧게 내리깔린 절벽선, 위에서부터 옆으로 빗겨간 빌레선, 둥그런 모슬봉, 굼부리를 내려갔다가 치켜 올라온 바위선, 바다를 먹물삼아 푸른 하늘을 펴고 글을 쓰지 않았을까? 쭉 뻗거나 구불구불한 나무들, 둥글고 뾰족한 나뭇잎, 나무를 타고 오르는 넝쿨줄기도 그의 붓끝을 움직이게 했을 것이다.

대정(모슬포)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공군부대가 있었다. 그래서 공군부대를 지키려고 모슬포공군부대 주위 곳곳의 오롬에는 대공포가 설치된 참호들이 많다. 이웃한 굴뫼에서는 여러 개의 참호들이 있고 참호를 알려주는 표지판들도 있었다. 이곳 바굼지에도 일본군 참호 하나가 만들어져 있음을 보았다. 참호를 보는 순간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울분이 치솟는다.

북쪽에서 본 바금쥐오롬
▲ 북쪽에서 본 바금쥐오롬 @뉴스라인제주

이 땅을 유린했던 외세들, 일본, 몽골, 명나라, 프랑스, 등등. 왜란, 여몽(고려+몽골)연합군의 상육과 삼별초대전, 몽골의 목호들과 여명(고려+명나라)연합군의 대전, 프랑스와의 을축년 에 일어난 이재수의 난,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을 위한 마지막 기지로 이용하며 동원된 제주인들의 노역동원, 좌우의 대결 속에 제주인구 1/4에서 1/3이 죽었다는 4.3사건에 이르기까지 외세와 육지의 전쟁과 난리 속에 유린당해 온 서글픈 이 땅, 제주! 이제는 잊어야지, 그러나 알아야지, 그리고 다시는 당하지 말아야지, 아름다운 이 땅을 아끼고 품어줘야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제주를 말하지 말자. 일방적인 한국교육에 가려져 바로 알지 못하던 제주를 알아야한다. 육지와 전혀 다른 제주의 산천, 제주의 전설 속에 숨겨진 제주의 문화, 한국어에 가려져 소멸되어가는 제주어, 한국인과는 또 다른 민족배경, 반도와 대륙, 열도와 서양세력 등에 의해 수없는 당해 온 수탈과 억압, 난과 난 속에 당해 온 피해의 역사를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21세기는 지방화시대가 아니던가? 바로 눈을 떠서 보아야 한다.

제주의 해변이 제주의 얼굴이요, 제주의 관광지가 제주의 화점이라면 제주의 오롬이야말로 제주의 속살이다. 제주의 오롬, 제주의 속살을 모르고 어떻게 제주를 보았다 할 것인가? 제주의 오롬을 올라보고, 제주의 오롬을 둘러보지 않고서 제주를 보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주는 오롬이다. 제주사람은 오롬에서 낳아 오롬에서 살다가 오롬에 묻힌다. 오롬을 아끼는 것은 곧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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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20-09-13 16:04:54
제주사랑이 제주 역사 이해와 사랑임을 말씀해 주시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제야, 오름과 오롬을 이해하고, 오름보다 오롬이 더 정겨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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