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는 아침.
백미러로 보이는 산방산은 경이로웠다.
둥그런 산 주변을 감싸고 있는 푸르스름한 빛의 아우라,
오직, 떠 오르는 태양에 발 하는 산방산 하나만이 보였을 뿐이다
지나는 자동차도 없는 새벽 길을 달렸다.
집 짓는 곳에서 20킬로 정도 떨어진 산방산 온천을 나와 현장으로 가는 중이다.
하루 만원 정도면 온천을 즐기며 잠을 잘 수 있는 24시 찜방에서,
제주도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농지인 큰 땅들 뿐인데, 취락에서 멀리 떨어져 집을 지으려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쉽게 분할도 어려워 허가 조건이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봐 주시겠습니까?"
면사무소 공무원들은 친절했다.
수도관과 도로의 폭, 오수관 설치는 자칫 배 보다 배꼽이 클 수 있으니 잘 따져 보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전화로도 알려준다.
시골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나에겐 감동 할 일이다.
전생에 인연이듯 일 면식 없는 내게 베푸는 친절들,
사람 사는 제주는 그렇게 내 편에서 도와주고 있었다.
나는 바닷속을 헤매던 잠녀(潛女) 였을까?
실 오라기 하나 연고 없는 곳에 왜 살고 싶어 하는지,
한라산 봉우리를 등에 지고 바라보는 서쪽에 황혼이 진다.
저녁 바다가 붉게도 물드는 이곳에,
창고를 닮은 네모난 까만 집,
투박했지만 나름 내부에 가치를 둔 공간으로 내게 꼭 어울리는
작은 집을 지었다.
얕은 담장이 내게 말한다.
경계가 무슨 소용이냐고,
제주의 사계절이 나의 정원이라고,
굳이 금 긋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흐트러진 건축 자재 옆에 벗어 놓은 목 장갑이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믹스커피 한 잔에 피로가 녹는다.
가장 진부한 것이 진실이라 했는가,
순한 사람들이 사는 곳,
제주에서 나는 그렇게 살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