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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몰랐던 편의점의 비밀 '진열 공식'
며느리도 몰랐던 편의점의 비밀 '진열 공식'
  • 나는기자다
  • news@nagiza.com
  • 승인 2012.09.0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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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길을 걷다가 생각나면 들르는 곳이 편의점이다. 딱히 이유가 있진 않다. 주린 배를 채우려 혹은 목이 말라서, 담배가 떨어져서 심지어는 그냥 지루해서.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점이다. 우리의 편의를 위한 곳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편의점은 우리의 생활리듬과 기후, 소비패턴 등을 모두 고려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상품 진열 하나에도 공식이 들어있다. 여기에는 편의점 업계의 공통된 진열 원칙이 있는가 하면 브랜드별로 차이도 갖고 있다. 숨겨왔던 그들만의 비법인 셈이다.

6일 편의점 업계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상품 진열의 '비밀'을 파헤쳐본다.

◇진열에도 "공식이 있다"

우리나라는 편의점 천국이다. 건물 마다 편의점이 붙어있을 정도다. 대표적으로는 CU(옛 훼미리마트)와 세븐일레븐, GS25, 미니스톱 등 총 4곳이 있다. 그럼에도 편의점 업계는 '고객에게 최적화된 진열을 제공해 구매를 촉진시킨다'는 공통된 진열 공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쉽게' 3원칙이 따른다. GS25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고객의 입장에서 보기 '쉽게', 고르기 '쉽게', 사기 '쉽게' 진열하고 있다. 상품을 용도 및 종류별 등으로 분류하거나 고객의 신장에 따라 진열 높낮이를 조절한다는 얘기다. 어린이가 만세를 부르며 과자를 고르거나 농구선수가 쪼그려 앉아 음료를 고르지 않게 말이다.

세븐일레븐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을 편의점 매대 최상단에 진열한다. 고객의 눈높이 위치와 일치하게 하기 위함이다. 상품의 크기에 따라 진열 위치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칫솔과 면도기, 왁스, 소용량 가그린 등은 샴푸와 린스, 바디로션 등보다 매대 상단에 위치한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제품이 더 잘 팔리기도 한다.

◇최근 '즉석식품·에너지음료'도 한 자리 차지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24%로 4인 가구(22.5%)를 앞질렀다. 국민 4명 중 1명이 1인 가구란 얘기다.

이들 1인 가구는 주로 20~30대 직장인에 집중돼 있다. 높은 구매력을 갖춰 유통가에서는 이들을 새로운 소비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브랜드별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 전략을 세우고 있다.

CU는 매장 내 먹을거리 중심의 '아일랜드 카운터'를 마련, 1~2인용 소용량 조리 상품과 즉석식품 등을 진열해놨다. 찐빵과 떡볶이, 오뎅, 즉석우동과 짜장 등 즉석면 등을 강화한 것이다. HMR(가정간편식)의 진열 면적도 늘렸다.

세븐일레븐은 고유가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 도시락과 샌드위치, 김밥 등 신선푸드와 누룽지, 즉석죽 등 가공 푸드를 아침시간대에 집중 진열하고 있다.

미니스톱도 최근 점포 내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준비중이다. 편의점에서 중앙에 위치한 상품군보다 벽면에 위치한 상품군의 매출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편의점 중앙에는 봉지과자와 라면, 커피믹스, 통조림 등 식품과 종이컵, 스타킹, 건전지 등 비식품 등 상품이 진열돼 있다. 벽면에는 '워크인쿨러'와 '런치케이스', 'FF쇼케이스', '아이스크림통', '담배진열장' 등이 있다. 워크인쿨러는 음료, 런치케이스는 유제품과 삼각김밥, 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FF쇼케이스에는 패스트푸드 등이 진열돼 있다.

실제로 미니스톱 자체 조사결과 지난해 편의점 중앙과 벽면 상품의 매출 비율이 28% 대 72%로 나타났다. 즉석식품군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니스톱은 향후 중앙의 곤도라수를 줄이고 벽면의 런치케이스와 워크인쿨러는 늘리는 등 변화를 줄 예정이다. 패스트푸드 쇼케이스 크기도 확대해 전반적으로 즉석 먹거리 제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리뉴얼한다.

GS25는 에너지 음료와 건강보조식품 등의 진열 면적을 늘렸다. 시장의 확대에 따라 상품수도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진열 면적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의약외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상품을 진열할 자리도 마련했다.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진열 공식'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갖고 있다. 철마다 바꿔 입는 옷들로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편의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진열대도 새 단장을 한다.

GS25는 사계절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진 않지만 하절기와 동절기로 구분해 진열에 변화를 준다.

매년 봄에는 황사에 대비해 렌즈 세정액과 가글용품 등의 재고를 늘리고 진열 면적도 확대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매출이 좋은 마스크는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한다.

야외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절기(3~10월)에는 돗자리와 선크림 등을 진열하고 프링글스 등 테이크아웃형 과자의 재고를 늘린다. 휴가철에는 여행용 세정용품과 칫솔 등을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한다. 즉석밥과 조미료, 통조림의 판매가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재고량도 늘린다. 바캉스 시즌을 위한 렌턴용 건전지도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튜브류 아이스크림과 이온음료, 생수, 탄산음료, 아이스커피의 진열 면적을 확대한다. 여름철 판매가 증가하는 비빔면과 냉면류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한다. 살충제와 제습제, 탈취제의 구색도 강화하고 고객의 눈에 쉽게 띄는 곳에 둔다.

동절기(11~2월)에는 겨울 분위기 연출을 위해 호빵기를 가동한다. 캔커피와 유자차, 쌍화차 등도 온장고에 진열한다. 검정 스타킹과 레깅스 등 프리미엄스타킹의 진열을 확대하고 립케어 제품과 핸드크림 등 겨울철 피부관리를 위한 상품 구색도 갖춘다.

세븐일레븐은 우천시에 대비한 전략을 갖고 있다.

우천시 가장 요구되는 고급 정보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과 강우량이다. 오전에 비가 오면 고객들은 우산을 챙겨 나오지만 오후에 비가 올 경우 편의점에서 급하게 우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접이식 우산보다는 장우산을 찾는 경우도 많다. 우비의 판매량도 증가한다.

이밖에도 비나 눈이 내리면 우산 매대를 입구 바로 옆으로 전진 배치하고 온장고 음료와 찐빵, 어묵 등을 판매대 입구 쪽으로 이동시킨다.

◇"내가 제일 잘나가"…점포별 차별화 전략

브랜드별로 공통된 진열 공식도 있지만 그들만의 차별화된 전략도 있다.

CU는 중앙진열대에 PB상품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불황으로 컵라면 매출이 증가하면서 보다 저렴한 PB라면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바지락칼국수PB 등 다양한 상품군을 내놓을 계획이다. 경기 불황에는 매우 음식이 인기라는 공식에 따라 흰 국물 대신 빨갛고 얼큰한 라면도 진열대에 확대 배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CU는 입지에 따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는데 핵심을 두고 있다. 불필요한 상품을 무분별하게 나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점포가 위치한 입지의 주요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상품 진열에 녹였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점포를 상권과 매장 크기별로 분류해 그에 맞는 상품을 갖추게 하고 있다. 표준진열맵은 계절과 상품트렌드, 경제상황, 신상품, 상품회전률 등을 고려해 매주 일선 점포에 공유토록 한다.

아이스케이스 상단과 취식대 잔여 공간을 활용한 틈새 진열도 세븐일레븐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다.

GS25는 주목성을 높이는 진열로 눈길을 끈다. 소도구나 소품 등을 활용하거나 입체감을 주는 진열도 병행하고 있다. 모형 과일을 배치하거나 계절감을 표현하는 소품 등을 디스플레이 해놓는 것이다. 행사상품에 한해서는 POP(Point Of Purchase)광고 등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니스톱에서는 즉석에서 조리한 패스트푸드를 계산대 바로 옆에 뒀다. 직원이 직접 조리한 상품을 유리로 된 쇼케이스에 진열해 계산 직전 고객들의 구미를 한 번 더 당기자는 전략이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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