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2 21:24 (목)
[오롬이야기](30) 정의군 성읍성, 술(개)시 방향의 정연한 개오롬
[오롬이야기](30) 정의군 성읍성, 술(개)시 방향의 정연한 개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8.2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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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도라지밭에서 본 개오롬
▲ 도라지밭에서 본 개오롬 @뉴스라인제주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타고 동으로 향하면 구좌읍 대천동 4거리를 만나고 계속 직진하면 표선면 성읍2리 로터리에 이른다. 좌회전 하면 성읍2리 58번 길이 나오고 좌편에 피라밋 형체의 개오롬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돌아 마을을 지나면 ‘청초밭’이라는 목장입구가 보인다. 그 앞에서 좌회전하여 길을 따라 쭉 나가면 구렁팟 넓은 평지로 들어서고 좌편에 피라밋 모양의 봉긋한 오롬이 보인다. 개오롬이다.

성읍목장은 전두환 때 이ㅇㅇ와 척 관계인 이ㅇㅇ-장ㅇㅇ의 술수로 넘어갔다. 장ㅇㅇ는 다시 사기죄를 지어 감옥으로 가고 지금은 외지인이 ‘청초밭’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오롬 길을 잘못 들어 목장 안으로 들어가 길을 묻고 뒤돌아 오는데 입구 양편에 울창하게 늘어선 나무들이 송당목장 입구를 닮았다. ‘청초밭’ 입구에서 농로를 따라가면 오롬 입구 비탈진 목장에 말떼가 뛰 논다. 성불오롬 말목장과 닮았다.

개오롬은 눈으로 들어오는데도 헷갈리는 길이 많고, 내비게이션도 갈림길에서 잘 가르쳐주지 못한다. 두 번이나 청초밭 안으로 들어가서 뒤돌아 나온 경험이 있다. 번영로> 성읍2리 로터리 > 좌회전, 성읍2리 58번길> 우회전, 가나안교회간판> 우회전, 청초밭> 좌회전 하여서 계속 길을 따라 오롬을 보며 우회전하여 가면된다.

개오롬입구의 말목장
▲ 개오롬입구의 말목장 @뉴스라인제주

개오롬은 고려, 조선시대에 정의군 성읍에 소재한 표선면 성읍2리에 있다. 개오롬의 높이(비고)를 표선면 주위 오롬과 비교해 보았다. 영모루176m, 여문영아리134m, 백약이132m, 개오롬130m(해발344.7m)이다. 표선면에서는 4번째 높이이나 2번째에서 4번째까지의 비고는 불과 2m~4m 차이로 비슷하다. 영ᄆᆞ루, 여문영아리, 백약이 오롬은 완만한 경사이나 개오롬은 바농오롬과 같이 뾰족하여 정상까지 계속 올라가야하기에 가파르게 보인다.

작년 12월, 정상을 오르는데 표지판도 매트도 없어서 둘레 길을 한 바퀴 돌고 길 없는 정상을 올랐었다. 1년이 안되어 표지판이 세워지고 정상을 오르는 탐방로도 깔렸다. 반쪽 둥근 목제를 깔고 야자매트를 덥고 고정 핀을 꽂았다. 자세히 보니 예전에 깔았던 야자매트가 허옇게 바실바실 가루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새로 깐 매트로 편안히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①개오롬은 19세기 중반 제주목사 이원조의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 산천조’에 그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②개오롬의 오래된 이름은 한자로 ‘개악蓋岳’인데 개의 뜻은 ‘덮을개蓋 자로 덮다, 덮어씌우다, 이엉덮개, 뚜껑, 용기의 아가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제주어로 표기할 수 없어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③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지도나 1954년 발행한 『중보탐라지』에서는 ‘개악’의 ‘개’를 한자로 해석하여 ‘구악狗岳’이라고 오기誤記하여 오늘까지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된 것이다.

개오롬은 제주오롬의 4형태 중 원추형으로 굼부리가 없다. 개오롬 정상을 올라보니 서너 평 될 만한 바위가 원추형 정상을 덮고 있다. 바위가 오롬의 뚜껑을 닮아서 덮을 개蓋 자를 써서 개오롬이라 했을 수 있으나 기왕에 한자를 쓰더라도 그에 합당한 모습의 글자를 찾아서 덮을 개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보탐라지』에서 덮을 개蓋 자를 그냥 사용하였다면 ‘뚜껑오롬’이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개구狗 자를 쓰며 개오롬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개오롬에서 보는 영모루오롬
▲ 개오롬에서 보는 영모루오롬 @뉴스라인제주

④종달리와 우도는 본래 정의군에서 나중에 제주목 좌면(신좌면=조천면과 구좌면)에 편입되었다. 당시 정의군 끝인 지미봉은 열두 간지시干支時의 ‘자시(子時쥐시) 끝’에 있어 사람들이 ‘쥐미(쥐의 꼬리)’라 한 것을 후에 ‘지미地尾(땅 끝)’로 잘못 쓰였다. 또한 ‘축시丑時’ 방향에 있어 ‘소섬’이라 했는데 후에 이을 ‘우도牛島’라 잘못 표기한 것이다.

12방향에 해당하는 간지시 형태를 우산살처럼 직접 마름질하여서 12방향을 표기하였다. 그리고 정의군성읍 앞산인 영ᄆᆞ루(영주산)에 중심점을 찍고, 지미오롬을 ‘자시子時 끝’으로, 우도를 ‘축시丑時’로 맞추어 측정해보니 개오롬은 술(개)시戌時에 해당되었다. 그래서 ‘개오롬’은 ‘술시戌時’에 해당하여서 개오롬이라 명명한 이유를 찾게 되었다. 그래서 한자로 두 가지 글자를 사용한 것도 술시의 개오롬을 한자로 음차 했음을 알 수 있다.

한자로 ‘술戌(개)’의 의미는 ‘마름질하다, 정연(가지런)하다, 아름답다’는 뜻이다. ‘마름질’은 옷감이나 재목 등을 치수에 맞추어 마르는 일이다. 먼저 옷감 위에 옷본을 배치하여 시침핀으로 옷본을 옷감에 고정한 뒤 완성선과 시접선을 초크로 표시하거나 실표 뜨기를 해서 완성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위키백과사전). 옛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질서정연하게 마름질하여 오롬 이름을 정한 것을 그동안 그 뜻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개오롬으로 들어가는 나무터널
▲ 개오롬으로 들어가는 나무터널 @뉴스라인제주

구렁팟 길에서 개오롬과 주위를 둘러보니 오롬의 능선들이 아름답다, 개오롬은 어느 한쪽도 기울어지지 않은 여체의 고운 유방이다. 도라지 꽃밭에서 개오롬을 향하여 사진을 찍는데 눈물이 났다. 오롬 입구엔 고삐 매이지 않아 목장을 뛰노는 말들, 영주10경의 하나인 ‘고수목마’를 볼 수 있다. 죽마고우竹馬故友들이 그립다. 오롬 한 바퀴를 돌아보니 ‘정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그런 정연함이 특이하여 새롭거나 색다르지 않아 재미없을 수도 있다.

개오롬 아래는 개모시(제주어)들이 가득하여 다른 풀들이 보이지 않는다. 새우란 몇 포기, 찔레, 산수국, 산딸기들이 조금 보인다. 위로 오르며 삼나무, 중간의 소나무, 정상부에는 큰 편백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삼나무는 독성이 있어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다. 꽃가루나 떨어진 삼나무가지들로 식생이 단순하다. 고사리, 고비 등 양치식물들이 고작이다. 정상 가까이 이르러 억새풀들이 보인다. 정상에는 사스레피나무, 청미래덩쿨, 구리장나무 등이 조금 보인다.

개오롬 정상에는 나무들이 우거져서 주위의 오롬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만 조금 트여서 영주산이 환히 보인다. 그 아래는 저수지(호수)의 물이 저물녘 햇빛에 밝게 빛난다. 오롬 아래서는 오히려 오롬 위에서와 달리 북쪽 오롬들과 주위 오롬 능선이 곱게 보인다. 서쪽으로는 구좌읍의 오롬들도 잘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끼는 저녁놀이 구름 사이로 비친다. 올 때는 보이지 않던 마을로 가는 길, 좌우편에 늘어선 상록수가 숲 터널을 이룬다. 빠르게 지나쳐 버리면 모두 지나쳐 버릴 아름다운 것들, 한 박자 늦추어 제주를 보고 오롬을 다시보자. 꿈속에도 오롬이 다시 떠오른다면 당신은 진정한 오롬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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