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영 시인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먹성 좋은 입
-강방영-
밥을 뜬 숟갈이 훅훅
먹성 좋은 입으로 들어가듯이
푹푹 흙을 떠서 담은 삽들이
연달아 밑으로 쏟아 붓는다
어머니의 새 무덤 속 관 위에
한 삽 한 삽 덮이는 흙
어머니 이름이 흙 아래 묻힌다!
이 세상 명부에서 삭제되어서
멈추지 않고 삼키는 저 입은
죽음인가 아니면 삶인가,
지금 그 몸은 저 관 안에 있지만
어머니는 어디에도 없고
어느 곳엔가 멀리 가셨는데
이미 어느 곳에나 다 계신 듯
매 순간 작동하는 거대한 심장처럼
끊임없이 서로를 삼키는 삶과 죽음!
-하루 세 끼를 먹으며 산다.
세 끼의 매듭으로 하루를 보낸다.
오래된 습관은 쉽사리 우리를 놓치 않는다.
죽기 전까지,
죽음의 입구에서 삶을 발견한 시인의 눈이 웅숭깊다.
삶과 죽음이 서로를 서럽게 삼키고 있다. [글 양대영 시인]
<저작권자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