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인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모심의 미학
-김영란-
남 시인 옆에는
못 앉아서 안달이지
의원 나리 아닌데도 정치 좀 하신다지 공천권도 갖고 있단 소문 아닌 사실 앞에 의리고 나발이고 다 던지고 달려가지 오는 놈 마다않고 가는 놈 잡지 않아 제자인지 후배인지 작부인지 술 따르고, 취흥 넘친 창부타령에 허벅지도 내어놓지 짭짤한 파도에 둥둥 뜬 섬이 되어 새벽 두시와 세 시 사이 남 시인이 남신되지 알콜에 소독하신 깨끗한 몸 부여잡고 공과 사 넘나드는 자유로운 신전에서
성스런 신이 내리는
공개된 비밀이지
*하렘(harem) : 한 마리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으로 이루어진 어느 정도 지속성이 있는 집단
-남 시인은 왕이 아니다.
장미부대는 하렘이 아니다.
오늘 밤, 간택 당하기를 원하느냐!
꺽어져야 꽃은 아니다.
제 모양, 제 향기로 피는 꽃이 꽃이다.
시 잘 쓰는 남 시인 옆에 붙어앉아 시 잘 써주기를 바라는 장미부대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
남 시인은 신이 아니다. [글 양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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