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식 시인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양창식-
바람에도 맛이 있다
제주바람은
싱겁지도
아주 짜지도 않은
짭쪼롬한 마농지처럼
밥 맛나게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사흘만 바람이 안 불어도
물맛도
밥맛도
심심하다
입맛 나게 하려면
해수 머금은 바람이 밭담 사이를 유희하면서
서귀포 밀감 밭에
대정 마늘 밭에
애월 양배추 밭에
김녕 당근 밭에
슬쩍 슬쩍 간을 해주어야 한다
바람 많은 제주는 바람이 간이다
오죽하면 사람들조차 간이 배어 있을까
*마농지 :제주도식 마늘장아찌
--물에 만 꽁보리밥에 마농지 찢어 넣어 먹던 어머니.
밭일, 바당일, 집안일에 쉼없이 돌아치던 하루 하루.
새까만 마농지에 들어 있는 어머니의 땀과 눈물, 소금간 배인 바람.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제주도는 돌이 간이다.
제주도는 어머니가 간이다. [글 양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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