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2 22:12 (목)
[오롬이야기](22) 탐방이 불가한 한라산국립공원 안 볼레오롬
[오롬이야기](22) 탐방이 불가한 한라산국립공원 안 볼레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7.08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존자암 지붕 너머로 보이는 볼레오롬
▲ 존자암 지붕 너머로 보이는 볼레오롬 @뉴스라인제주

제주불교 3대 전승지인 볼레오롬을 탐방하고 싶었다. 삼양(원당)오롬과 성불오롬은 이미 탐방했으니 불레오롬도 마저 탐방해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탐방로가 소개된 곳이 없어서 한라산국립공원 내 영실매표소에 전화로 문의하였다.

“볼레오롬을 탐방하고 싶은데 등반로가 소개된 곳이 없어서 물어봅니다.”
“거긴 탐방이 불가합니다. 거기 올라가다간 벌금 냅니다. 올라가지 마세요!”
“그러면 언제쯤 갈 수 있나요? 물찻오롬처럼 탐방할 수 있는 기간이 있습니까?”
“이제껏 개방된 적 없습니다. 언제 개방될지도 모르고요!”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보아도 뻔한 대답이 나올 것 같아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존자암까지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장마비가 조금 개인 때에 영실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존자암 표지를 따라서 길을 나섰다.

제주불교는 동국여지승람, 제주풍토기, 탐라지 등의 기록에 탐라시대에 ‘존자도량조’에 의해 인도아유타국 허황후에 의해 전해진 가야불교보다 500년 앞서 전래된 남방불교이다. 또한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은 중국으로부터 들어 온 북방불교인데 탐라불교는 고구려보다 무려 무려 900년 앞선다. 석가의 6번째 제자인 발타라 존자가 제주에 포교했다고 전해진다.

승유억불 정책에 살아남은 존자암 사리탑
▲ 승유억불 정책에 살아남은 존자암 사리탑 @뉴스라인제주

제주 3대 불교유적지는 서귀포 볼레오롬의 존자암, 삼양(원당)오롬의 불탑사, 송당 성불오롬 성불암이다(다른 견해도 있지만). 조선 개국 시 억불승유정책을 국가이념으로 세우게 된다. 당시 목사 이형상은 제주불교 사찰들을 폐쇄하게 되는데 이 때 남은 2개의 유적인 불탑사 5층석탑(보물1187)과 볼레오롬 존자암 사리탑(유형문화제17호)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한라산 서쪽을 관통하여 서귀포로 나가는 제2횡단도로 상 최고점인 1100고지는 남한에서 제일 높은 도로이다. 여기서 남쪽, 서귀포 방향으로 불과 6킬로를 내려가는 지점, 좌측에 영실표기를 보고 좌회전해서 나가면 영실 존자암입구로 들어선다. 단풍나무 붉은 잎과 도토리나무 노란 잎, 적송 푸른 잎이 어우러진 가울 날 이 길을 지나노라면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영실 입구에서 2킬로를 더 가면 영실 제1주차장이 있는데 여기서 좌측을 보면 볼레오롬으로 나가는 입구가 보인다. “한라산 「존자암지」라는 큰 표지판이 보인다. 좌우에는 존자암과 불교수행길 소개표지들도 보인다. ‘존자암지’는 도지정기념물 제43호(1995. 713)로 서귀포시 하원동 산1-1호에 있다. 즉 하원리 산 1-1번지가 볼레오롬임을 알 수 있다.

표지판에는 “1993년, 1994년 두 차례 발굴조사에서 려말~조초에 형성된 걸로 추정된다.” 하나 이는 잘못 된 견해이다. ‘조선시기에 승유억불정책으로 목사 이형상은 절500, 당500을 폐하였다’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려 중기 이전에 암자가 있었을 것이나 목사 이형상에 의해 제주 3대 사찰인 존자암은 당연히 폐하였을 것이고 중건했다면 조선 후기나 될 것이다.

볼레오롬 존자암으로 나가는 등반로는 다른 등반로 두 배는 됨직한 긴 널판으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계단에는 작은 자갈이 채워져 있다. 왼쪽으로는 넓지도 깊지도 않은 계곡물이 작년 가을에 보았을 때는 졸졸 흐르더니 장마철을 맞아서 콸콸콸 소리 내며 흐른다.

볼레오롬으로 올라가는 좌우 길에는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숲이 욱어졌는데 그 사이에 이따금 수백 나비 떼가 앉은 듯 산딸나무 하얀꽃들이 이채롭다. 숲 중간 중간에는 질 푸른 주목, 구상나무들도 보이고 큰 키 나무들 아래는 한 자 좌우의 조릿대들이 빡빡히 점령하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보니 중간 중간에 손톱만한 누루발풀이 코딱지만한 연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존자암
▲ 존자암 @뉴스라인제주

오롬을 오르는 중간지점에서 큰 바위를 만났다. 바위 중간에는 주먹 두 개나 들어갈 만한 구멍으로 토종벌들이 앵앵거리며 석청을 만든다고 바쁜데 행여 쏘일까 조심스레 피하여 산길을 오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은 찌푸렸는데 오백나한五百羅漢 너머에서 스멀스멀 안개가 내려온다. 안개는 찌득찌득 흐르는 땀방울과 하나 되어 등이 축축하다.

숲 속에 큰 대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존자암이 보인다. 육지 암자들보다 크지 않으나 작지도 않아 보인다. 대웅전 앞 돌 웅덩이로 차고 넘치는 물 한 대접 마시고 둘러본다. 암자 왼쪽 위로 제주현무암으로 만든 작은 사리탑이 보인다. 조선시대 회손 되는 중에 살아남은 유명한 사리탑(유형문화 제17호)은 허연 돌이끼가 군데군데 박혀서 고난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국성가國聖家’는 다른 절에서 보지 못하던 터라 알 수 없다. 국성가 뒤로 올라가 본다.

영궁瀛宮이란 글자가 쓰여 있고 그 아래 그림에는 폭포가 흐르는 곳에 부처가 앉아 있고 말을 탄 두 남녀가 높은 산과 첨탑을 배경으로 서로 바라보며 달린다. 그 모습은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 마약왕 쿤사가 지배하던 골든트라이앵글(메콩강이 흐르는 태국⦁미얀마⦁라오스 삼국 국경을 이루는 곳)지경 산상에서 바라보던 풍경을 놀랍게도 닮았다. 또한 이런 그림은 육지의 어떤 절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이 그림 하나로도 탐라불교가 육지와 다른 남방불교임을 그대로 알 수 있는 증거이다.

또한 우측에 있는 그림도 볼레나무 아래 앉은 부처가 있고 부처의 오른쪽에는 계곡의 물이 흘러내린다. 반라半裸를 들어낸 세 여인이 보이는데 길게 자란 검은머리와 원색의 짧은 옷, 맨발의 모습이 육지의 절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다. 마치 맨발의 아가씨들이 미얀마절간을 들어갈 때 신을 벗고 맨발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는듯하다.

존자암대문
▲ 존자암대문 @뉴스라인제주

영궁 왼쪽 아래로 내려서면 계곡 물이 흐르고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 숲이 있는 계곡등허리에 종각이 있다. 암자의 건물은 단순하고 경내는 얼마 전에 풀을 깎았는지 산듯하고 풀냄새는 향기롭다. 절 입구에는 산 아래서 사람이나 짐을 운반하는 체인 박힌 레일이 깔려 있다.

부슬부슬 내려오는 게 비구름인지 안개인지 축축하다. 코앞에 볼레오롬 우거진 숲이 진록의 우산을 쓰고 내려오는 듯하다. ‘볼레오롬’은 제주어 ‘볼레낭=보리수나무’에서 온 걸로 전해지나 이는 ‘불래佛來=부처님이 오신다.’는 말이다. 제주어 ‘볼레낭’은 보리똥나무라는 낙엽수와 막게(망치)볼레라는 상록수인 보리수가 있다. 보리똥나무는 녹두알만 한 빨간 열매가 가을에 열리고 막게볼레는 겨울에 익는데 어린 시절 산과 들로 따 먹으러 다녔던 추억이 아련하다.

실제로 제주에서 말하는 ‘볼레낭‘은 인도의 보리수와 전혀 무관하다. 인도 보리수나무의 학명은 ‘religiosa는 '종교적'이라는 말인데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6년간 명상을 통하여 열반했기에 불교의 상징이요, 성수聖樹이다. 인도의 보리수인 ’보오나무Bo-tre는 고대 인도어 '모지'와 같다는데(반야심경) ‘세상사를 깨우쳐 득도(열반涅槃) 했다’는 뜻이다.

가파른 볼레오롬 1km 언덕을 땀 흘려 올라와서 스님들을 찾았으나 스님들은 거주하지 않았다. 경건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한 잔의 물을 마시고 큰 숨을 내쉰다. 호연지기浩然之氣 심사가 열반 한 듯 몸과 마음이 새롭다. 수 천 년 역사를 들어보지 못하고 하산하자니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