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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요? 이제 시작” 골프퀸 박인비
“전성기요? 이제 시작” 골프퀸 박인비
  • 나는기자다
  • news@nagiza.com
  • 승인 2013.06.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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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골프여제’ 박인비(KB금융)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7월 에비앙마스터스 이후 올시즌 메이저 2개대회를 포함 7승을 거뒀다. ‘메이저중의 메이저’로 불리는 US오픈이 반환점을 돈 28일 현재 박인비는 9언더파로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버지 박건규씨는 “인비가 최악의 슬럼프였던 2009년 시즌 마치고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이젠 자신감을 되찾았다. 골프가 너무너무 즐겁고 이런 직업을 갖게 해준 아빠 엄마에게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뉴욕=뉴시스】
2009년 최악 슬럼프때 "골프 그만두겠다" 충격선언

“너, 지금이 전성기냐?”

“이제 시작인데 무슨 전성기에요.”

박건규(51) 씨의 질문에 박인비(25)는 샐쭉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돌아온 골프여제’ 박인비(KB금융그룹)가 잘나가도 너무 잘나간다. 지난해 7월 29일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23일 아칸소 챔피언십까지 11개월사이에 무려 7승을 따냈다.

‘질풍노도’라는 사자성어가 더없이 어울리는 딸의 모습에 아버지도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작 돌아온 대답은 “이제 시작”이라는 귀여운 타박(?)이었다.

‘메이저중의 메이저’로 불리는 US오픈 2라운드를 마친 28일 박인비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2위 김인경(하나금융)과는 2타 차, 공동3위 리제트 살라스와 조디 쉐도프와는 무려 5타 차다.

올시즌 두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머쥔 박인비가 이 대회를 석권하면 1950년 베이브 자하리하스(미국)가 세운 시즌 개막후 3연속 메이저우승 위업을 63년만에 재현하게 된다, 시즌 6승으로 한국인선수 시즌 최다승(박세리 5승 2001년, 2003년) 기록도 넘어선다.

아직 3, 4라운드가 남아있지만 박인비의 무결점 페이스를 고려한다면 한국골프의 역사를 새로 쓸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아칸소대회 3라운드에 합류한 아버지 박건규씨와 어머니 김성자씨, 그리고 약혼자이자 스윙코치로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남기협씨의 존재덕분일까. 박인비의 얼굴은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치열한 그린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박인비 가족은 소풍나온 것처럼 밝고 여유로웠다. 얼마전 박건규씨는 “골프를 시켜준 아빠 엄마가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딸로부터 처음 듣는 말이었다.

박건규씨는 콧등이 시큰했다. 딸이 겪은 마음고생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2009년 겨울 박인비는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2008년 데뷔 첫 우승을 다름아닌 US오픈에서 한 것이 독이 됐다. 어린 나이에 너무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주변의 기대에 걸맞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슬럼프의 원인이 된 것이다.

박인비로선 끝도 없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미국 언론으로부터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한때는 필드의 초록색만 보아도 겁에 질렸다. 오죽하면 대회에 나가는 것이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것 같다고 했을까.

돌파구는 일본 투어였다. 2010년 일본에서 우승 2번, 준우승 6번으로 자신감을 찾은 박인비는 2011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대망의 2승째를 올리면서 페이스를 완전히 회복했다.

US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박인비는 긴장감은 전혀 없이 다음달 시작되는 KB금융그룹배대회에 출전하는 중고생 선수들을 위해 격려의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었다.

즐기는 골프, 행복한 골프를 친다는 박인비. 세보낵 GC는 강한 바닷바람과 긴 코스, 엄청난 굴곡의 그린으로 언더파 잡기도 힘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인비는 첫날 5언더, 둘째날 4언더의 놀라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사우샘프턴 세보낵 GC에서 아버지 박건규씨를 만나보았다.

- 요즘 왜 이렇게 잘나가나

“글세. 잘치니까 난 좋기만 한데..(웃음) 본인이 편하게 즐기며 치니까 갈수록 부담이 줄어드는것 같다. 작년 상금왕도 하고 주변의 기대감도 있고 올해초엔 신경이 쓰였는데 타일랜드 오픈에서 역전우승이 기회가 된 것 같다..조금씩 부담이 없어지니까 자기 샷을 맞출 수 있고 자기 감대로 치고 있다.”

-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도 있지만 성격도 한몫을 하는것 같다

“조용하고 예민하지 않다. 성격적으로 심플한 편이다. 코스에서도 심플하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못치든 잘치든 18홀 지나면 잊어버리고, 그게 좋은 것 같다.”

- 열 살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서현초등학교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3년뒤 죽전중 1학년때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로 골프유학을 보냈다. 그곳에서 리드베터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열네살이던 2002년 전미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리드베터와는 잘 안맞는 것 같았다. 굉장히 정석적이고 기계적인 스윙을 요구하는데 손목도 아프고 해서 중학교 졸업후에 라스베가스로 옮겨 부치 하먼에게 갔다. 거기서 레슨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7년 처음에 LPGA 데뷔한 직후 대회를 대여섯개 연속으로 떨어졌다. 사실 주니어때 LPGA에 초청받아 4등도 하고 7등도 하고 성적을 잘 냈는데 막상 프로가니까 엄청 부담을 가졌다. 그때는 내가 캐디를 했다. 그해 US오픈에서 4등을 하면서 15만불 상금을 받았다. 그전까지 다 합쳐도 3만불밖에 안됐는데, 한방에 5배를 받은거다. 2년 출전카드도 유지하게 됐고 그걸로 다 풀려버렸다.”

- 이듬해 US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했는데

“사실 그게 문제였다. US오픈 우승도 하고 그해 상금이 100만불이 넘어 톱10에 들었다. 매스컴이 주목하니까 부담이 엄청 커졌다. 첫 우승을 최연소로 제일 큰 대회에서 해버린거다. 선수들도 대단했다 오초아, 소렌스탐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데서 우승했으니 본인한테 많이 부담이 갔다. 한마디로 준비가 안 된 챔피언이었다.”

- 슬럼프가 꽤 길었다.

“2008년 후반부터 좋지 않았는데 2009년 들어선 상금랭킹이 50위권 밖으로 처지고 죽을 쒔다. 아빠 엄마한테 골프 그만두겠다고 하더라. 골프장에 가는게 너무 힘들다고, 파란색깔(그린)을 보기가 싫다는거다..정말 안하려고 했다. 나가봐야 성적이 안나오니까..자기가 최곤줄 알았는데 LPGA 와보니까 잘치는 선수 너무 많은거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도 아프고 이렇게 되려고 골프 시킨게 아닌데..그만두게할까 고민했다..그러다가 아내하고 결정한게 너무 안되니까 일본 투어를 하면 어떻겠냐..부담이 덜가는 곳에서 한번 추스르자 이렇게 된거다.”

- 일본투어와 LPGA 병행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LPGA를 한 해 7개만 치면 시드가 유지됐다. 2009년 겨울 시즈오카로 가서 Q스쿨 거쳐 멤버를 땄다. 첫해 우승 2번, 준우승 6번을 했다. 나갈때마다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그해 LPGA에서도 메이저는 톱10에 다 들었다. 상금도 120만불에 랭킹도 5위까지 올라갔다. 일본에선 상금랭킹 2위였다. 양쪽 뛰느라 바쁘긴 엄청 바빴지만..그때부터 자신감이 살아났다. 2011년에도 일본에서 우승을 하고 잘나갔다. 하지만 미국선 승이 없으니까, 일본만 가면 잘 되고 미국만 오면 왜 안되나 고민도 했는데.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것이 오늘의 인비를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됐다.”

- 2008년 US오픈 우승과는 또다른 기분이었을것 같다

“인비는 지금까지 우승해서 가장 좋았던 대회는 에비앙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한다. 4년만에 우승하고나서 인비가 너무너무 기뻐했다. 에비앙은 코스도 이쁘고 메이저가 아니지만 여자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다. 인비가 퍼팅을 잘하기도 했지만 스테이시 루이스와 마지막조에서 치면서 자신감이 엄청나게 생겼다. 아직 1년도 안됐는데 7승을 하지 않았나. 우승만 일곱번 한게 아니다. 준우승도 그동안 7번을 했다.”

- 정말 눈부실만큼 성적이 좋았다.

“한번은 인비에게 물어봤다. ‘너 지금 전성기냐?’ 그랬더니 ‘아니, 인제 시작인데 무슨 전성기냐..’ 고 웃더라. 사실 시작한지 일년도 안됐으니까. 목표도 두지 않고 기록도 깬다는 생각은 전혀 안한다. 한 대회 한 대회 최선을 다할뿐이다. 지금은 골프를 너무 재밌어 한다..아빠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한 것도 얼마 안됐다. 골프를 시켜줘서, 이렇게 좋은 직업을 갖게 해줘서 고맙다고..약혼자(남기협씨)랑 다니니까 주위에서 볼만 쳐야지 무슨 남자친구냐, 만약 못치면 어떡하나..남자친구와 다니니까 저렇게 됐다. 그걸 두려워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걸 보여주니까 너무 좋다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도 부러워하고 그런것 같다.”

- 캐디와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프레드(캐디)와 같이 한지 7년 됐다. 처음에 왔을때 캐디를 해줄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하면서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녔는데 2007년말에 시작해서..지금까지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인비 성격이 원래 그렇다. 까탈스런게 그런게 없으니까.”

- 집안의 골프내력도 흥미롭다

“인비 할아버지(박경준)께서 골프를 즐기셨고 나도 덕분에 스무살때 골프를 배웠다. 아버지와 함께 연습장에서 같이 골프를 했다. 삼대가 함께 골프하기를 원하셨다. 연세가 여든하나 되셨는데 44년전에 창업한 유레코라는 회사에 지금도 나오신다. 인비가 우승하면 월요일 출근해서 ‘아버지, 손녀딸 우승 축하드립니다’하고 말씀을 드린다. (웃음)”【사우샘프턴(美뉴욕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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