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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17) 수중에서 분화한 멀미오롬과 그 속에 알오롬
[오롬이야기](17) 수중에서 분화한 멀미오롬과 그 속에 알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6.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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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시흥리에서 본 멀미서쪽
▲ 시흥리에서 본 멀미서쪽 @뉴스라인제주

멀미오롬은 성산읍 시흥리 산 1-5번지, 해발 126.5m, 비고 101m인데 서귀포시 동쪽 끝에 있다. 그 안에 또 하나는 해발 145.8m, 비고 51m의 구좌읍 종달리 산 13-1번지일대의 알오롬이다. 두 오롬은 제주와 서귀포 경계로 행정상 두 개이나 사실상 하나의 오롬이며 역사적으로는 19세기 중후반(별방진이 생기기 전)에는 정의군에 속해 있었다.

멀미오롬의 정확한 제주어는 ᄆᆞᆯ미오롬이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아래ㆍ’를 일률적으로 ‘ㅏ’로 발음하기에 ‘말미오롬’이라고 발음하나 이 경우는 ‘말미’ ‘몰미’라고 하기보다 ‘멀미오롬’라고 발음하는 것이 그나마 원음에 더 가깝기에 이를 추천하는 바이다.

멀미오롬은 이중 기생화산의 특징이 분화구 안에 또 다른 분화구가 있는데 이것이 ‘종달알오롬’이다. 멀미오롬은 바닷가에서 분출한 완전한 수중화산이라면 일출봉과 같이 4면이 암석으로 둘러싸인 수중의 섬으로 있어야 할 것, 그러나 현재 멀미오롬은 4면 모두가 마을과 농지지만 자세히 보면 동남쪽 바닷가에서 분출하여 바다까지 흙이 밀러간 것으로 보인다.

종달리에서 본 멀미동쪽
▲ 종달리에서 본 멀미동쪽 @뉴스라인제주

종달리 쪽에서 멀미+알오롬을 보면 마치 차양이 ‘넓은 멕시칸 목동이 탁상위에 벗어 둔 모자’를 닮았다. 시흥리 끝에서 멀미오롬 정상의 산불감시초소까지는 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그리고 멀미오롬 정상에서 조금 더 서쪽을 향하여 더 나아가면 종달 알오롬에 이른다. 거기서 종달 쪽으로 내려올 때는 다소 급한 비탈을 내려 하산하게 된다.

멀미오롬은 우도의 쇠머리오롬이나 송악산처럼 이중 화산으로 그 구조가 비슷하다. 바다에서 일차적으로 화산이 분출하며 겹겹이 날개처럼 주름진 화산석이 지층을 이룬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이차적으로 분화한 오롬이 있다. 제주오롬을 분류할 때 이런 경우도 복합오롬이라고 분류하나 구체적으로는 분류한다면 이중분화오롬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두산頭山! 두산斗山! 두산杜山! 머리두頭, 말두斗, 팥배나무두杜, 두산頭山은 머리에 산을 이고 있다, 두산斗山은 용량단위인 말 통(10되들이를 나무로 만든 둥근 통)인데 두산頭山은 이중화산의 의미를 잘 나타내 주는 것 같고, 두산斗山은 상위에 말 통을 얹어 놓은 모습이 닮았는데 팥배나무는 안 보이니 ‘팥배나무 두산杜山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두산봉斗山峰’은 본디 제주어가 아니다. 나중에 지도를 표기할 때 제주어를 표기 할 수 없으니 한자로 표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두산봉은 소리를 음차 한 것이 아니다. ‘멀은 머리, 미는 뫼의 제주어’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두산頭山, 또는 두산斗山이라고 표기한 것은 제주어의 음역音譯이 아니라 의역意譯인 것이 확실하다.

수산리에서 본 멀미남쪽
▲ 수산리에서 본 멀미남쪽 @뉴스라인제주

또한 멀미오롬은 ‘몸집이 큰 산’이란 뜻으로 한자로는 ‘두산斗山’이라고도 한다. 멀미오롬은 저경이 1,232m, 면적이 924,838㎡로 주위에 있는 오롬들과 비교하여 보면 일출봉은 저경이 693m(면적 453,030㎡)로 1/2이고 송당 높은오롬은 1,369m(951,657㎡), 영주산 1,648m(1,338,920㎡)에 이어 동부에서는 세 번째이니 작지 않은 거산巨山이다.

또한 말을 많이 놓아먹이던 곳이라 해서 마산馬山, 마산馬山奉”이라 했다는데 말馬를 뜻하는 ‘ᄆᆞᆯ’과 산을 뜻하는 ‘미’ 그래서 ‘ᄆᆞᆯ미’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은 오롬을 칭할 때 서너 글자를 선호하기도 하고 앞의 말을 해석을 덧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끝에다 다시 습관적으로 ‘오롬’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ᄆᆞᆯ메→ᄆᆞᆯ미에서 습관적으로 ‘오롬’을 덧붙여 ‘ᄆᆞᆯ미+오롬’이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송악산이 바다 향해 돌머리를 든 것처럼 멀미오롬도 동북쪽 머리에서 서북쪽까지 말갈기 같은 층층 주름바위이다. 그 벽체는 송악덩굴, 모람넝쿨, 칡넝쿨 같은 것들이 절벽을 감싸고 절벽 끝 바위에는 부처손이가 자생한다. 옛날 할머니들이 부처손이 연기를 부인병에 쏘이게 하거나 피부병에는 태운가루를 기름에 이겨서 발라주던 게 생각난다.

50~60년 전에 멀미오롬을 보면 주름진 바위 절벽이 뚜렷하였는데 오롬 날개가 예전처럼 뚜렷치 않다. 오롬 아래로 내려가 보니 예덕나무, 천선과 등의 낙엽수와 보리수나무 같은 상록수들이 엉켜져 있는데 어쩌면 나뭇잎이 있고 없고 따른 것일 수도 있으리다.

멀미오롬북쪽 끝자락
▲ 멀미오롬북쪽 끝자락 @뉴스라인제주

멀미오롬을 탐방할 때는 시흥리 쪽에서 오르는 게 좋다.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후박나무는 붉은 단풍처럼 새잎을 피우고 참식나무는 포인터 귀처럼 금색 잎을 떨구고 구럼비나무는 뾰족이 은색 잎을 피운다. 가끔씩은 쌍동(제주어) 나무들이 보이나 이상한 것은 어린 시절 진자주색 쌍동열매를 따먹었는데 지금은 볼 수 없으니 너무 아쉽다.

멀미오름 정상에는 다른 오롬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범주리가 보인다. 범주리는 제주어로 범상어 주둥이의 이빨 같이 가시가 있는데 고사리 곳자왈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사리는 가시덤불 속에 많지만 범주리 가시 속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한다. 한번 걸리면 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란 꽃은 아프리카 아카시아 꽃처럼 곱다. 악마의 미소처럼.

멀미오롬 정상의 뷰view는 그저 그만이다. 눈 아래는 시흥리 마을이 밝히 보이는데 색색 고운 지붕들이 곱다. 동쪽으로는 일출봉 앞바다와 식산봉, 종달리 지미봉과 두문포 앞바다에서 우도까지 훤히 보인다. 남쪽으로는 작은물메-큰물메, 대왕산-소왕산, 동거문리 등이 보이지만 북쪽으로는 종달리 알오롬만 솔숲 너머로 푸르다.

바다가 보이는 우측과 식재된 좌측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종달 알오롬이 눈앞에 보이고 조금 더 우측으로 나가면 멀미오롬 끝자락에 다다른다. 화려한 오원은 하얀 찔레꽃과 쥐똥나무가 재스민 향기처럼 짙게 풍긴다. 숲길에는 희고 노란 은동초가 가득한데 특히 여기서는 붉은 빛이 나는 은동초가 특별하다.

종달알오롬
▲ 종달알오롬 @뉴스라인제주

뻐꾸기 소리가 봄의 끝자락인 듯 한데 솔개 한 마리가 머리 위를 감돈다. 이윽고 오롬 끝자락에 이르면 올레 1코스 스탬프를 찍는 푸른색 간세(올레표지)가 보이고 비단결 같은 푸른 풀밭이 이어진다. 미풍이 분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황새풀들 사이로 오른쪽 소로를 따라서 나가면 드디어 종달알오롬으로 오르게 된다.

알오롬에서는 구좌읍의 오롬들이 서남쪽에서 보인다. 산악자전거 팀들이 종달에서 멀미오롬으로 가는데 여자들은 못 간다니 리더인 듯 뭐라고 코치 하는 것 같다. “자전거 타고 오르면 오롬이 훼손되니 안 된다.”는 말이 입 밖에 나오는 걸 힘들어 하는데 차마 말 못하였다.

오롬을 내려오는데 눈처럼 빛나는 메밀밭을 본다. 4~5년 전부터 심기 시작했다는 제주 봄 메밀향이 오롬을 진동한다. 조금 더 내려오니 누런빛 보리밭들이 오롬자락에 가득하다.

중학교 1학년 때 이 멀미오롬에 소풍 왔던 때가 생각난다. 잔디밭에서 노래자랑, 보물찾기, 오락게임도 했었는데. 지금은 웃자란 풀과 진드기주의보로 풀밭에도 앉지 못한다. 지난 가을 알오롬을 올랐더니 웃자란 황새풀 사이로 보이던 푸른빛 한라산이 곱더니 이 봄에도 한라산은 변함없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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