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사나이의 고백
-김관후-
사나이는 다른 사나이가 그립다
다른 사나이가 광장에 나서는 것
광장에 나서 구호를 외치는 것
구호를 외치며 그립다고 말하는 것
그리운 것이 아름답다고 다시 말하는 것
사나이는 그것들을 가슴에 품고 싶었지만
사나이는 다른 사나이를 따라
구호를 외치고 스크럼을 짜고 싶었지만
깃발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세우고 목청을 돋구고 싶었지만
그 먼 아우성에 묻혀버린 그 사실만이
사나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린다
아아, 다른 사나이의 고백이 묻혀버린다
고백이 묻혀버리면 그 시대가 숨을 죽이고
그 시대가 다시 다른 사나이를 깨우면
사나이는 날선 울음을 멈춘다
사나이는 다른 사나이가 그립지만
그 시대가 다른 사나이를 흔들지 못한다
-소나이는 제주어로 사나이다.
‘소나이’라고 부르면 좀 더 씩씩한 맛이 있다.
소나이는 다른 소나이가 그립다. 윤동주 시인도 소나이였다.
소나이의 고백이 시가 되었다.
그 소나이의 고백이 우리를 오랫동안 부끄럽게 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있기에 반드시 흔들려야만 한다. [글 양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