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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19) 제주도 동쪽 끝자락 섭지코지 꼬마오롬인 붉은오롬
[오롬이야기](19) 제주도 동쪽 끝자락 섭지코지 꼬마오롬인 붉은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6.16 0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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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붉은오롬정상
▲ 섭지코지 붉은오롬정상과 꼬마등대 @뉴스라인제주

섭지코지를 걸노라면 제주의 또 다른 맛을 보게 된다. 바다건너서 일출봉을 보고 바다 건너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곳, 섬이 아니면서 섬인가 싶은 곳이다. 제주어로 ‘코지’는 바다로 쭉 뻗어 나간 곳으로 영일만의 호미곳, 황해도의 장산곳 같은 곳이다. 제주에서 곳은 1)바다로 쭉 뻗어 나간 곳=코지, 2)꽃花, 3)수풀林, 4)곳자왈 ᄀᆞᆺ, 5)황폐한 곳=황무지荒蕪地 등을 말한다.

제주어, 몽골어에 쓰이는 ‘아래아ㆍ’를 한국어에서 폐하며 ‘ㅏ’로 발음하므로 한글과 국제화 발음에 문제가 있다. 꽃의 원음은 ‘ᄀᆞᆺ’인데 꽃으로 잘못 표현하므로 구좌읍 세화리(ᄀᆞ는ᄀᆞᆺ)는 뱀처럼 가늘게 띠를 이른 숲으로 폭낭밭, 녹남밭 등 잡목들이 숲을 이룬 ᄀᆞᆺ자왈이다. 그런데 ‘세림細林’으로 번역해야 될 것을 ‘세화細花’로 표기하므로 전혀 다른 뜻이 돼버렸다. ᄀᆞᆺ자왈은 곳자왈로, 사람이 타는 ᄆᆞᆯ은 말로, 오ᄅᆞᆷ은 오름으로 각기 다르게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동네서는 이제껏 ‘비자ᄀᆞᆺ’이라 했는데 어느 날 ‘비자림’으로 표기하였다. ‘비자ᄀᆞᆺ’이라고 하는 것은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는 ᄀᆞ자왈’이다. 그러므로 비자ᄀᆞᆺ이라고 하면 1)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2)그 숲의 생태는 ‘ᄀᆞᆺ자왈’을 이룬 곳이다. ‘비자림’의 명칭도 당연히 제주어인 ‘비자ᄀᆞᆺ’이라 고쳐져야 하고 고어인 ‘ᄀᆞᆺ’을 못쓴다면 ‘곳’으로라도 표기해야 한다.

제주에 붉은오름이라 부르는 곳은 여러 곳이다. 1)제주시 해안동/해발 337(표고 37)m, 2)제주시 아라동/1380(146)m, 3)애월읍 광령리/1061(136)m, 4)한림읍 명월리/148.5(39)m, 5)한림읍 금악리/379,9(15)m, 6)표선면 가시리/569(129)m, 6)안덕면 동광리/290(40)m, 8)성산읍 신양리/33(28)m 등이다. 한국어로 표기하면 붉은오롬 또는 밝은오롬, 불근오롬이라고 표기하나 정확한 제주어 표기는 ‘ᄇᆞᆰ은오롬’이다. 어떤 곳은 밝은의 ‘ㅏ’로 어떤 곳은 볽은의 ‘ㅗ’ 어떤 곳은 붉은의 ‘ㅜ’로 어떤 곳은 ‘불근오름’으로 표기하고 있으니 문제다.

섭지코지 붉은오롬송이층
▲ 섭지코지 붉은오롬의 송이층 @뉴스라인제주

섭지코지에 이르는 바다는 깊은 만으로 이루어져 신양리 해수욕장에서는 아주 얕은 옥색바다 빛이다. 그러나 주차장에 다다라 바다를 보면 강원도 동해안 같은 질 푸른 바다가 이어지고 돌고래처럼 숨비소리를 뿜어내는 해녀들이 물질하는 것도 볼 수도 있다. 영화 ‘올인’을 촬영하면서 섭지코지는 일약 제주 또 하나의 관광지가 되었다.

ᄇᆞᆰ은오롬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2년 선배였던 김시일 선배와 함께이니 50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모래 사구沙丘 언덕에 외롭게 선 외돌개와 새끼 바위가 한적하다 못해 으슥했다. 그 후 외국항해에서 잠시 돌아와 제주를 떠나기 전 예비군훈련을 받을 때에는 사구언덕에서 철조망 통과훈련, 사격훈련도 했었다. 지금은 모두 호텔들이 들어 차 버렸는데.

그 후 외국생활을 체류하던 어느 날 고향을 방문하였을 때 섭지코지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섭지코지는 이제 코흘리개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이다. 아니 결혼하여 애기를 둔 귀부인 같다. 넘치는 주차장, 호텔과 커피숍, 각종 음식점, 말 타는 곳, 아이스크림 파는 곳, 해양레제단지 등등, 관광지로 변모한 모습은 전혀 낯 설어 보인다.

섭지코지 바닷길을 거니는 동안 바닷가 절벽의 6월은 찔레꽃이 피고 8월에는 보랏빛 작은 순비기 꽃이 피는데 가을에는 감국과 해국이 만발하다. 사구언덕의 봄은 돈나무 하얀꽃이 쟈스민 닮은 향기가 가득하다. 들판은 노란 개자리 작은 꽃과 보랏빛 나비나물, 해녀콩꽃이 피는가 하면 가을은 온 벌판이 보랏빛 쑥부쟁이와 해국, 노란색 감국과 털머위가 환상적이다.

섭지코지 비끼는 저녁햇살
▲ 섭지코지 남쪽에서 비끼는 저녁햇살 @뉴스라인제주

섭지코지 바닷길의 정점은 바로 붉은오롬이다. 붉은 빛을 뛴 송이가 사방에 층층이 쌓여 있다. 바닷가에 솟아 오른 오롬은 오롬이라 부르기엔 너무 작은 귀여운 꼬마다. 계단을 따라 5분도 안 걸리고 잠깐 오르면 해발 33m, 표고 28m이다. 이 오롬은 제주의 4개 굼부리 형식 중 굼부리가 터지지 않은 원추형 오롬이다.

ᄇᆞᆰ은오롬 정상에는 하얀빛 눈부신 작은 등대가 보인다. 오롬이 작은 것처럼 등대 역시 조그만 꼬마등대이다. 등대수가 파견되어 있는 우도, 사라봉, 마라도 등대들 같은 유인등대가 아니라 배터리로 작동되는 무인등대이다. 오롬정상에 오르면 바다건너 북쪽의 큰 성벽 청산오롬(일출봉)과 바오롬(식산봉), 지미봉과 남쪽으로는 성산읍, 서쪽으로는 표선면 일대의 오롬들도 보인다.

섭지코지의 흉물은 청산오롬을 막아선 커피숍 건물이다. 거기에 건물을 지은 인간도 허가해준 서귀포시청, 제주도청 행정담당자는 현장을 보았을까? 현장을 보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탁상행정의 극치요, 이기주의의 극치이다.

앓던 하늘이 꺼멓게 내려앉더니 비끼는 저녁놀이 빠끔히 빛을 발한다. 암울한 제주의 현실을 뚫고 피어 오른 들국화 향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엾은 것들 너희도 제주의 아픔을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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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06-18 12:20:55
제주도 동쪽 끝자락 섭지코지 꼬마오롬인
붉은오롬 이야기
이번 연재 글도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제주의 자연 풍광을 잘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다음 연재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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