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복 시인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감저
-유태복-
싸락눈이 바득바득 내리던 날
새엄마 몰래 굴묵 불에 숨겨둔 감저*
흐물흐물 익으면 콧등을 지나 목청에
침이 머리끝까지 흘러 오른다.
굴묵 안 작은 모퉁이서 남몰래 먹는 그 꿀맛
맹추위도 웃고 가는 행복
함께 있던 매운 연기도 그 맛을 알았던가
기쁜 듯 하늘로 모락모락 올라간다.
익은 감저 또 한입 목관으로 내리다 막히면
콩국 한 수저, 김치 한 조각 꿀꺽 밀어 넣으면
한 끼 식사 모락모락 하늘로 올라간다.
참새 한 마리 익은 감저 냄새 맡고 찾아왔다가
눈 소복이 쌓인 마당에 이리저리 발로 시를 쓰다가
눈송이 한 두알 주워 먹다가 그만 검게 그을린
내 입술 보다가
번지도 안 남기고 푸드덕 날아간다.
*제주어로 고구마
-제주에서는 감자는 지슬, 고구마는 감저이다.
감자는 땅의 열매인 지실, 혹은 지슬이라 부르고
고구마는 달콤한 감저다.
헷갈린다. 그래도 맛은 둘 다 기막히다.
지슬은 지슬대로, 감저는 감저대로...
그 옛날 감저 맛이 혀끝으로 날아온다. [글 양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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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