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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7) 윤낭이 욱어졌던 벌판 위에 윤ᄃᆞ리오롬
[오롬이야기](7) 윤낭이 욱어졌던 벌판 위에 윤ᄃᆞ리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4.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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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 JDC오름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이야기
윤도리
▲ ᄃᆞ랑쉬에서 본 윤다리 @뉴스라인제주

구좌읍 소재의 41개 오롬은 송당리 25개, 덕천리 5개, 종달리 6개로 해변에 지미오롬, 알오롬, 중산간에는 용눈이, 손지오롬, 거미오롬이 있고 그 중간지대에 윤ᄃᆞ리(은다리)오롬이 있다.

제주오롬 명칭의 변화: 김종철은 ‘오름 나그네’에서 “이 오름은 애매한 채로 분명치 않다. 이 오름의 이름에 대하여는 전문가의 어원적 분석이 기다려진다.” 하였다. 제주 오롬은 1)탐라국~고려: 기록이 없던 시대의 제주 본디本地 말 2)고려~이조: 한자로 표기되며 고지도古地圖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때, 3)이조~일제시기 근대적 방법으로 측량, 등기된 때, 4)일제~해방 한글표기 시대 5)해방이후~현재: 본딧말/제주어 환원시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명한 시인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제주오롬들은 자기 이름을 두고 엉뚱하게 불려왔다. 창씨개명 당하던 억울하고 부끄럽던 시대에서 해방되었으나 제주오롬들은 아직도 자기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오롬의 뜻을 알고 그 이름을 불러줄 때 제주오롬은 가시덤불 속에서 꽃처럼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다.

‘윤ᄃᆞ리’는 ‘눈ᄃᆞ리’ 즉, ‘벌판에 누운오름’이란 뜻으로도 불렸다. 그런데 이를 은월봉隱月峰이라고 표기하였다. ‘은’은 은밀하다, ‘월’은 ᄃᆞᆯ-ᄃᆞ리/달-다리에서, ‘봉峰’은 오름을 말한다. ‘은밀한 중에 떠오르는 달이 신비하다”고 하나 음차한 ’은월봉隱月峰‘을 잘못 유추한 것이다.

해방 후 ‘은다리오름’이라 표기하였는데 여기서 은ᄃᆞᆯ-은ᄃᆞ리-은다리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윤ᄃᆞ리오롬’ 양쪽 봉우리 사이로 떠오르는 달을 보면 그렇게 느껴지나 그건 아니다. ᄃᆞᆯ은 달, ᄃᆞ리는 다리로 변화되었으나 ‘은다리’의 ‘은隱’은 아니다.

‘윤ᄃᆞ리’란 어디서 왔을까?: 이는 제주어 ‘윤낭/윤남’에서 온 말로 윤낭은 한자로 ‘종목鐘木’이다. 중국어사전漢語事典의 ‘종목鐘木’은 1)종목鐘木: 떼종나무/떼죽나무, 2)종목葼木: 사스레피나무, 3)종목椶木: 야자/종려나무로 이는 남방종으로 제주도에는 없었다. 4)종목樅木: 전나무는 북방종이니 제주에 없었다. 그래서 3)과 4)는 배제하고 1)과 2)를 살펴보기로 한다.

윤ᄃᆞ리오롬엔 우묵사스레피가 몇 그루에 지나지 않고 사스레피도 한 두 그루다. 윤낭/윤남(떼종/떼죽나무)은 구좌, 성산, 표선 등지의 표고가 낮은 오롬에는 희귀하다. 조천-우진제비, 봉개-민오름, 사려니숲, 애월-바리메는 많으나 표선에는 표고가 높은 여문영아리에만 있었다.

떼죽나무는 낫자루, 호미자루 등으로 쓰이나 자르고 나면 다시 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옛날에 화전火田을 일구며 베거나 타거나 온도변화로 점차 사라진 걸로 사료된다. 실제로 여문영아리에서는 어린 때죽나무는 고사목들은 보이나 어린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윤ᄃᆞ리 일대는 사스레피나무(종목葼木Lurya japonia)나 윤노리나무(Pourthiaea villosa)는 꽤 있다. 중국어사전에 종목葼木은 ‘가늘다, 휘추리’라 하는데 제주에서 마소馬牛를 몰 때 테우리(목동)들이 쓰는 휘추리는 사스레피가 아니라 윤노리나무이다. 실제로 떼죽나무와 윤노리나무는 낙엽수이고 흰 꽃이 피는 것도 비슷한데 휘추리 용도로 보면 제주인 누구나 ‘윤노리나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자로 옮긴이는 휘초리를 쓰는 테우리(목동)가 윤노리낭과 윤낭을 비교하여 말한 것을 윤낭=鐘木(때죽나무)라 쓴 것으로 사료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은다리’는 ‘은’이 아니라 ‘윤ᄃᆞ리’라 쓰고 한자로는 ‘종달봉鐘達峰’이라 써야한다. 왜냐하면 ‘윤ᄃᆞ리=종나무 벌판을 음차한 종다리에서 종달리’ 지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드리 오름 서쪽 입구
▲ 윤드리 오름 서쪽 입구 @뉴스라인제주

윤ᄃᆞ리오롬의 지경과 모양: 윤ᄃᆞ리오롬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15-22번지에 소재한다. 해발179.6m, 비고75m, 둘레2049m, 면적209.307㎡이다. 오롬의 형태는 말굽형으로 북동향으로 열려 있다. 이는 남서풍이 불 때 화산이 분출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윤ᄃᆞ리오롬은 보는 곳에 따라 모양이 아주 다르다. 지미오롬에서 보면 높지 않게 누워 있는 두 개의 어깨쪽지와 같은 두 봉우리가 있다. 부드러운 두 날개는 동쪽은 길고 서쪽은 조금 짧다. 그러나 북서쪽에서 보면 날개를 모은 새의 모양이다.

제주시에서는 번영로~송당~수산~용눈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표지판에는 ‘은다리오름’이라 쓰였고 돌비도 그럴싸하나 탐방로는 없다. 서쪽으로는 길이 있으나 동쪽으로는 가파르고 길이 없다-사실은 소나무 제선충 제거를 위한 길인 것 같다. 서남쪽은 가시덤불을 헤쳐 남쪽으로 더 나가면 동백나무 군락과 ᄃᆞ랑쉬, 아끈ᄃᆞ랑쉬, 용눈이 등이 멋있게 보인다.

동쪽으로는 오롬 전체에 식재된 소나무, 삼나무가 대세이다. 그 아래는 제주원산인 은빛 구럼비나무, 금빛 참식나무, 붉은빛 아웨나무가 새싹을 내고 있으나 기를 못 쓴다. 동남쪽 아래편은 천선과나무, 서북쪽에는 예덕나무가 숲을 이룬다. 새우란은 오름 전체에 퍼져 있고 동남쪽 군락지는 좀 더 많다. 서북쪽으로 애기우산나물 단지가 있으나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롬 북서쪽(길 건너)은 넓은 들이 있는데 물징거 지경이다. ᄃᆞ랑쉬 동편 ᄀᆞ는곳/세화리 경계로 옛날 윤ᄃᆞ리 마을이 있던 곳이고 ‘종다리’라는 지명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윤ᄃᆞ리’는 제주어로 ‘윤낭(종목鐘木)드르’인데 이를 음차할 때 ‘쇠북종鐘’자를 쓰지 않고 ‘마칠종終’자를 차용하므로 ‘종달리終達里’가 되어서 ‘제주시 동쪽 끝 마을’이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윤ᄃᆞ리의 역사성: 윤ᄃᆞ리(종다리)는 본래 제주목濟州牧이 아니라 정의군(성산, 표선, 남원, 서귀포)지경이었다. 제주도에 외구침입이 많아지자 제주목사牧使는 직접 챙기고자 하도리에 별방진을 세우며 별방면이 생겼는데 이때 종달과 우도는 구좌읍으로 속하게 된 것이다.

종달리는 제주시-구좌읍의 끝이라하여 ‘종달리終達里’라 쓰인 게 아니다. 또한 구좌읍지는 구좌읍 대부분 마을이 내륙에서 해안으로 옮겨 갔으나 종다리만은 해안에서 내륙으로 옮겨 간 것이란 견해도 있으나 틀린 말이다. 윤ᄃᆞ리는 다분한 전설이 아니다. ‘종달鐘達’이 윤낭(종목鐘木)+ᄃᆞ리/드르에서 달達이 나온 것이다. 또한 1780년 정의현지도 종달리와 신달리로 나와 있는데 바닷가 마을을 신달리新達里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미봉에서 윤ᄃᆞ리를 보면 마치 날개를 편 큰 바다 새 ‘알바트로스’를 연상케 한다. 큰 새는 두 날개 어깻죽지와 긴 양쪽 날개로 마을을 감싸는 모습이다. 어쩌면 큰 새는 한라에서부터 날아와 대양을 향해 날아가기 위하여 종다리 들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윤ᄃᆞ리라고 나의 이름을 불러줘! 나와 함께 대양을 향해 날아오르자!”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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